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9월 4일 제12차 임단협 본교섭을 갖고 올해 임단협안에 잠정합의한 데 이어 7일 타결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 단체는 이번 임단협 과정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파업에 대해 악의적인 여론몰이를 하며 노조를 위축시킨 보수신문들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차 임단협은 10년 만에 무분규 타결을 이루었으며 노사는 만족을 표했다.
물론 이번 교섭이 개별교섭으로 이뤄져 양극화문제의 정점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노사 양측의 적극적 협상 노력과 무분규 타결 합의는 의미 있다.
타결 잠정합의 다음날인 5일 신문들은 이 소식을 일제히 다루었다. 대부분 신문은 무분규 타결에 대한 환영을 표하며 노사 양측의 노력을 전달했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태도는 달랐다. 협상 타결은 피해를 감수한 사측의 대폭적 양보에 있었음을 강조하며 타결안에 대해 못마땅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중앙일보> 9월 5일 2면 <현대차 10년 만에 무파업 타결>은 소제목을 "회사 측, 노조에 대폭 양보…경영권 침해 일부 감수"로 뽑아 협상 결과를 폄훼했다. 합의안에 대해서도 "회사 측이 파업을 막기 위해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항까지 일부 합의해 줌으로써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 지불한 대가는 엄청나다"고 주장하며 재를 뿌렸다.
이러한 <중앙일보>의 우려는 같은 날 6면 <신차 생산량도… 해외투자도… 노조와 '합의'해야/ 현대차 무파업 '비싼 대가'>에서 또 한 번 강조됐다. 기사는 "협상 타결을 위해…노조의 지나친 요구까지 일부 수용하는 대가를 치렀다"고 주장하며 "지나친 양보가 회사 발전의 발목을 잡는 데다, 다른 노사 협상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의 소제목은 "회사 측 양보 거듭"이라고 붙여 회사 측이 받아들인 요구안만을 부각했고, "경험에서 교훈 못 얻나"라는 소제목 기사에서 현대차는 그간의 단체협약으로도 "이미 혹독한 홍역을 치뤘다"며 사 측에게 훈계까지 하고 나섰다.
<중앙>의 이러한 행태는 6일자 사설 <경영권 포기한 현대차의 노사 합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사설은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내용을 보면 '무파업 타결'이라고 해서 마냥 박수 칠 수만은 없다"며 "파업을 벌이지 않는다는 대가로 핵심적인 경영권을 송두리째 노조에 내준 꼴이다… 이러고도 현대차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못마땅한 속내를 드러냈다.
사설은 마치 노조가 경영권에 개입해 회사의 국제경쟁력을 떨어트리기라도 한다는 듯 여론을 호도했다. 그러나 실상 노사 합의안에 의하면,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한해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게 되어 있다.
노동자와 회사는 현대차를 이루는 한몸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임금과 근로조건, 고용과 해고, 투자 및 계획 등에 관해 기업수준에서 결정하거나 준비, 준수하는 데 노동자들이 일정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에서도 노조의 경영참가는 상당히 오랜 전통을 갖고 있고 보편적이다.
그럼에도 <중앙일보>가 "경영권을 송두리째 노조에 내준 꼴"이라며 합의를 폄하한 것은 친기업 행태를 넘어 노조를 죄악시하는 몰상식과 천민자본주의적 기업관의 극단을 보여준 것에 다름 아니다.
이번 현대차노사의 무분규 협상 타결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간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들은 이번 협상 과정을 미리 파업으로 매도한 채 부정적 여론몰이에 앞장서 왔다. 그럼에도 무분규 타결 발표 이후, 이들은 모두 환영을 표했다. 그런데 유독 <중앙일보>는 사측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펄펄 뛰고 있는 것이다. 유의미한 노사합의마저 폄훼하는 <중앙일보>의 노동보도에 뼈를 깎는 자성이 있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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