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인 중학생 석민이의 숨막히는 일상

총 14시간 책상에 앉아 수업..."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등록 2007.09.11 15:51수정 2007.09.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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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교실에 들어가면 벽에 수능 달력이 걸려있다. 수능 100일 전, 70일 전, 65일 전 등 달력에 표시된 숫자는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면서 줄어든다. 그 하루하루가 줄어들면서 아이들의 심리적 초조함은 반비례로 늘어간다.

 칠판에 수능 65일 전이라고 써놓았다.
칠판에 수능 65일 전이라고 써놓았다.김현

아이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등교한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보충 수업. 또 보충 수업이 끝나면 야간자율학습이나 학원으로 직행. 집에 들어오면 밤 11시나 12시가 훌쩍 넘는다. 아이들은 이내 축 늘어진 파김치가 된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수험생을 둔 부모들도 생활을 수험생에 맞추고 있어 거의 똑같이 생활한다. 아이 따라 부모도 함께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활이 고3에만 맞춰진 것은 아니다. 요즘은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아이들의 전쟁은 시작된다.

밥 먹을 시간도 없는 아이들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석민이(가명)도 고3 못지않은 생활을 한다. 석민이는 내가 살고 있는 전북 전주 시내에 있는 한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전교에서 1등을 하는 소위 말하는 모범생이다.

석민이 기상 시간은 오전 6시 40분. 이 시간에 일어난 석민이는 아침을 대충 먹고 7시 30분이면 학교에 간다. 다행히 집과 학교가 가까운 데다 아버지의 출근 방향과 같아 등굣길은 편한 편이다.


 수능 달력
수능 달력김현
학교에서 7교시 수업이 끝나고 종례까지 마치면 오후 4시 50분. 석민이는 종례를 마치자마자 바로 학교 근방에 있는 모 종합학원으로 오후 5시 10분까지 가야 한다. 그 시간 석민이 엄마는 석민이의 학원 가방을 가지고 교문 앞에서 기다린다. 석민이는 학교가방과 학원가방을 바꾼 다음 바로 학원으로 가는 것이다.

매일 그러는 건 아니지만 밥 먹을 시간도 없다.  월, 금은 오후 5시 10분까지 학원에 가고 나머지 요일엔 오후 5시 40분까지 학원에 간다. 그나마 좀 늦게 간 날은 집에서 밥을 간단하게나마 먹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학원수업이 끝나고 집에 와서야 저녁을 먹을 수 있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면 저녁 8시 30분(월, 금)과 밤 9시 40분(화, 수, 목). 현재 학원 영재반에서 수업 받고 있는 석민이는 영재반 안에서 또 뽑혀 특목고반(6명)에 배정되어 있다.

집에 들어오면 바로 학교 숙제를 한다.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시간이 거의 없다. 이에 석민이는 종종 불만을 토로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만 석민이는 주말 틈틈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에 위안을 삼고 있다.

그럼 석민이의 하루 총 수업시간은 얼마일까? 학교에서 7시간, 학원에서 3시간(월, 금) 내지 7시간(화, 수, 목)의 수업을 받는다. 많게는 총 14시간을 책상에 앉아 수업을 받는 것이다. 토요일에도 학교가 파하면 학원에서 7시간 정도 공부를 한다. 또 일요일에 보강이 있을 땐 학원으로 달려간다. 하루라도 쉴 틈이 없는 것이다.

이런 생활에 대해 석민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힘들어요" 하며 웃는다. 그러면서 "그래도 해야죠"라고 한다. 그런 석민이가 가장 하고 싶은 건 뭘까. 의외로 컴퓨터 게임이란다. 짦은 시간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것도 거의 못한다. 예전에 새벽에 일어나 몰래 게임을 하다 아빠한테 들킨 뒤로 이젠 그것도 힘들다고 한다.

그럼 석민이 부모는 어떨까. 모든 일정이 석민이에게 맞춰져 있다. 그래서 10월 초에 석민이 중간고사가 있기 때문에 이번 명절엔 시골에 내려가기 힘들 것 같다며 석민이 아버지는 웃는다.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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