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터에 만발한 분꽃분이처럼 정겨운 누이꽃
송유미
그때 소꼽 놀이를 하던 분이는 종종 입에서 피를 토하곤 했었는데, 나는 그애가 앓은 병이 가슴앓이란 것을 한참에야 알았다. 그후 그 고장을 뜬 후에 가끔 풍문으로 분이의 소식을 들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사랑이 없는 중매 결혼을 했으나, 한달도 채 안 되어 폐결핵이 재발했다.
결국 친정에 쫓겨와서 지내다가, 결국은 이혼을 당하고 새 엄마의 눈치를 받으며 마산 가포 요양원에서인가 요양 생활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후 오랫동안 소식이 끊어진 그녀가 안타깝게 젊은 나이에 결핵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는 소식을 몇 해 전에야 접했던 것이다.
내게 분꽃은 언제나 분이 생각을 떠올리게 하고, 아득한 기억 저편에 소꼽놀이 친구들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꽃이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으면, 나는 그 꽃분이와 자주 놀아서인지 결핵을 심하게 앓아서, 학교에 오래 다니지 못했다. 외할머니가 화단에 분꽃을 많이 심어서 그 분꽃의 잎을 달여 주던 기억도 이제는 새삼스럽다.
내게 분꽃은 아픈 기억과 함께 아릿한 그리움 저편에 뭉클뭉클한 피를 쏟아내던 분이의 핼쑥해서 더욱 풀꽃처럼 청초했던 얼굴이 화사하게 피어난다.
실제 분꽃에서 나온 하얀 꽃가루는 기미, 주근깨, 여드름에 효능이 있고, 근엽 등은 여러가지 병을 다스리는 이뇨, 사열, 활혈, 산어, 뇨혼탁, 대하, 폐결핵의 객혈, 급성관절염, 부녀의 혈붕, 백대 등을 치료하는 민간약재로 쓰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