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무등산 억새에 취하다

지인들과 어머니 품속 같은 무등산에 가다

등록 2007.10.01 09:26수정 2007.10.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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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불재에서 입석대로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
장불재에서 입석대로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오승준

예년에 비해 유난히 날씨가 무덥고, 비가 많이 내려 계절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어김없이 찾아온 가을의 정취.

그 가을이 오면 광주사람들이 특히 설레는 마음으로 찾는 곳이 있다. 어머니의 품속 같은 무등산이다.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가을의 무등산은 가을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억새와 청명한 가을하늘이 더욱 등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무등산의 장불재와 중봉의 억새물결, 계절마다 그 느낌을 다르게 전해주는 주상절리 입석대와 서석대의 장관을 감상하기 위해 28일 아침 일찍 지인들과 함께 무등산에 올랐다.

등산은 무등산장→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토끼봉 능선→덕산너덜지대→바람재→증심사 코스로 이루어졌다.

광주광역시 북구와 화순군 이서면, 담양군 남면과의 경계에 놓여있는 높이 1187m 무등산. 백제 때에는 무진악(武珍岳), 고려 때에는 서석산(瑞石山)이라고 불렸다.

1972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공원 면적은 30.23㎢이다. 유적으로는 증심사(證心寺)·원효사(元曉寺) 등의 사찰과 석조여래좌상(보물 600)을 소장하고 있는 약사암(藥師庵:)·천문사(天門寺)·미력사(彌力寺) 등의 암자가 있다.정상 가까이에는 원기둥 모양의 절리(節理)가 발달하여 기암괴석의 경치가 뛰어나다.

 입석대의 장엄한 모습.
입석대의 장엄한 모습.오승준

동쪽 경사면에서 정상을 향하여 입석대(立石臺)·서석대(瑞石臺)·삼존석(三尊石)·규봉암(圭峰庵) 등이 있고, 정상 부근에는 수신대(隨身臺)가 있다. 산 북쪽 기슭인 충효동에는 환벽당·소쇄원·식영정 등의 누정이 세워져 있고 완만한 산기슭에는 수박과 차의 재배가 성하다.


등산로는 산기슭의 증심사를 출발점으로 하여 2∼3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산 북동쪽에는 관광도로가 개설되어 산허리의 원효계곡까지 자동차로 약 30분이면 갈 수 있고, 여기서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오르면 된다.

무등산이란 명칭은 서석산(瑞石山)과 함께 고려 때부터 부른 이름으로 '무돌', '무진'이라 했던 것이 무등산으로 바뀐 것이다.


무등산에 대해 육당 최남선 선생은 "금강산에도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비길 경승이 없으며, 특히 서석대는 마치 해금강 한쪽을 산위에 올려놓은 것 같다"고 찬탄한 바 있다.

봄에는 서석대, 입석대 주위에 흐드러지게 피는 철쭉과 진달래, 여름에는 규봉암 시무지기 폭포, 가을에는 장불재, 중봉 일대의 억새꽃이 장관이며, 겨울에 피는 서석대, 입석대의 설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입석대 주변의 오각형·육각형 돌기둥들.
입석대 주변의 오각형·육각형 돌기둥들.오승준

많은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도로 곳곳이 패여 있다. 그러나 천재지변의 상채기에도 불구하고 무등산의 숲과 나무는 더욱 깊은 초록으로 물들면서 서서히 무등산을 수채화 풍경으로그려가고 있다.

장불재에 서서 깊은 숨 몰아쉬니, 억새들이 키 재기 하며 말 등같은 백마산 능선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취해 덩실 덩실 춤을 춘다.

장불재에 오르면 광주시 전역이 다 보인다. 동남으로는 화순이 내려다보이는데 가까이에 동복호가 위치해 있다. 북으로는 담양이 보이는데 광주호를 중심으로 소쇄원, 식영정 등 가사문학의 터가 자리해 있다.

여느 산처럼 가을 무등산에서 내려다보는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어 푸른빛의 큰 호수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장불재에서 입석대로 오르는 길은 마치 때 묻지 않는 원시림 숲을 걷는 상큼한 기분이다. 구상나무와 이름 모를 꽃들 사이 사이로 살짝 살짝 웃음 흘리며 뜻 모를 그리움을 솟구치게 하는 억새들의 살랑거림이 마치 처녀의 속살처럼 다가와 가슴팍을 친다.

 무등산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주상절리의 흔적들.
무등산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주상절리의 흔적들.오승준

장불재에서 오른쪽으로 약 400m쯤 오르니, 정상의 서쪽 해발 1017m지점에 입석대(立石臺)가 반긴다. 남한에서 가장 큰 바위기둥이라는 입석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그 큰 바위 기둥을 올려다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새삼 감탄한다.

입석대의 이 바위기둥들은 화산폭발의 산물로 보인다. 무등산에서 화산활동이 일어난 시기는 정확히 측정된 바 없지만, 중생대 백악기 후기(대략 9천 만 년 전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

중생대 백악기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무등산 주상절리대(입석대, 서석대, 규봉암)는 용암이 식을 때 수축되어 생기는 절리 중 단면의 형태가 오각형이나 육각형의 기둥모양인 것을 말한다.

무등산 주상절리는 약 7천만년전에 형성된 것으로 서석대, 입석대, 규봉이 대표적이다.  입석대, 규봉은 풍화가 많이 진행되어 기둥모양이지만, 서석대는 풍화가 덜 진행되어 병풍모양을 하고 있다.

정상을 중심으로 산비탈에 있는 너덜경은 이러한 돌기둥이 무너져 쌓인 것이다. 너덜경들은 암석의 생성과 풍화과정을 살펴 볼 수 있는 희귀한 자연유적으로 입석대, 서석대 등의 주상절리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입석대에서 약 500m쯤 위로 올라가니, 서석대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위에서 바라보는 서석대는 실망 그 자체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모습과는 천양지차이다.

마치 거대한 병풍을 둘러 쳐놓은 것 같은 장엄한 돌무더기인 서석대의 진면목은 바로 바위 밑에 있다. 단풍나무로 가려진 바위 아래에서 바라보는 서석대의 비경은 한마디로 수정병풍(水晶屛風)이다.

 말잔등같은 백마산 능선.
말잔등같은 백마산 능선.오승준

서석대(1100m)는 동쪽에서 서쪽을 향해 줄지어 서 있어서 저녁노을이 물들 때 햇빛이 반사되면 수정처럼 강한 빛을 발하면서 반짝거리기 때문에 '서석의 수정병풍'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무등산을 서석산이라 부른 것도 실은 이 서석대의 돌 경치에서 연유한 것이다. 서석대의 병풍바위는 청명한 날이면 광주시가지에서도 그 수려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고, 5월 하순쯤 이곳에 만개한 연분홍 철쭉꽃은 기암절벽과 어울려서 초여름 무등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다만 서석대의 아름다운 경관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탐방로가 없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탐방로의 개설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서석대 바로 위에는 무등산의 정점 천왕봉이 위치하고 있다. 무등산 정상인 천왕봉은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어 입산이 금지되어 있다. 무등산에 오를 때마다 느끼는 큰 아쉬움이다.

서석대 아래 오형제 바위를 거쳐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널 부러진 바위 위에서 가지고 간 간식 먹으며, 꿀 맛 같은 망중한의 시간 보내니, 세상 모든 시름이 봄눈처럼 사라진다.

 탐방로가 없어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가까이서 제대로 볼 수 없는 서석대.
탐방로가 없어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가까이서 제대로 볼 수 없는 서석대.오승준

 산 아래에서  바라 본 서석대의 장관.
산 아래에서 바라 본 서석대의 장관.오승준

서석대에서 중봉으로 내려오니, 억새가 장관이다. 두 손을 활짝 핀 듯한 억새꽃의 손짓, 햇살을 한껏 품은 억새꽃은 속살까지 투명하게 비치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곳은 지난 1998년까지 주둔했던 군부대가 이전하면서 등고선 복원과 목재 탐방로 조성 등 생태복원사업이 이루어진 곳이다.

성공적인 생태복원사업으로 무등산 중봉 억새밭은 서석대, 입석대 등의 주상절리대와 함께 무등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무등산의 억새는 두 곳으로 나뉘는데 무등산장 원효사 지구에서 꼬막재를 넘어가는 목장 일대와 규봉암 가는 길에 펼쳐진 억새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동화사터를 올라 능선에서부터 시작되어 중봉 근방과 군부대 복원지, 장불재를 지나 백마능선과 안양산까지 펼쳐진 억새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군사시설 지역이 무등산 생태복원사업으로 다시 태어나 억새 물결의 장관을 보이고 있는 중봉으로 가는 탐방로.
군사시설 지역이 무등산 생태복원사업으로 다시 태어나 억새 물결의 장관을 보이고 있는 중봉으로 가는 탐방로. 오승준

 속살까지 훤히 보이는 억새.
속살까지 훤히 보이는 억새.오승준

 말갈기 같은 억새들의 물결이 지천에 널려있는 중봉 탐방로.
말갈기 같은 억새들의 물결이 지천에 널려있는 중봉 탐방로. 오승준

억새 밭에서 사진 몇 컷 하고,  중봉을 거쳐 토끼봉 능선을 타고 비람재로 내려왔다. 이곳으로 내려오는 등산로는 한마디로 돌바다의 산행이다. 무등산 비탈에서 보면 많은 돌무더기들인 너덜겅이 발달되어 있다. 바윗덩이가 제멋대로 굴러 떨어져 있지만 사이사이에 자라난 관목과 어울려 일대 장관을 이룬다.

이 너덜겅들은 서석대나 입석대와 같은 주상절리의 돌기둥들이 세월이 더 지나서 무너져 내린 돌무더기들이란다. 특히 천왕봉 남쪽의 지공너덜과 증심사 동쪽의 덕산너덜은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경관이다.

인도의 승려 지공대사가 이곳에 와서 석굴을 만들고 많은 제자에게 불법을 가르치면서 좌선수도(坐禪修道)하다가 그의 법력으로 수없이 많은 돌을 이곳에 깔아 놓았기에 누가 어느 돌을 밟아도 덜컥거리지 않고, 그리하여 이곳을 지공너덜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이 많은 수억의 돌은 본시 상봉근처에 있는 돌무더기였는데 김덕령장군이 하루아침에 깨뜨렸다가 내던져서 이렇게 된 것이라는 전설도 있다.

무등산에 가면 / 나천수

왜 무등산에 오르느냐 묻는다면
그곳에 높고 낮음이 없는
무등(無等)이 있어 간다고 말하리라.

무등으로 가는 길에
배고픈 다리 있는 것은
마음을 비우라는
하늘의 설법인 것을,
마음을 비었다고 증심(證心)하는 자만에게만
대문 없는 일주문이 열리는 것
배부른 사람들은 모른다.

배부른 자, 어찌 무등의 의미를 알랴.
욕망으로 가득 찬 자, 어찌 무등이 보이랴.
마음 빈 자리로 부처가 들어오거늘,

배고픈 다리 지나
장불(長佛) 등에 업고
가파른 고개 너머 서석대에 올라서면
장불은 간데없고 텅 빈 무등만 있는 것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빈 마음으로 만나면
높고 낮음이 없는 무등이 되어서이다.

사람들이 무등에 오르려는 것은
텅 빈 그 마음속에 무등을 담으려고
허기진 배 움켜쥐고 헐떡이며 가는 것이다.
무등이 되려고 무등산에 가는 거다.

마음을 비우고 무등에 오르면
내가 무등산인 것이다.
우리가 무등산인 것이다.
온 천하가 무등산인 것이다.

바람재에 도착하여 약 30여분을 더 내려와 증심사 보리밥 집에서 더위 훔치며, 식사 하니 정신 건강이 더욱 충만하고 마음이 넉넉하다.

등급이 없는 누구에게나 사랑과 자비의 마음 가득 안겨주는 무등산의 가치와 그 감동의 여운.  지금도 황홀한 감전으로 남아있다.
#무등산 #서석산 #최남선 #장불재 #서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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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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