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된 강순정(76)씨.
장익성
그런데 이후 검찰의 구속영장청구서를 보고서 오히려 난 안심이 되었다.
강순정씨를 수식하는 무시무시한 말들이 계속 나열되어 있었지만, 왠지 그것뿐이고, 위험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니 이게 간첩?'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뿐이었다. 과연 구속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2007년 1월 9일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정치권 및 재야 동향 등 국가기밀을 북한에 보고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강순정(76)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많은 언론들은 이 사실을 두고 통일운동을 빙자하여 간첩활동을 해온 강순정씨가 드디어 간첩혐의로 구속기소되었다는 식의 기사를 실었고, 계속된 간첩사건에 많은 국민은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럼 이 사건의 재판결과는 과연 어떠했을까? 언론이나 검찰의 호들갑과는 달리 간첩혐의에 대해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처음 내가 구속영장청구서를 보고 안심했던 부분이 그대로 재판에서도 인정된 것이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한 마디로 변화된 상황이 가지는 힘이다.
80순을 바라보는 강순정씨의 간첩혐의는? 검찰은 강순정씨가 북한에 5차례에 걸쳐 총 16종의 국가기밀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국가기밀이라고 주장한 것들 중에 중요한 것은 아래와 같다.
▲ 통일로 가는 길 제25호, 제26호
▲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이 작성한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과 주한 미군의 철수'
▲ 미군 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 심미선 양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에서 만든 사진 105매 ▲ '남북대결 조장하고 국민허리 휘게 하는 2003년도 국방예산의 대폭적인 삭감을 촉구한다'는 제하의 유인물
▲ 제6차 범민족대회 비디오테이프
▲ 보안관찰대상자 인권침해실태
▲ 사월혁명회보 제68호
▲ <통일의 길에서> 제12호
▲ 한총련 관련 정치수배해제 입장발표 기자회견 자료집 먼저 위 자료 중 '통일로 가는 길' '통일의 길에서', '사월혁명회보' 등은 모두 단체들의 회지로서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정보다. 그리고 사망한 여중생의 사진들은 오랜 기간 그리고 많은 장소에서 전시되었었고, 언론에도 실렸던 사진들이었다.
심지어 '보안관찰대상자 인권침해실태'라는 문건은 국가인권위에서 민가협 등에 의뢰하여 제작한 것으로 국가인권위에 의하여 많은 공공기관에 배포됐으며, 지금도 국가인권위원회의 홈페이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료이다.
그리고 유인물이나 기자회견자료집의 경우 역시 유인물의 배포나 기자회견과 동시에 인터넷에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료였다. 과연 간첩죄가 인정될 만한 자료들인가?
인터넷 시대와 국가기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