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레골라스'비교해보시길 바랍니다.
뉴라인시네마
저도 이 장면 보는 순간, 흡사하다는 생각에 움찔해버렸습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에바의 방어막 'AT필드'도 연상시키곤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뿐이 아닙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지적했고, 언론에서도 다루었던 것처럼 최민수의 '대장로'는 그 유명한 <스타워즈-제다이의 귀환>에서 엿보았던 적이 있는 '다스베이더'와 흡사합니다.
그뿐이 아니죠. 총체적으로 <반지의 제왕>입니다. 음악이라든지, 돌로 된 원탁에서 촌장을 선출하는 현무족 사람들의 모습, 누가 보면 <반지의 제왕> 오마주 작품인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오마주'라는 용어는 엄격히 말해 "후배 영화인이 선배 영화인의 기술적 재능이나 그 업적에 대한 공덕을 칭찬하여 기리면서 감명깊은 주요 대사나 장면을 본떠 표현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아니면, 작품 간의 뚜렷한 연결고리라도 있어야 하지만 '신화'를 영상으로 소화했다는 점을 빼면, 그것도 아닙니다.
<태왕사신기> 제작진은, 젊은 누리꾼들 중에 어지간한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섭렵한 이들도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했습니다.
아니, <반지의 제왕>이나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굳이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감상했던 작품들입니다.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거든, 장면의 유사성이 엿보였을 때 재검토했어야 옳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해봐야 웃음거리 밖에 되질 않습니다.
<반지의 제왕>과의 유사성, 왜 그랬을까김종학 PD는 지난 6일에 열린 <태왕사신기> 기자시사회에서 "제작 초기에 '반지의 제왕'팀(비리지트 버크의 특수효과팀)을 초빙해 작업했지만, 주로 영화 쪽 일을 한 그들의 시스템이 시나리오와 시뮬레이션을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우리는 그때 그때 순발력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충돌이 생기기도 해 결국 함께 하지 못했다. '태왕사신기'는 순수 한국 CG기술로 만들어졌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4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자한 대작을 연출하면서 '순발력'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 자체가 아이러니죠.
이 '순발력'이라는 단어, 어쩔 수 없이 <바람의 나라>와의 표절 시비를 떠올리게 만드는 면도 있습니다. '순수 한국 CG 기술'로 만들었다지만, '충돌' 과정에서 받아들인 것은 많았나 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유사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듯합니다.
<태왕사신기>, 험난하다당장이야 2회분 시청률이 26.9%로 집계되면서 '대박' 예감이 밀려오는 듯하지만, 앞서 언급한 '창의력 부족'이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는 한은 그 '대박'이 얼마나 갈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애초부터 <바람의 나라>와의 표절 시비, 그리고 재판부는 언론 보도와는 달리 <태왕사신기>를 일방적으로 편들었던 것도 아닙니다. 지금도 <바람의 나라> 팬들은 정면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와의 유사한 설정을 치밀하게 거론하고 있습니다.
예를 한가지 든다면, '청룡'이 시력을 잃는다는 설정. 그거 이미 <바람의 나라>에서도 등장했던 설정입니다.
그뿐일까요? <바람의 나라>에서는 폭주하는 '진짜 청룡'을 달랠 수 있는 이는 '무휼(대무신왕)'로 처리했던 적이 있는데, <태왕사신기>에서는 "'흑주작'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이가 있다"는 장면까지 나왔습니다. 아마 '담덕'이겠죠.
그런 판에, 수백만 관객이 지켜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차용해 보여줬으니, "험난하다"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듯합니다.
<태왕사신기>는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까요? 배용준의 연기도 기대 이하였고, 심지어 문소리의 연기까지 굳어진 듯 국어책을 읽는 기색이 강했습니다. 최민수의 연기가 강렬했지만, 이미 영화 <홀리데이>에서 보여줬던 색채의 연기죠. 연기에서 기대할 부분도 크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누리꾼들의 다양한 거론은 그렇듯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태왕사신기>는 이런 상황을 결코 좌시할 때가 아니라는 것, 확실하게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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