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관람객.모나리자 앞을 수많은 관람객들이 둘러싸고 있다.
노시경
끝도 없이 이어지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이 모나리자 안내표지판은 모나리자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모나리자가 모셔져 있는 방은 마치 미술관의 다음 구역을 연결하는 작은 복도처럼 이어져 있었고, 모나리자는 아예 단독 전시실의 한쪽 벽면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모나리자 앞에는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는 강력한 방탄유리가 끼워져 있고, 그 유리 내부는 자동으로 습도와 온도가 조절되고 있었다. 유리 안에 갇힌 모나리자의 앞에는 관람객들의 가까운 접근을 막는 통제선까지 설정되어 있고, 통제선 밖에서는 박물관 직원들이 모나리자가 다치지 않도록 관람객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모나리자는 그 곳에 당연히 있지만, 그 앞에서 직접 모나리자를 일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나리자 앞을 수많은 관광객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그 군중을 뚫고 모나리자에 접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당 1500명이 모나리자를 찾는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드는 것 같다.
나는 이 군중을 뚫고 앞으로 전진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나의 가족은 유명세의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모나리자가 거기에 잘 있는지 확인을 해야 되는 상황 속에 있었다. 나는 나의 딸이 이 많은 사람 사이에서 다치지 않을지, 여기에서 내 딸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
순간, 순식간에 딸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자기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군중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나는 모나리자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딸이 어디에 있는지 빨리 확인해야 하는 상황 속에 들어와 버렸다. 나는 군중의 중앙을 뚫고 들어가는 것은 포기하고 군중의 왼편으로 돌아들어갔다. 모나리자를 찍는 것은 포기한 것이다. 아직 어려 키가 작은 나의 딸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 것인가?
애 엄마는 모나리자 전시실 입구를 막고 서 있고, 나는 보이지 않는 딸 때문에 초조해졌다. 한참 걱정을 하고 있을 즈음, 모나리자 사진 촬영을 하는 군중들의 가장 앞으로 딸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딸이 자리싸움 끝에 덩치 큰 외국의 관광객들을 제치고 안정적인 자세로 모나리자를 촬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