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총정원을 놓고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그 논란의 핵심은 교육부총리의 총정원 보고(報告)가 보고절차라는 요식적 행위이냐 아니면 특별한 경우에 내용심사가 가능하냐에 있다.
교육부는 소관 위원회에 보고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고 국회교육위는 총정원의 적극적 수정권은 없더라도 조정의견을 고려할 것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간단히 쟁점 정리만 해보기로 하자.
로스쿨법에 의하면, 로스쿨 총입학정원은 교육부장관이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 및 법조인의 수급상황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정하도록 하면서, "이 경우 교육부장관은 총입학정원을 미리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조제1항).
첫째, ‘보고’의 절차적 의미가 무엇인가의 점이다. 이 문제는 로스쿨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로스쿨법안이 국회에서 입법이 지연되었던 것은 ‘총정원’ 규정을 법률에 삽입하자는 것에 대한 대립 때문이었는바, 당시 동법이 정상적으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총정원에 대한 사항을 추후에 국회에 보고토록 유보하는 규정을 둠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입법과정을 고려할 때, 보고의무 규정을 “동의권의 유보” 규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동 법률의 입법취지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단순한 요식절차로서의 보고라는 사실행위가 아님은 명백하다.
둘째, ‘동의권유보’를 의미하는 ‘보고’의 실체적 의미가 무엇인가의 점이다. 국회입법절차상 모든 사항을 법률로써 규율할 수 없는 한계로 인해 우리 헌법은 행정부에 위임입법의 형식을 허용하고 있다. 이 경우 행정부의 자의적 행정입법(시행령․시행규칙) 권한의 행사를 막기 위해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헌법 또는 개별법률에서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는바, 이것을 동의권유보(Zustimmungsvorbehalt)라고 한다.
독일의 경우를 보면, 법률로써 그 수권의 내용·목적·범위를 정하여 법규명령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에 대한 연방상원(참위원)의 동의를 요하도록 헌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독일헌법 제80조). 즉,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률규정을 직접(‘동의’라는 표현으로) 또는 간접적으로(동의권유보적 ‘보고’라는 표현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본다.
여기서 동의 또는 동의권유보적 보고는 사전적 동의(Einwilligung)와 사후적 승인(Genehmigung)으로 구분된다. 행정부의 결정행위의 효력요건으로서 사전적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무효이고, 사후적 승인이 없는 경우에는 유동적으로 무효이다. 따라서 단순한 요식절차가 아닌 한 동의권유보적 의미의 보고는 국회의 동의 내지 승인을 받지 못하면 무효일 수밖에 없다.
셋째, 앞의 이유에서 볼 때 우리 로스쿨법상 정부의 국회 보고의무 규정은 단순한 통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입법취지에 의하더라도 국회에의 보고는 최소한으로는 합의(合意)로서의 ‘협의’ 또는 ‘동의’를, 최대한으로는 ‘승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의 보고사항인 1500명안(2013년 2000명안)은 이미 최종합격자 수를 확정해 놓고 꿰어맞추기를 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로스쿨 졸업생의 약 30%만을 합격률로 예정하고 있음이 추정된다. 즉, 정부의 총정원 도출 논거가 제시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를 추정해보건대, 정부는 현행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고려하여. 로스쿨졸업생이 배출되는 첫 해인 2012년에 500명, 2013년 800명, 2014년 1100명, 2015년 1400명, 2016년 이후 1500명의 합격생을 배출시키고자 하는 것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그에 대한 추정논거는 별표 참조). 오늘은 첫 해인 2009년에 총정원을 1800명으로 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현행 사법시험의 2011년까지의 존치를 명분으로 로스쿨 총정원 및 그 졸업생들의 최종합격자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악의적인 숫자놀음을 그만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국회 역시 동네 아이들 싸움인 양 교육부와 '보고'의 의미에 대한 입씨름이나 하지 말고, 그것이 "동의권의 유보"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보다 당당하게 이를 유권해석하여 그 여부를 논의하도록 해 주기 바란다. 법률상의 "보고의무" 규정을 국회 스스로 유권해석하지 않고 도대체 어느 기관에 유권적 의견을 듣고 그에 따라 다음 보고를 진행하라는 것인지 그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 스스로 "보고"의 의미를 "동의", 또는 의사의 합치로서의 "합의" 내지 "협의"로 유권해석 한 후 그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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