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지역언론 기자들과 이주노동자지원단체 활동가가 배석한 가운데 점심식사 후 재개된 회의에서 대다수 의원들의 적극적인 질의와 부천시청 총무과장의 대표답변, 5조 지원대상 관련한 국제교류팀장의 참고답변으로 ‘외국인조례’ 관련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외국인조례’ 제5조 지원대상의 단서조항(‘「출입국관리법」등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자’)을 둘러싼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를 의식하고 준비한 듯, 총무과장은 김관수 의원의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위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맥락이 맞지 않는 답변을 하던 중 서울신문 시민게시판의 글을 인용한다며 ‘불법체류자는 대한민국의 시한폭탄’이라는 제목의 글을 비장하게 낭독하기 시작했다.
안산 원곡동의 파키스탄인이 한국여성을 30분간 강간하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었다는 둥 의 선정적이며 질문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내용의 답변을 막무가내로 이어가는 그를 보다못한 윤병국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으로 막아섰으나, 위원장은 전혀 제지 의사를 보이지 않았고 그는 결국 모든 미등록체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예단하는 극우적이고도 천박한 인권의식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말았다.
시민게시판의 글을 읽은 의도와 게시자를 묻는 윤병국 의원의 질문에도 그는 당황한 듯 강연대의 자료를 뒤적이고 얼버무리며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는데, 그의 발언을 요약하자면 결국 모든 미등록체류자는 범죄자이며 강간범이라는 위험천만한 일반화의 오류를 거침없이 주장하는 내용이어서 지켜보는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더구나 확인 결과, 총무과장이 출처라고 밝힌 서울신문의 인터넷 웹싸이트에서는 시민게시판도 자유게시판도 찾을 수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그 글의 출처는 다음의 모 블로그로 게시자는 자신의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라며 전한 소위 ‘카더라’ 통신의 내용을 시대소리뉴스라는 언론 매체의 글과 함께 실은 것이었다. 외국인 지원 업무를 하던 사람이 올린 글이라는 총무과장의 강조 역시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한편, 부천시의 민간의견 수렴 노력과 관련해서도 불확실한 정보를 근거로 한 응답이 이어졌다. 부천시가 ‘외국인조례’ 입법 예고 후 3회의 민간단체 간담회를 개최했다는 보고에, ‘외국인조례’ 의원발의를 준비했던 윤병국 의원은 지난 8월 서강진 의원과 공동으로 소집한 간담회에서 부천시가 수정조례안을 내겠다며 이후 간담회 개최를 약속했다가 불과 한 달 여 만에 기습적으로 입법 예고한 사실을 확인하며 반박했다. 그러나 총무과장이 이에 대해 적절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위원장을 포함 8명의 의원이 한두 차례의 질의를 돌아가며 하는 동안 그가 한 대답의 요지는 대체로 ‘불법체류자의 범죄 우려’ 주장과 ‘행정자치부 지침이므로 조례 제정’을 애걸복걸하는 것이었다. 그의 논리 없는 답변이 반복되는 것을 보다못한 유중혁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질문에 적합한 대답을 요청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연, 외국인 지원을 총괄하는 부서의 담당자로서 소양과 자격을 갖춘 인물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부천시청 총무과와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환상의 짝꿍’
질의응답이 시작되고 총무과장이 ‘서울신문 시민게시판’의 글을 비장하게 낭독하는 순간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기는 했지만, ‘외국인조례’와 관련해 소관부처의 장인 그에게서는 적절한 답변을 받쳐주는 최소한의 논리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시민단체들과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5조와 관련한 질의에서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뒷좌석에 배석해있다가 이따금 다급하고도 상기된 자세로 총무과장에게 귀엣말을 건네던 국제교류팀장이 참고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나마 비교적 정제된 언어로 답변을 하는 듯 했으나, 그가 한 발언의 요지는 단서조항을 두는 이유가 ‘불법’체류자의 중복 지원을 방지하고, 명시적 조항이 없을 경우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므로 조례의 명확성이 침해된다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옹색한 것이었다. 나아가 그는 단서조항을 달아도 ‘불법’체류자의 지원은 계속될 수 있으며 종교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지원은 지속될 것이라는 말을 덧붙임으로써 자신들이 상정한 조례의 비현실성을 그 자리에서 인정하고 말았다. 결국 조례의 제정 목적이 오직 행정자치부의 시달 지침을 완수하기 위한 것이며, 현실이야 어떻건 조례는 명확해야 한다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발상의 궁색함을 고백한 꼴이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행정복지위원장은 시와 시민과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광의의 거버넌스’라는 미명 하에, 종교단체와 시민단체에서 ‘불법’체류자의 지원을 계속하면 된다는 공허한 조화론을 내세웠다. 종교단체와 시민단체가 미등록체류자를 지원하는 것은, 각 단체의 가치 지향과 인권적 신념 때문이지 결코 제도의 사각지대를 떠받치고 왜곡된 시정의 원활한 수행에 복무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는 결국, 법제는 비현실적으로 갈테니 당신들은 계속 불법을 하라고 부추기는 꼴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물론 몇몇 의원의 발언에서는 거주외국인 지원을 통해 조화롭고 평등한 지자체 만들기의 초석을 놓으려는 인도적인 조례 제정에 대한 견해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심의회의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논의에서 ‘외국인조례’는 통과되었다. 결국 제정과 동시에 개정 요구에 맞부닥칠 조례를 탄생시킨 것이다.
부천시 거주 외국인 지원, ‘쇼를 하라?!’
결과적으로,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했던 ‘외국인조례’ 심의회의 방청은 부천시청 총무과장이라는 걸출한 무개념 공무원을 뇌리에 각인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다했다. 오죽하면 질의응답이 모두 끝나자 뒷좌석에 배석해 총무과장을 향해 눈꼬리를 올리던 직원의 입에서조차 외국인을 지원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흘러나왔을까.
윤병국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이 지적했듯이, 합법적인 체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례에 근거한 지원은 분명 기존에 지자체가 진행해왔던 것보다 훨씬 퇴보하는 것이다.
이제 부천시는 허울좋은 졸속 조례에 근거하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의 거주외국인 지원 행정을 펼치게 될 것이다. 경기도에서 여섯 번째로 거주 외국인이 많은 도시 부천에서, 경기도의 ‘외국인조례’가 보류되었음에도 외국인의 급증을 이유로 대며 강행한 조례 제정의 결과는 현실을 곡해하는 탁상행정의 가장 신랄한 결과물이 될 것이다.
단지 출입국관리법을 어겼을 뿐인 ‘인간’에 대한 공무원들의 기계적이고도 편협한 사고와 다수 시의원들의 무책임한 처사가 야기할 문제들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불어 지역 거주민의 최소한의 인권조차 안중에 없이 오로지 행자부 시달 지침의 성공적 완수에만 목을 매고 자충수를 마다 앉는 부천시의 행정편의적 작태를 확인한 것 역시 씁쓸하고 또 씁쓸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아시아인권문화연대는 부천에서 활동하는 이주노동자지원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부천시거주외국인지원조례' 제정과 관련한 긴급 공동행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단체의 강력한 항의와 '차별없는 조례 제정' 촉구에도 불구하고, 10월 22일 부천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는 시에서 발의한 조례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볼 때 '거주외국인지원조례'와 관련한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2007.10.24 16:35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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