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면 고생

베트남에서 버스로 캄보디아 돌아보기 (6)

등록 2007.10.11 19:30수정 2007.10.1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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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산에서 만난 2명의 아가씨들과 약속한 대로 택시비도 줄일 겸 해서 베트남 국경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베트남의 ‘하띠엔’이라 불리는 곳이 목적지이다. 차비는 미화 20달러다. 네 사람이 탔으니 한 사람당 5달러인 셈이다. 싼 가격이다. 약속대로 오전 9시에 아가씨들이 탄 택시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정말 오래된 일제 승용차다. 앞창문은 금이 가 있으며, 옆 창문은 아예 없다. 작동되는 계기도 없다. 캄보디아는 한국과 같이 우측 통행을 하는데 운전석은 왼쪽에 있지 않고 오른쪽에 있다. 일본에서 수입한 중고차로 보인다.


자동차 짐칸은 닫히지 않아 짐을 넣은 후에 끈으로 동여맨다. 심지어는 자동차 번호판도 붙어 있지 않다. 도요다 자동차가 좋아서일까, 갖다 버려도 주워갈 것 같지 않은 자동차를 아직도 끌고 다니고 있다. 하여간 간다고 하니 자동차에 올랐다. 조금 가더니 가게에서 병에 넣어 파는 휘발유를 사서 넣는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자주 보아온 모습이다.

자동차는 생각보다 잘 달린다. 속도계가 작동하지 않아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80km 이상으로 달리는 것 같다. 도로는 잘 닦여있다. 뒤에 탄 두 아가씨는 배낭족들이 즐겨 가지고 다니는 두툼한 안내책자를 열심히 보고 있다. 메콩강이 있는 ‘챠우덕’이라는 조금 북쪽에 있는 국경으로 가고 싶다는 제의를 한다. 우리야 특별한 약속이 없으므로 승낙했다. 기사에게 미화 8달러를 더 주기로 하고 방향을 북쪽으로 돌렸다.

자동차를 북쪽으로 방향을 돌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포장이 안 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먼지를 뒤집어쓰며 자동차는 달린다. 도로를 거니는 사람들과 길옆에 사는 주민에게  미안하다. 나는 손수건을 접어 복면을 하였다. 고물 자동차는 비포장도로를 너무 심하게 달려서인지 앞바퀴에서 무엇인가 부딪는 소리가 요란하다.

기사는 자동차를 잠시 세운 후 전선을 가지고 자동차 밑에 들어가 무엇인가를 잡아매고 다시 달린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신기하게 보이는 자동차다. 생각보다 먼 거리를 흙먼지를 쓰고 온 덕분에 머리카락이 뻣뻣하다.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는데 두 개의 가방에 먼지가 푹 쌓여 있다.

 흙먼지를 날리며 자동차는 빨리 달리지만 달구지에 앉아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가는 농부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를 본다.
흙먼지를 날리며 자동차는 빨리 달리지만 달구지에 앉아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가는 농부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를 본다. 이강진

챠우덕에 도착하니 큰 도로를 갈라 놓고 캄보디아 국기와 베트남 국기가 나부낀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 시설도 없는 양철로 만든 임시 사무실을 사용하는 캄보디아 이민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캄보디아 국경을 넘었다. 베트남은 제대로 된 콘크리트 건물이다. 이민국 직원은 에어컨이 잘 나오는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간단한 입국 심사를 마치고 베트남에 들어섰다.


영어를 하는 베트남 사람이 접근하며 오토바이를 타라고 한다. 부르는 가격이 어수룩한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바가지요금이다. 그들을 뿌리치고 걸어가니 계속 가격이 내려간다. 처음 부른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챠우덕 버스 정류장까지 40여 분 걸려서 갔다. 생각보다 꽤 먼 거리다. 그러나 오토바이가 우리를 내려놓은 곳은 버스 정류장이 아니라 버스 정류장에서 조금 떨어진 버스표만 파는 곳이다. 호치민시티까지의 버스 값을 물어보니 이것 또한 바가지요금이다. 기분이 안 좋다. 캄보디아보다 조금 더 도시화 되어서인지 약삭빠른 사람들이 많다.

오토바이를 돌려보내고 근처의 구멍가게에 들어갔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줌마가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음료수를 마시며 수돗물로 대충 먼지를 닦았다. 가게 아줌마는 자신이 먹고 있던 망고까지 권하며 친절을 베푼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보인다. 아줌마에게 물어 근처에 있는 곳에서 버스표를 구입했다. 조금 전에 요구했던 금액 1/3 값이다. 같은 동네에 살아도 사람의 심성은 천차만별이다.


 빈약한 건물의 캄보디아 출입국관리 사무소: 에에콘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열약한 환경에서 근무를 한다.
빈약한 건물의 캄보디아 출입국관리 사무소: 에에콘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열약한 환경에서 근무를 한다. 이강진

 캄보디아 출입국관리소 건물과 비교되는 베트남 관리소 건물
캄보디아 출입국관리소 건물과 비교되는 베트남 관리소 건물이강진

버스에 올랐다. 5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던 버스는 6시간 이상이 걸렸다. 밤늦게 집에 도착했다. 샤워를 하며 온종일 뒤집어쓴 먼지를 닦아 냈다. 가게에서 맥주를 사와 한 잔 마신다. 집이 좋다. 왜 집을 떠나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어른들의 나무람이 떠오른다. 왜 집을 떠나 고생을 하며 여행을 했을까? 산을 찾는 산악인들은 산이 있어 간다고 이야기하는데, 나 같은 여행객은 길이 있어 길을 떠난다고 하면 말이 될까? 힘든 여행을 하고 나면 매운 음식을 먹고 난 후의 화끈함 같은 것이 남는다. 여행도 중독이 되는 모양이다.

그 화끈함을 못 잊어 또다시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운다.  

덧붙이는 글 | 캄보디아 여행 마지막 글입니다.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부터는 베트남 생활을 담아 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캄보디아 여행 마지막 글입니다.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부터는 베트남 생활을 담아 보겠습니다.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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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바닷가 도시 골드 코스트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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