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골암 전경.
안병기
그러나 흘러가는 구름과 물소리에 대한 내 소유권은 오랫동안 보장되지 않는다. 눈앞에 나타난 탈골암이 이미 천여 년 전부터 이곳의 구름과 물소리에 대한 소유권은 내게 있었노라고 못박듯 말하기 때문이다.
누가 창건했는지 모르지만, 탈골암은 서기 720년(신라 성덕왕 19) 창건했으며 서기 776년(혜공왕 12) 진표 율사가 중건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면 무시무시한 탈골암이란 절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그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진표 율사가 이곳에 도량을 열고 여러 제자를 깨우쳐 그들을 생사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케 했으므로 그 뒤부터 탈골암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야기는 신라 탈해왕 때 알에서 태어난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가 닭 머리를 한 자신의 외모를 한스러워하던 차에 마침 속리산 한 암자에 좋은 약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달려와서 그 물을 마시고 난 후 사람의 머리로 바뀌었는데 그 이후부터 탈골암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내가 보기에 두 가지 이야기 중에서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진표 율사 이야기 쪽이 아닌가 싶다. 김알지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왜 탈두암(脫頭庵)이라 하지 않고 탈골암이라 했겠는가.
아무튼 탈골암은 조선시대에 벽암 대사라는 분이 한 차례 더 중건했다고 하는데 6·25 때 불타버린 채 한 동안 빈터로 버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1954년 두기 스님의 원력으로 다시 복원했는데, 본격적으로 불사를 일으킨 것은 1967년 영수 스님이 주석하면서부터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