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에 관한 토론의 전제들

교육이 문제다, 그래서 정답은 문국현이다⑤

등록 2007.10.25 08:23수정 2007.10.2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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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 가지 편향성을 비판하면서 실상 내가 지적하고 싶었던 점은 다른 무엇보다도 다음의 두 가지 점이었다.

첫째, 외국 특히 선진국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식민의 잔재와 전쟁의 폐허로부터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역사적 산물이기도 하다. 구한말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서구의 선진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항상 옳은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리고 당연히 발전된 문물을 배우는 것은 우리에게 이롭다.

그러나 하나의 제도는, 특히 지금 우리가 논하고 있는 교육제도는, 그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른 모든 분야와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한 부분만을 떼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명품 가방 하나 들었다고 갑자기 촌부가 귀부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제도 속에 깃들어 있는 생각을 배우고, 그 생각이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과정을 배우며, 그 장점이 함께 유발하는 단점 또한 종합적으로 사고하면서 우리의 것과 무엇이 같고 다른 지를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지적해야 할 것은 이러한 문제제기들이 선거국면을 이용해 부각되는 것이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의 장래와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좌우하는 교육제도는 수백 차례 신중하게 생각해도 부족할 정도로 중요하다. 누구나 이야기하듯, 교육의 성과물들이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껏 우리는 여러 차례 입시제도를 바꾸어 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일부가 이익을 얻고 또 다른 일부가 손해를 보았겠지만 결과적으로 교육은 여전히 문제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교육의 문제가 단순히 교육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며, 보다 근본적인 토론이 필요한 이유이다.

공교육의 두 요소


나로서는 우리 사회가 교육에 대한 대토론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기는 모두가 표 얻기에 골몰하는 지금이 아니라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여야 한다. 물론 5년마다 한번씩 있는 선거는 앞 시기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당연히 교육에 대한 논의가 없을 수 없고 원칙적인 지향점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다 약속함으로써 결국에는 지키지도 못할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국민을 이끌어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교육은 크게 다음의 두 요소를 적절히 결합시키는 것이다. 우선 교육은 공동체 성원들이 각기 타고난 나름대로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다. 각 개인들의 능력의 합이 공동체의 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은 동시에 사회가 부담할 수 있는 재원을 통해서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분야로 구성원을 재배치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어떤  식으로든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으려면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토론의 세가지 전제

이 두 가지 전제 하에서 현재 우리의 교육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점을 제대로 짚는 것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우리 교육의 역사를 존중하는 것이다. 사실 남북으로 나뉘어 있는 한반도는 정치체제만이 아니라 교육제도에 있어서도 세계의 모든 조류들이 혼합되어 있는 독특함을 보인다.

북한의 사회주의 교육을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 남한의 교육제도에는 유럽교육의 두 뿌리가 각기 다른 길을 통해 전해져 있다. 그 한 뿌리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유래해서 일본을 통해 전해진 공립학교 중심의 체제로 우리의 초중등교육은 여기에 기반하고 있다.

반면 또 한 뿌리는 영국과 미국식의 사립학교 전통인데 서울대와 지방의 국립대들을 제외한 사립대학들이 우리 고등교육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이 영향을 받은 것이다. 사실 이 두 체제의 혼합 내지 공존은 지난 100여년동안 이어져온 것이어서 어느 한편을 부정하고서는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다.

두 번째로 이 한국교육의 특수성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고교 평준화에 대해서 논의할 때에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공교육’과 ‘사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의 혼란 역시 이 특수성 때문이다. 이미 한국의 중등교육과정에서 사립학교들은 공교육의 일부이다.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의 이수를 목표로 하며 학교 운영비의 많은 부분을 국가로부터 지원 받기 때문이다.

국가가 특별한 목표를 위해 고교평준화의 원칙을 벗어나는 조치를 허용할 수는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예를 들어 장애인들에 대한 특수교육을 공교육제도 하에서 행하거나 혹은 도서벽지의 학생들을 위해 특별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가능한 한 원칙은 존중되어야 한다. 수월성을 위한 논의 역시 공교육의 틀 안에서 가능한 방식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고등교육의 재편을 위한 논의 역시 시급하다. 이미 우리 사회의 대학교육은 더 이상 엘리트를 위한 교육이 아니다. 서울대로부터 지방의 사립대학들 모두 종합대학을 지향하는 현재의 체계는 결국 교육의 비효율성과 함께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이다. 중등 교육의 평준화가 원칙이라면 오히려 대학교육은 다양화되고 특성화되어야 한다.

우리의 대학들 모두가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이 될 수는 없다. 일부 대학을 대학원 중심대학으로 전환시키거나 혹은 특수한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특수전문학교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범대나 교육대를 폐지하는 대신 4년제 대학을 마친 사람 중에서 선발하여 2년 정도의 실습과 교육학 전문교육을 통해 교사를 양성하는 교원양성학교와 같은 경우이다. 혹은 지방대학의 육성을 위해서 각 지역별로 특정한 학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대학원을 포기하고 일반교육에 전념하거나 개방대학 형태의 평생교육을 목표로 하는 대학들도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이던 충분한 토론과 합의도출의 과정이 필요하며 각 대학들의 특성화 과정은 정부의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시장의 경쟁에만 맡겨 두었을 때 빚어질 낭비와 혼란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덧붙이는 글 | 지난번에 쓴 글로 ‘파리유학생’이 되어버린 김정인입니다. 이제는 더 빼낼 시간이 없어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이 글은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이제까지 먹은 밥값은 해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참고로 저는, 비록 아직도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하지 못한 학생의 신분이지만, 10년이 훨씬 넘도록 프랑스 교육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처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홍세화 선생님의 ‘대학평준화’를 주장하는 칼럼을 읽고 난 후였는데 아무래도 바로잡을 것이 있어서였습니다. 미적거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마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께서 교육관련 공약을 발표하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몇 마디는 거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입니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이번에는 6개의 글로 짧게 나누어 하루에 2편씩 사흘동안 올리겠습니다. 참고로 다음은 각 편의 제목입니다.

1. 교육이 문제다?
2. 이해찬의 함께 켜져 있는 양쪽 깜박이
3. 홍세화의 프랑스식 모델, 대학평준화?
4. 이명박의 미국식 모델, 자율형 사립고?
5. 토론을 위한 전제들
6. 교육문제, 문국현이 정답이다

본문에서는 편의상 존칭을 생략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번에 쓴 글로 ‘파리유학생’이 되어버린 김정인입니다. 이제는 더 빼낼 시간이 없어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이 글은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이제까지 먹은 밥값은 해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참고로 저는, 비록 아직도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하지 못한 학생의 신분이지만, 10년이 훨씬 넘도록 프랑스 교육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처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홍세화 선생님의 ‘대학평준화’를 주장하는 칼럼을 읽고 난 후였는데 아무래도 바로잡을 것이 있어서였습니다. 미적거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마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께서 교육관련 공약을 발표하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몇 마디는 거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입니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이번에는 6개의 글로 짧게 나누어 하루에 2편씩 사흘동안 올리겠습니다. 참고로 다음은 각 편의 제목입니다.

1. 교육이 문제다?
2. 이해찬의 함께 켜져 있는 양쪽 깜박이
3. 홍세화의 프랑스식 모델, 대학평준화?
4. 이명박의 미국식 모델, 자율형 사립고?
5. 토론을 위한 전제들
6. 교육문제, 문국현이 정답이다

본문에서는 편의상 존칭을 생략하였습니다.
#문국현 #이해찬 #홍세화 #이명박 #교육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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