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빠진 아침드라마

등록 2007.10.09 11:04수정 2007.10.0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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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침드라마의 그녀들은 착한 딸이요, 엄마요, 아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침드라마의 그녀들은 착한 딸이요, 엄마요, 아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 IMBC

아침드라마의 그녀들은 착한 딸이요, 엄마요, 아내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 IMBC

 

방송 3사에서 약속이나 한 듯 아침드라마 세 편이 동시에 출항했다. 그동안 선정성으로 비판받던 아침드라마는 어느 틈엔가 시청률 면에서 방송사에 효녀 노릇을 톡톡히 하게 되었다. 평균 20%를 웃돌기도 하면서 톱스타들이 출연하는 미니시리즈보다 오히려 아침드라마가 영양가가 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톱스타가 아닌 왕년의 톱스타들이 출연한 덕분에 출연료가 상대적으로 낮아 저렴한 제작비를 들이고도 시청률에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방송사에서 세 편의 드라마가 동시에 출발하면서 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아침드라마는 여성들이 이끌어간다!


이번 아침드라마 세 편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극의 주인공이 모두 여자라는 점과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은 여성들이라는 점이다. 아무래도 아침 방송 시간대의 주 시청자가 주부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어쩔 수 없이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MBC <그래도 좋아>의 이효은(김지호)과 SBS<미워도 좋아>의 양동희(김윤경), 제목에 ‘여자’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KBS<착한여자 백일홍>의 백일홍(박소현)이 주인공들.

 

그런데 극중 여성들의 삶이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온갖 고난과 역경이 도사리며 그것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잔다르크’ 유형의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를 부르는 ‘캔디’ 유형에 가까운 캐릭터이다.

 

삼각관계는 보통이며, 가난과 남자의 배신은 둘도 없는 친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거기에 당연히 사랑을 방해하는 악녀가 등장한다.

 

아침드라마 여주인공은 착한여자?

 

극중 주인공들은 남자들로부터 열렬한 구애를 받는다. 물론 그 전에 한 번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지만 집안의 반대 혹은 남자의 야망에 배신을 당한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착한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잘 산다. 만화 캔디 혹은 신데렐라 이야기 구조대로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MBC <그대로 좋아>의 경우 이효은은 딱 ‘캔디’유형이다. 우선 가정부 일을 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역시 집안의 경제력은 전무하다. 여기에다 어머니가 가정부로 일하는 집의 서회장(김용건) 사이에서 낳은 사생아이며 이복동생 서명지(고은미)는 언니를 괴롭히는 '이라이자'다.

 

그뿐이 아니다. 7년동안 수없이 ‘사랑한다’를 외쳤지만 김태주(김현균)와의 결혼은 끝내 태주의 누나(차주옥)의 완강한 반대로 실패로 끝나고 훗날 윤석우(이창훈)와 사랑 없는 결혼을 하게 되고 이혼을 하며 다시금 사랑을 회복해 재결합을 한다. 한편으로 구두 디자이너로 열심히 일하며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이효은이다.

 

a  착한 그녀들이기에 불행도 나의 운명이라 받아들이며 꿋꿋하게 이겨내는 캔디 유형의 인물들이다.

착한 그녀들이기에 불행도 나의 운명이라 받아들이며 꿋꿋하게 이겨내는 캔디 유형의 인물들이다. ⓒ SBS

착한 그녀들이기에 불행도 나의 운명이라 받아들이며 꿋꿋하게 이겨내는 캔디 유형의 인물들이다. ⓒ SBS

SBS <미워도 좋아>의 양동희도 이효은과 이복자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구한 운명이다. 시골처녀인 양동희는 첫사랑 황준혁(유태웅)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지만 준혁은 야망 때문에 동희를 버린다.

 

그래서 졸지에 미혼모가 된 그녀이지만 다소 과하게 웃는다고 해서 ‘오버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누구보다 씩씩하고 활달하다. 그리고 훗날 이혼남인 윤현수(최필립)와 사랑에 빠진다.

 

결국 남자의 배신으로 미혼모가 되어 어렵게 아들을 키워나가며 꿋꿋하게 살던 그녀는 재벌 이혼남을 만나 신분상승을 하게 된다. 역시 캔디와 신데렐라 이야기를 섞어 조합해 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KBS <착한 여자 백일홍>도 마찬가지다. 백일홍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착한 여자다. 이름도 백일동안 붉게 피는 꽃, 백일홍. 술에 취한 아버지가 백일홍전설을 들려주며 여자는 지조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이가 셋이나 되며, 천성이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여자이며, 오지랖 100단이다. 또한 역시나 가난하고 남편은 죽고 시어머니를 홀로 부양하며 살아가지만 역시나 씩씩하며, 긍정적이다. 하지만 역시나 멋진 남자 차승표(이시환)와 장남기(최환준)에게서 구애를 받으며 삼각관계에 빠진다.

 

아이가 셋이나 있는데 젊은 남자들에게 구애를 받는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착하기 때문에 백일홍은 구원을 받는다.

 

착한 여성 콤플렉스에 빠진 아침드라마


그런데 실제로 착한 여자가 인기가 있을까? 오히려 연애와 사랑에서 마냥 순정파는 통하지 않는다. 시쳇말로  ‘곰 보다 여우가 좋다’라고 말하는 남자들이 일반적인데, 착하딘 착한 이 여성들을 과연 남자들이 사랑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며, 구시대적인 발상 혹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연애와 사랑이 마음과 마음으로 나눈다고는 하지만 마냥 한 남자만을 지고지순하게 바라보는 여성에게 남성은 답답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일례로 MBC드라마넷 <삼색녀>에서 ‘착한 여자’를 주제로 다룬 적이 있다. 이야기인 즉 남자 친구의 말에 무조건 순응하고 따라주었지만 훗날 착해서 싫다고 차였다는 것. 그리고 삼색녀와 게스트들은 모두 하나같이 ‘착한 여자보다 나쁜 여자’가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시청자들의 수다댓글에서도 착한 여자보다 나쁜 여자가 되라는 충고를 대다수가 남기기도 했다. 물론 ‘착한 남자는 착한 여자를 알아보고 무한한 사랑을 주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a  애정 없는 결혼을 해도, 미혼모가 되도, 아이 셋을 키워도 착하면 언젠가 복을 받는 인과응보의 상투적인 결말로 맺는 아침드라마

애정 없는 결혼을 해도, 미혼모가 되도, 아이 셋을 키워도 착하면 언젠가 복을 받는 인과응보의 상투적인 결말로 맺는 아침드라마 ⓒ KBS

애정 없는 결혼을 해도, 미혼모가 되도, 아이 셋을 키워도 착하면 언젠가 복을 받는 인과응보의 상투적인 결말로 맺는 아침드라마 ⓒ KBS

이효은, 양동희, 백일홍 모두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도 하고, 너무나 곧은 성격의 소유자들이기에 바른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착한여자로 분류되는 것은 남자의 배신 혹은 집안의 결혼 반대에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의 운명이라 믿고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또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 그들과의 사랑에서도 너무나 일방적으로 남자들에게 주도권을 내줘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세 명의 여성 모두 지극히 착한 여성들이다. 즉 아침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요즘 트렌드에서 바라본다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인물들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을 착한 성격의 소유자로 만드는 것은 그동안 그들이 착할수록,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 겪을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MBC<있을 때 잘해>의 오순애(하희라)와 <내 곁에 있어>의 장서희(최명길)와 서은주(이윤지)는 모두 착했고,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물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아침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성했던 주역들이다.

 

결국, 아침드라마 주인공들이 착한데도 계속해서 불행한 것은 시청률을 의식한 것으로 현실성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에게는 아침드라마 시간대에 시청률을 평정해 방송사 효녀 노릇을 하기도 벅찰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극중 인물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복제된다면 시청자들은 언젠가 아침드라마를 외면할지도 모른다. 조금 더 현실적인 극중 인물들로서 아침드라마의 인기를 이어가고자 제작진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세 편의 아침드라마 관전 포인트

MBC<그래도 좋아>, 슬퍼도 외로워도 그래도 좋단다!

내용_ 김지호 이창훈 주연의 <그래도 좋아>는 여주인공 이효은이 사생아로 태어나 가난과 힘겹게 싸우며, 애정 없는 결혼을 선택한 뒤 겪는 시련의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제화업계를 배경으로 이효은이 구두 디자이너로 성공해가는 과정과 함께 이복동생으로부터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결코 넘어지거나 낙담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행복함을 찾는다.

관전 포인트_ 극중 주인공 이효은이 얼마나 불행하고, 얼마나 시련을 겪으며, 얼마나 괴롭힘을 당하느냐가 관전 포인트이다. 아마도 이효은이 불행질수록 시청자들은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며 동정표를 몰아 줄 것이다.

차별화_ 비슷비슷한 성격의 캐릭터인 ‘캔디’ 유형의 인물들이 동시간대 다른 드라마에서도 겹치기 때문에 이효은이라는 인물과 대적하는 악녀 이복동생 서명지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악행을 저지르느냐에 시청률이 달려있다.

취약점_ 선악구도 때문에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낄 수 있으며, 가난한 여성과 재벌 남자의 사랑도 진부한 소재이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

SBS<미워도 좋아>, 미워도 좋다니, 어찌하리오!

내용_ 김윤경과 이필립이 주연을 맡은 <미워도 좋아>는 낙천적인 성격의 미혼모 양동희와 한 이혼남 윤현수의 사랑 만들기가 주요 내용으로 다루어진다.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받고 미혼모가 되지만 비관하지 않고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아이를 키우며 밝게 살아간다.

관전 포인트_ 극중 양동희가 미혼모임에도 사회적인 시선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경쾌함과 신분이 다른 미혼모와 이혼남의 풋풋한 러브스토리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다소 미혼모와 이혼남의 사랑이 다루어지지 않던 소재여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

차별화_ 가난하고, 공부를 많지 하지 못한 여성과 재벌의 서자의 러브스토리가 흔하디흔하지만 그들이 각각 미혼모와 이혼남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색다른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그녀를 배신한 황준혁과 그의 아내이자 윤현수의 이복동생 강윤진(이서연)의 방해공작이 얼마나 치밀한가에 따라 인기 상승폭이 오락가락 할 것으로 보인다.

취약점_ 다소 주인공들이 상대 드라마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윤수현을 연기할 이필립은 거의 신인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줌마 간다>와 비슷한 분위기여서 이를 극복하는 것도 <미워도 좋아>의 과제다.

<착한 여자 백일홍>, 착해서 마냥 웃는 이 여자!

내용_ 박소현의 <착한 여자 백일홍>은 아버지가 다른 세 자식을 키우게 된 여인이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주인공은 정이 많고 오지랖이 넓은 여자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관전 포인트_ <아줌마 간다>의 나오님과 비슷하지만 그녀보다 덜 억척스럽다. 오히려 철없는 엄마로 너무나 착하고 오지랖 100단인 그녀이다. 그녀의 좌충우돌 성공기가 드라마의 인기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_ 박소현이 오랜만에 연기를 재개해 그동안 지적인 이미지를 보여준 그녀가 망가지는 연기를 얼마나 잘 해 낼 수 있느냐가 드라마의 차별화를 좌지우지 할 것으로 보인다.

취약점_ 아이들을 홀로 키우는 엄마의 성공기는 이제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식상한 소재로 상대 드라마 <미워도 좋아>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차별화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착한 여자 #아침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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