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따우 해변 - 타이어 튜브가 내 어린 시절 물놀이를 떠올리게 한다.
이강진
숙소에 가는 중간에 오토바이를 보내고 혼자 해안으로 난 보도를 걸었다. 바다 먼 곳에는 검은 구름이 두껍게 걸려있다. 비가 오고 있을 것이다. 해는 구름으로 들어가 있다. 조금 후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해안에 나와 더위를 식힌다. 하루 중 가장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때이다.
저녁 시간이다. 먹을 것을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낯선 도시를 어슬렁거린다. 식당가에는 해변 도시임을 상기시키는 해산물이 수족관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새우, 오징어 그리고 꽃게가 많이 보인다. 혼자이기에 간단한 해산물을 시켰다. 앞자리에 앉은 외국 손님들의 식탁에는 꽃게를 비롯한 푸짐한 접시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혼자 여행하는 외로움을 느낀다.
식사 후 저녁 바다를 찾았다. 해안에는 분수도 있는 제법 큰 공원이 있다. 열심히 팔을 흔들고 걸으며 운동하는 중년의 남녀를 비롯해 가로등 불빛이 희미한 곳에는 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나눈다. 그 사이로는 자전거에 음료수와 과자 등을 잔뜩 싫고 손님을 찾아다니는 행상이 있으며 분수 주위에는 놀러 온 사람에게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가 서성거린다. 아주 옛날 남산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사진사가 생각난다.
숙소를 향해 골목길을 들어서니 요란한 불빛 아래 아가씨들이 앉아 손님을 부른다. 심지어는 오토바이를 탄 여자들도 따라오며 호객행위를 한다. 내가 아는 공산주의 국가와 너무도 다름을 다시 실감한다.
아침에 일어나 붕따우를 상징하고 있는 예수상이 있는 산을 가 보았다. 산이라고 해야 300미터를 넘지 못하는 산이다. 그러나 더운 날씨에 올라가노라면 땀에 옷이 흠뻑 젖는다. 산 정상에 오르니 높이가 30미터나 되는 거대한 예수상이 모습을 나타낸다. 두 팔을 벌린 예수상의 모습이 사진에서 보았던 남미 브라질의 예수 동상을 연상케 한다. 예수상의 꼭대기 까지 층계를 통해 올라갈 수 있다. 예수상의 어깨에 올라가 봉따우를 내려다본다. 어제 가 보았던 해안과 신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