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해마다 한 번씩 고향에 풀 베러 간다. 얼굴도 모르는 고조, 증조 어른들이지만, 이제는 화장 모시고 벌초할 묘도 몇 없어, 사촌들이 예초기로 전날 말끔히 풀 베어 놓은 묘에 빈 얼굴 들고 건성으로 모인다. 큰사진보기 ▲ 남한강 신원리 강마을 풍경이형덕 왜 그리 이맘때만 되면 공연히 바빠지는지, 마지못해 가는 고향길이다. 길을 메우며 고향을 찾는 이 차들도 오래지 않아 한산해질 것이다. 아침 안개에 싸인 남한강의 강마을이 고향집처럼 아스름하다. 큰사진보기 ▲ 고향 담장의 호박이형덕 고향은 언제나 흑백으로 남는다. 마편초 곱게 피고, 담장에 노란 호박꽃이 활짝 피었건만 눈 감고 그려보는 고향은 언제나 흑백사진이다. 큰사진보기 ▲마편초이형덕 큰사진보기 ▲이웃집 꽃밭이형덕 곱게 마루에 앉던 새집 할머니는 흙이 된 지 오래고, 새 주인이 된 이가 대신 가꾼 꽃밭이 어여쁘다. 고향에서는 곱고 예쁜 것도 슬프다. 등 돌리고 떠날 때 차마 두고 가기 가슴 아플까? 너무 곱고 예쁜 것도 슬프게 보인다. 큰사진보기 ▲고향의 농막이형덕 어른들 몰래 담배를 배우던 때, 수북이 자라던 담배 밭이 있고, 건조실이 있던 밭에는 요새 금 좋다는 배추가 심겨지고, 원두막도 아니고, 비료 부대나 담아 두는 농막 뒤로 새로 지은 아파트가 낯설기만 하다. 큰사진보기 ▲고향집 담벼락이형덕 큰사진보기 ▲ 추녀 밑의 마늘이형덕 추녀에 매단 갈퀴며, 쇠스랑이며 여름마다 강으로 나가 번쩍거리는 고기들을 건져 올리던 그물이며, 중풍으로 쓰러진 숙부를 뵈면 더욱 서글퍼지는데 사촌이 부지런히 쌓아놓은 나뭇단들이 조금은 따스하다. 큰사진보기 ▲담장 밑의 땔감이형덕 이제 제비도 오지 않는 추녀 밑에는 빈 제비집만 덩그러니 매달려 있고, 오랜 산자(散子) 흙이 지나는 바람도 없이 세월처럼 흘러내린다. 큰사진보기 ▲ 빈 제비집이형덕 모처럼 모인 어른들이 내 눈에도 아직 선한 할아버지를 면례(緬禮)할 이야기를 나누는 걸 어린아이처럼 조용히 듣는다. 물이 나는 묘라서 화장 모신다는데, 친척들 꿈속에서 말없이 나타난다는 우리 할아버지 묘마저 없어져 바람에 삭은 재 둔덕에 뿌리고 나면 고추밭이 되고, 마늘밭 되겠지. 큰사진보기 ▲고향의 어른들이형덕 더 이상 벌초 날이 되어도 나는 이제는 공연히 바쁜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마지못해 고향을 찾지도 않겠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추후 '남양주뉴스'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추후 '남양주뉴스'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벌초 #고향 추천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이형덕 (imiunu) 내방 구독하기 수동면 광대울에서, 텃밭을 일구며 틈이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http://sigool.com 이 기자의 최신기사 유목민의 기개, "추우면 보드카를 마셔라"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김태열 "명태균이 대표 만든 이준석,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3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4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5 관광객 늘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제주 사람들이 달라졌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고향이라는 이름의 흑백 사진첩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수렁에 빠진 삼성전자 구하기... 의외로 쉽고 간단한 방법 남자를 좋아해서, '아빠'는 한국을 떠났다 관광객 늘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제주 사람들이 달라졌다 미스롯데를 꿈꾼 17살, 라이터 공장에 취직하다 윤석열 대통령 골프 논란... 국힘-용산의 '대환장' 질의응답 천막 탈의하는 여자선수들이 충격? 더한 것도 있습니다 [주장] 변호사가 본 이재명 1심 판결과 민주당이 해야할 일 소 먹이의 정체... 헌옷수거함에 들어간 옷들이 왜?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