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학 나오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88만원 세대>는 절망으로 답한다. 사진은 지난 2006년 '서울대학교 학위수여식' (사진은 기사내용과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교육의 기회는 확장되었으나 계층 간의 이동은 오히려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코흘리개인 나조차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10대인 내가 묻는다. 죽어라 공부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인생의 귀한 시간들을 모조리 투자해서, 나의 성적표를 1등급으로 채우면, 잘 살 수 있나요?
우리의 어른들은 과연 뭐라고 대답해 줄 것인가?
10대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정말로 성적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학교 공부 열심히 하면 삶이 술술 풀릴 거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10대는 찾기 힘들 것이다. 미디어와 몇몇 어른들의 말씀은 이미 10대에게 답을 주었다.
대학에 가면 또 대학의 학점을, 토플·토익 점수를(이미 10대들이 토익·토플을 준비하고 어른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기도 한다!), 또다른 외국어 능력을, 혹은 외국 대학의 학위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쳐야 한다는 것을 10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심지어 그렇게 해도 '잘 살 수 없다'는 현실을 알고 있는 10대는 얼마나 될까?
우리가 어떤 20대가 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 감각이 없다는 것은, 현재의 20대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무지하다는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20대의 현실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기엔 10대의 현실이 너무나 암울하다.
백수? 비정규직? 고시 준비?20대가 된다는 것은 지긋지긋한 두발제한, 복장제한, 수능을 향해 강요된 미래에서, 12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바친 악몽 같은 인질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10대에게 20대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해방'일 뿐이다. 끔찍한 감금의 현실 속에서 다가올 해방의 흥분에 도취된 인질들에게 '해방 후의 현실'을 직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잔혹하기조자 하다.
그러나 10대에게 20대의 현실은 가린 채 "그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대학 가서 다 하면 돼"라고 맹목적인 '20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더더욱 잔혹한 일이다. 실제로 아주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잔혹극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