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시대인 8세기에는 약사신앙이 널리퍼져, '약사불'이 유행했다. 약사불은 한 손에 동그란 약단지를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손기영
입구에 들어서자 여느 전시실과 같이 '연대표'가 걸려 있었다. 평소 같으면 발걸음이 무심코 지나쳤겠지만, 다른 종교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연대표 앞에서 나를 멈추게 했다. 꼼꼼히 내용을 살펴보았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흥미로운 사실들이 눈에 들어왔다.
'삼국시대인 6~7세기에는 반가사유상이 유행되었고, 통일신라의 전성기인 8세기에는 약사불이 많이 제작되었습니다. 또 통일신라의 국운이 쇠퇴해 고려시대로 넘어가려고 할 때는 비로나자불이 만들어졌고 삼국시대에 등장한 삼존불은 조선시대까지 크게 유행했습니다.'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흥미로웠지만, 곧 어려운 불교용어들이 압박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전시실에는 이를 친절하게 설명한 게시물들이 있었다.
우선 다리를 한 쪽 무릎에 얹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의 잠긴 모습을 하고 있는 '반가사유상'은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샷다르타 대자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미륵'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또 '약사불'은 8세기 약사신앙에 기인하는 것으로, 모든 육체의 질병뿐만 아니라, 무지의 병까지 고쳐주는 부처로써 '대의왕불'이라고도 불린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 손에 둥근 약단지를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통일신라 후기에 등장한 '비로자나불'은 부처의 진리가 태양의 빛처럼 우주에 가득 비치는 것을 형상화한 불상이라고 했다. 나라가 망해가는 시기 백성들의 마음은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다.
시대 따라 불상 유행도 변해...백성들의 간절한 마음 담겨 있어마지막으로 삼존불은 과거,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세 개의 부처로 이루어진 불상이라고 했다. 과거불은 '연등불', 현재불은 '석가모니불', 미래불은 '미륵불'이며, 고려시대 삼존불은 다른 때와 달리 아미타불(서방에 있는 극락정토에 머물고 있는 부처)과 자비를 상징하는 관음보살, 지혜를 상징하는 대세지보살로 구성되어 있었다.
시대별로 불상의 유행은 변화되고 있었다. 나라의 흥망성쇠에 따라 백성들이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불상 제작에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불상은 그 시대의 민심을 담은 표상이었다.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흥미로운 점을 더 발견할 수 있었다. 불상은 '부처상(석가모니)'과 '보살상'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불교조각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는 불상들이 모두 같은 줄만 알았던 내겐 새로운 발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