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락을 이루고 있는 상사화
조정숙
그래도 이왕 마음도 먹었겠다, 무조건 선운사를 향해 달렸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출발을 한 터라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 더덕구이 정식으로 배를 채웠다. 그리곤 주인아저씨에게 상사화가 얼마나 폈냐고 여쭸더니, "지금이 한창 만발혔는디, 이노무 비가 지속 내리니께 어쩍혀"라고 하시는 거다.
"아무래도 빵꾸 났나벼유…"라는 아저씨의 푸념을 뒤로하고 고즈넉한 산사의 아침이라도 볼까 하고 경내로 향했다. 비가 내려서일까, 상사화와 운해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이른 새벽부터 방방곡곡에서 온 사진작가들이 카메라에 상사화를 담고 있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어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꽃. 하여 잎은 꽃을, 꽃은 잎을 서로 그리워한다는 상사화(相思花).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 꽃말을 가진 이 꽃은 잎이 먼저 나와 6월∼7월에 시든 뒤 8월∼9월에 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