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도 있는 브라질의 예수상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베트남의 해변 도시 '붕따우' (2)

등록 2007.10.27 11:43수정 2007.10.2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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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태운 오토바이는 해안가 도로를 따라 붕따우 신시가지로 향한다. 백사장이 나온다. 해변의 길이는 약 4킬로미터라고 한다. 해변에서는 사람들이 바다를 즐기고 있다. 해안을 따라 새로 닦은 도로변에 호텔이 즐비하다. 새로 짓는 고급 호텔도 눈에 뜨인다. 붕따우 앞바다에서 기름이 나오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많은 도시라고 한다. 한국의 기름 회사도 이곳에 진출해 있다. 해변에 앉아 매주 한 잔으로 더위를 식혀본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해안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셔본다. 호치민시에서 맛보기 어려운 즐거움이다.

 이국의 정서를 느깨게 해주는 베트남 고깃배
이국의 정서를 느깨게 해주는 베트남 고깃배이강진

 붕따우 해변 -  타이어 튜브가 내 어린 시절 물놀이를 떠올리게 한다.
붕따우 해변 - 타이어 튜브가 내 어린 시절 물놀이를 떠올리게 한다. 이강진

숙소에 가는 중간에 오토바이를 보내고 혼자 해안으로 난 보도를 걸었다. 바다 먼 곳에는 검은 구름이 두껍게 걸려있다. 비가 오고 있을 것이다. 해는 구름으로 들어가 있다. 조금 후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해안에 나와 더위를 식힌다. 하루 중 가장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때이다.


저녁 시간이다. 먹을 것을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낯선 도시를 어슬렁거린다. 식당가에는 해변 도시임을 상기시키는 해산물이 수족관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새우, 오징어 그리고 꽃게가 많이 보인다. 혼자이기에 간단한 해산물을 시켰다. 앞자리에 앉은 외국 손님들의 식탁에는 꽃게를 비롯한 푸짐한 접시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혼자 여행하는 외로움을 느낀다.

식사 후 저녁 바다를 찾았다. 해안에는 분수도 있는 제법 큰 공원이 있다. 열심히 팔을 흔들고 걸으며 운동하는 중년의 남녀를 비롯해 가로등 불빛이 희미한 곳에는 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나눈다. 그 사이로는 자전거에 음료수와 과자 등을 잔뜩 싫고 손님을 찾아다니는 행상이 있으며 분수 주위에는 놀러 온 사람에게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가 서성거린다. 아주 옛날 남산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사진사가 생각난다.

숙소를 향해 골목길을 들어서니 요란한 불빛 아래 아가씨들이 앉아 손님을 부른다. 심지어는 오토바이를 탄 여자들도 따라오며 호객행위를 한다. 내가 아는 공산주의 국가와 너무도 다름을 다시 실감한다.

아침에 일어나 붕따우를 상징하고 있는 예수상이 있는 산을 가 보았다. 산이라고 해야 300미터를 넘지 못하는 산이다. 그러나 더운 날씨에 올라가노라면 땀에 옷이 흠뻑 젖는다. 산 정상에 오르니 높이가 30미터나 되는 거대한 예수상이 모습을 나타낸다. 두 팔을 벌린 예수상의 모습이 사진에서 보았던 남미 브라질의 예수 동상을 연상케 한다. 예수상의 꼭대기 까지 층계를 통해 올라갈 수 있다. 예수상의 어깨에 올라가 봉따우를 내려다본다. 어제 가 보았던 해안과 신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브라질의 예수상을 연상케하는 붕따우의 예수상 - 어깨까지 내부 층계를 통해 올라갈 수 있다.
브라질의 예수상을 연상케하는 붕따우의 예수상 - 어깨까지 내부 층계를 통해 올라갈 수 있다. 이강진

 예수상 어깨에 올라가 바라본 붕따우 시가지.
예수상 어깨에 올라가 바라본 붕따우 시가지.이강진

돌아갈 시간이다. 다시 배에 오른다. 부두에서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하며 호치민시와 비교할 수 없는 맑은 공기를 가슴 속 깊이 들이마신다. 배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옆자리에 앉은 베트남 사람이 꽤 잘하는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붕따우에 있는 기름 회사에 다닌다고 한다. 한국에 가 본적이 있다며 한국에 대한 칭찬이 대단하다. 나도 베트남 자랑을 해주며 베트남의 자존심을 추겨준다. 사람들이 착하고, 자원이 풍부해 미래가 있으며 얼마 전의 한국을 보는 것 같다는 등.


베트남에 살다 보면 한국에 갔다 온 것을 자랑으로 이야기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런 사람을 만날 때 마다 혹시 한국에 대해 나쁜 기억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여 조금은 걱정도 된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인종 차별 소식이 극소수의 예외적인 이야기이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글로벌 빌리지(Global Village)라고 부르고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이다.          

덧붙이는 글 | '붕따우'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베트남 다른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올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붕따우'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베트남 다른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올리겠습니다.
#붕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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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바닷가 도시 골드 코스트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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