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소남, 꽃미남에 대한 저항인가?

완소남 신드롬과 선호되는 남성상의 변천사

등록 2007.09.21 11:37수정 2007.09.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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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한 시대를 풍미하는 남성상이 등장한다. 요즘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남성상으로 대표적인 말이 꽃미남이다.

각 시대마다 꼽을 수 있는 남자 스타들이 있었다. 60,70년대에는 <맨발의 청춘>의 신성일을 꼽을 수 있다. 70년대와 80년대 남자 배우들은 거의 대부분 마초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70-80년대는 아무래도 시대상에 따라 강한 남성, 주도적인 남성을 선호했다.


한 언론사가 얼마 전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커플매니저 100명에게 시대별 인기 있는 남성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1970대는 ‘강한 남성’이 인기 있었고, 재벌기업 같은 대기업에 다니는 남성들이 인기를 끌었다. 경제개발, 해외 건설사업 등으로 활기차면서도 도전적인 남성성이 부각되었고, 우직하고 성실한 남성이 인기였다.

1980년대는 70년대 남성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다. 사무실 속의 남성을 선호하게 된다. 우직함보다는 지적이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전문직 남성이 우대받는 시기였다. 이 때문에 열쇠 3개의 ‘사’자 돌림 남성의 전성기라고도 했다. 단정한 양복에 지적인 금테 안경이 이들을 상징했다. 전문 식견으로 사회를 이끌어가는 능동적인 이미지가 강조되었다. 상대적으로 여성은 남성의 지도력에 이끌리는 처지였다.

그럼 90년대 이후 남성스타들의 변천사는 어떨까? 90년대 남성상도 80년대 남성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했다. 인기 남성상은 단순한 전문적인 사무실 공간에서 벗어났다. 일단 90년대에 많은 인기를 모았던 스타들은 대부분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최민수에 이어 정우성, 이정재는 과묵하고 거친 이미지였다. 이는 강인한 남성상을 대변했다. 다만, 이정재 정우성을 거치면서 부드러움이 가미되기 시작했다.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차인표는 낭만과 열정 그리고 부드러움, 거친면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남성상도 여러 가지로 나뉘었다. 최민수식의 터프가이는 인터넷 누리꾼의 무수한 뭇매를 맞기도 한다. 특히 마초라는 딱지가 붙으면서 퇴출되었다. 사회에서는 한층 부드러운 남성상을 선호하게 됐는데, 대표적으로 <호텔리어>, <겨울연가>의 배용준을 들 수 있다.

한동안 부드러운 이미지와 남성의 육체성이 결합되기도 한다. 즉 꽃미남의 조건으로 ‘몸짱’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모델 출신 강동원, 조인성, 소지섭이 인기를 끌었다. 얼굴은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몸은 근육질인 남성이 각광을 받기에 이른다. 권상우와 송승헌은 근육질의 몸매와 함께 드라마 속에서 부드러운 순정의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부드러움을 넘어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남성 이미지가 인기를 끌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의 이준기, <내이름은 김삼순>의 현빈 등을 꼽을 수 있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남성들의 특징도 강함에서 부드러움으로 바뀐 느낌이 드는데, 왜 이렇게 달라진 것일까? 영화와 드라마 속 남성상의 변화는 여성상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한 예로 연상연하 커플의 득세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속에 두드러졌다. 또 시대적 상황과도 맞물려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여성의 수동적인 태도가 미덕으로 강조되었다. 이 때문에 신데렐라 콤플렉스만 강조했다. 수동적 위치에 있던 여성들은 강한 남자를 통해 대리충족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강하게 앞에서 이끌어가는 남성보다는 여성을 수평적으로 배려해주는 부드러운 남성상이 강세를 보였다. 그만큼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나 경제적 독립 수준이 높아지면서 수평 관계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일방적인 마초 행태는 각광받을 수 없게 되었다.

더구나 경제 기반이 있는 여성층들이 대중문화계에 연하남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통제 가능한 동생같은 남성상을 요구하게 되었다. 가수 비가 대표적인 이미지다. 눈웃음을 살살치는 남동생같은 얼굴에 몸은 근육질의 남성성을 가지고 있다.

빈번하게 눈에 띄는 용어들이 있다. 메트로 섹슈얼이나 위버섹슈얼, 요즘에는 크로스 섹슈얼이라는 개념이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 개념 좀 짚어보자.

섹슈얼 섹슈얼하는데, 메트로 섹슈얼은 패션에 민감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남성을 말한다. 위버 섹슈얼은 거칠면서도 감수성을 자극하는 남성을 가리킨다. 단정치 않은 스타일과 툭툭 내뱉는 말투 등 꾸미지 않은 모습을 강조한다. 영화 <야수>의 권상우,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의 정지훈, 그리고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김주혁을 들 수 있다. 단정치 않은 스타일과 툭툭 내뱉는 듯 한 말투 등 꾸미지 않은 모습이 ‘위버 섹슈얼’의 전형이다.

‘메트로 섹슈얼’이 외모에 신경을 쓰지만 ‘여성스러움’은 거리를 둔다. ‘크로스섹슈얼’은 남성 안 여성성을 인정하고 여성성을 적극 내세운다. 따라서 여자보다 예쁜 남자의 개념이 나오게 된다. 이들 남성성 개념들은 주로 광고기획자들이나 마케팅 관계자의 상업적 의도 때문에 고안된 것들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살펴본 개념들과 ´완소남´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인터넷상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는 단어들 중 하나는‘완소’란 말인데, ‘완전 소중한’의 줄임말로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미모’ 만으로는 더 이상 매력을 호소할 수 없는 세태를 반영한 듯싶다. 독특한 매력이 멋진 스타들이 바로 완소남이기 때문이다.

완소남은 외모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높게 평가한다. 꽃미남과 같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신조어가 있는 반면, ‘완소남’ 처럼 모두가 동경하는 수려한 외모는 아니어도 친절하고, 겸손하고, 성실한 이라면 소중한 남자가 되도록 하는 말도 생긴 것이다.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인간다움이라는 인격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완소남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무한 도전´이다. 분명한 것은 단순히 꽃미남이나 예쁜 남자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완소남 신드롬´은 내면의 진화 없이 비주얼에 치중하면서, 유행만 타게 되는 각종 외모지향의 이미지와 신조어에 저항하는 현상은 아닐까.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어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어 보인다. 다른 외모차원의 유행어들은 광고사나 기획사, 대중지들이 만들어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개념만 가지고는 가늠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어떤 스타들을 그 예로 들 수 있을까? 한 케이블 방송에서 완소남을 선발했다. 프리미어리거 박지성(2위)과 멋진 근육과 투혼의 축구선수 조재진이 순위에 올랐다. 또 메뚜기 유재석이 완소남에 선정되었고 류승범, 양동근, 하하, 봉태규도 속했다.

그런데 잘 생긴 사람이 그래도 많은 것은 사실 아닌가? 1위가 장동건, 3위가 조인성 그리고 강동원 등이었다, 최고의 완소남에 정일우가 꼽히기도 한다. 최대의 완소남들로 평가받고 있는 <커피프린스 1호점>의 캐릭터들도 잘 생긴 이들이다. 이렇게 보면 훈남이 완소남 보다는 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야말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남자이니 말이다.

전체적으로 이렇게 변화하는 남성상에 대해서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대중문화의 남성상은 점차 남성성, 여성성을 나누는 인위적인 기준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성들도 좀 더 다양한 매력을 발굴해 연출할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 트렌드는 몸짱, 얼짱에 이어 예쁜 남자 신드롬 등 한국 남성상의 변화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완소남도 외모지상주의에 갈수록 포위되어 가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는 완소남의 기준을 성형, 피부미용이나 화장, 패션으로 삼으려고 한다. 비즈니스 차원의 완소남 마케팅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아쉽다. 훈남(훈훈한 남자)과 마찬가지로 완소남이 외모만이 아니라 전인격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에 보낸 글을 수정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안에 보낸 글을 수정했습니다.
#완소남 #훈남 #꽃미남 #남성상 #섹슈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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