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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나리'가 휩쓸고 간 제주, 그곳에 있진 않았지만 전해지고 있는 소식만으로도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상상할 수가 있었습니다. 한 때 그곳에서 삶의 둥지를 틀고 살았던 한 사람으로서, 언젠가는 그곳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살아가고 싶은 사람으로서 제주의 아픈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그곳에 내가 있는 듯했습니다.
그곳에 둥지를 틀고 살아갈 때에도 몇 번의 태풍을 만났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서고 나면 왜 그렇게 인간의 존재가 왜소해 보이는지, 그렇게도 왜소한 존재인 인간이 자연에 어찌 그리도 오만불손한지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잦은 비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여름을 보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을감자를 이제 막 심었을 터인데 이번 폭우로 인해 다 쓸려나갔겠지요.
그렇게 절망의 끝자락에 서 있을 때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태풍 '루사'가 제주를 휩쓸고 지날 때 지붕이 날아가고 폭우가 방안으로 들이닥치고, 방안에서 뻥 뚫린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하늘은 참 무심하기도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태풍이 지난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 속에 떠오른 붉은 해돋이는 어찌 그리 밉던지요.
그래도 고마운 것이 있었습니다.
찢기고 쓰러진 채로 피어나는 들꽃들이 자근자근 '힘내라!'고 말했습니다. 자기들도 상처받고, 부러지고,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서고 있으니 당신도 일어서라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맘때 제주에는 이런 꽃들이 피어있겠지요. 그 들꽃들처럼 다시 일어서길 바랍니다.
2007.09.17 17:34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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