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 주민 2000여명, '납골당 반대' 대규모 시위

태릉성당 "욕설 등 행사 방해로 주민들이 불법 저질러"

등록 2007.09.09 16:30수정 2007.09.0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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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성당 내 납골당 설치에 반대하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주민들과 성당 측의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9일 오전 9시경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성당 진입로. 왕복 6차선 도로에선 전경과 주민들의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성당 봉헌식 미사 참석을 위해 정진석 추기경이 온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 2백 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도로 점거를 시도한 것. 다행히 상황은 3분 만에 종료됐고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그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성당의 또 다른 진입로인 지하철 6호선 화랑대 입구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였다. 성당 미사 참석을 위해 출구를 나오던 신도들을 주민들이 막아서자 충돌이 벌어진 것. 역시 경찰은 사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의 지하철역 접근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계란을 투척하며 항의했다.

정진석 추기경이 탄 그랜저 차량이 진입로에 들어오자, 일부 주민들은 함성을 지르며 계란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중 일부가 차량 유리창과 옆 면에 떨어져 경찰이 한 때 긴장하기도 했다.

성당 주위를 원천 봉쇄한 경찰은 이날 성당 봉헌식 진행을 위해 25개 중대 3천 여명의 전투 병력을 전날 오후 2시부터 배치시켰다. 때문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자유로운 출입을 못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백철제씨는 "공권력이 주민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태릉성당 측은 예정된 봉헌 행사를 개최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인사말에서 "언론까지 나와 성당 행사에 관심을 가져 준 것에 감사하다"며 "납골당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언젠가 성당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날이 있을 것"이라며 신도들을 위로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주민들의 항의 시위로 참석 신도 수가 20%에 불과했다며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본부 관계자는 "현재 납골당은 오는 10월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일체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교구 측은 이날 납골당 시설 일체를 언론에 공개했다. 성당 지하 2층에 자리잡은 납골당의 면적은 322㎡, 총 3200기의 봉분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 성당 관계자는 환기구가 학교 방향으로 나왔지만 일체의 유해 물질은 배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봉헌 행사 도중에도 성당 바깥은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 시위로 열기가 뜨거웠다. 주민들은 정진석 추기경이 태릉성당의 상황을 직시하고 납골당 설치 중단을 지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빈 페트병을 양 손에 하나씩 쥐고 두드리면 서 소리를 내면서 '납골당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시위에 참석한 이희진씨는 "성당 측이 처음부터 주민과 대화에 나섰더라면 오늘의 사태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당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납골당 저지투쟁위원회 측은 이날 오전 경찰이 황모 위원장을 강제 연행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혀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된다. 위원회 관계자는 "경찰이 평화적인 집회는 최대한 보장한다고 했지만 위원장을 연행한 것은 명백히 주민 탄압"이라며 노원경찰서 앞 항의 집회 등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태릉성당 #납골당 #천주교 #공릉동 #노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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