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착각하지마, 문제는 신자유주의야!

[주장]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등록 2007.10.25 14:02수정 2007.10.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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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기대를 걸고 민주정부를 탄생시키고서도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며 실의와 비탄에 젖은 서민대중 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읍소합니다. 저의 마음도 여러분들과 마찬가지입니다. 국가보안법, 사학법 등 개혁입법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고 그 잘난 절차적 민주주의에 목을 매며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에 질질 끌려 다니던 참여정부와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의 무능함에 치를 떨었습니다.

대북송금에 '퍼주기'라며 달려들던 거대 야당의 공세에 밀려 특검을 도입하고 남의 나라 침략전쟁에 맥없이 우리 병사들을 파병하던 줏대 없는 대미 굴종 외교에 힘 없는 나라 국민으로서 치욕과 서글픔을 느꼈습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책에 별 차이가 없다며 대연정을 주창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변절(?)을 지켜보며 당혹스러웠습니다. 느닷없이 신자유주의의 결정판인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체결해버린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탄생이 시대정신이자 역사적 당위라며 유권자를 설득하여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일조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나서 막지 못해 결국은 서민대중에게 고통을 가중시킨 점에 대해서도 이 나라 지식인의 한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이들 민주정부가 잘못만을 한 것은 아닙니다. 역사의 발전에 일정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 부분까지 우리는 도매금으로 깡그리 매도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국민의 정부는 김영삼 문민정부가 국가파탄으로까지 이른 외환위기를 타개하는데 기여를 했습니다. 물론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난발한 카드로 국민들을 파산으로 이르게 한 점, 국내의 알짜배기 기업까지 다국적 기업의 지배에 무방비로 방치한 점 등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 해서 일부 보수언론과 야당이 만들어낸 ‘경포대’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만, 외형적인 경제지표는 이전 정부들보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돌 맞을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성장률 4.3%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치인 2.7%와 비교하더라도 낮은 수치가 아니며, 2000년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이어 7년 만인 올해 2만 달러, 소비자 물가상승률 임기 내 3.0%, 수출 3천억 달러, 수출증가율 임기 내 19%로 1980년대 이후 역대 정권 중 최고를 기록하고, 종합주가지수 2000 돌파 등 거시경제지표만 놓고 볼 때 결코 노무현 대통령이 ‘경포대’라고 일컬을 정도는 아닌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비판적 시각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도 크게 신장된 것은 사실입니다. 정경유착의 긍정적인 발전, 권위주의의 해소, 복지수준의 발전, 언론 자유의 신장, 사형제도의 존폐를 둘러싼 활발한 논의, 양심적 병력 특례자 문제,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 진전, 사회의 투명성 진전, 암울했던 역사의 부분적 진실 규명, 지방분권의 제도화와 국가균형발전 정책, 행정복합도시 건설, 남북관계의 지속적 진전, 헌법재판관과 대법원 법관 구성원의 다양성 보완 등 역사발전에 상당할 정도로 긍정적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주의․신자유주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채 오히려 그것이 거스를 수 없는 필연적 역사의 흐름인양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요소는 배제한 채 효율성과 경제성이라는 순수 시장경제논리에 따라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거리로 쫓겨난 국민들, 언제 해고 통지서가 날아들지 모르는 정규직․비정규직의 불안감, 공교육이 해결해주지 못해 엄청난 육아비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서민들, 치솟는 부동산과 아파트 가격, 질병이나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정부가 제시하는 거시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경제 체감도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는 12월 19일 치러질 대선은 '경제선거'가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합니다. 민주화 20년, IMF 10년을 맞아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그동안의 급격한 사회변화로 ‘민주-반민주’의 구도로 대표되었던 ‘87년 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전선이 구축되는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유권자들의 생각 역시 온통 이번 대선은 ‘경제’에다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IMF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만큼 국민들이 체험하는 경제 체감도는 나빠진 것입니다. 그래서 대다수 유권자들이 ‘경제 대통령’을 원하고 대선후보로 나선 이들 역시 너도 나도 자신이 경제를 살릴 진정한 경제 대통령임을 자임하며 유권자들을 향해 구애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한 분별력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후보는 이런 국민의 총체적 불안을 비집고 경제 프레임을 선점함으로써 50%가 넘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토대로 오는 12월 19일 대선이 무의미할 정도로 앞서 내달리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의 실패와 이들 정부에 건 국민의 희망과 요청에 대한 배신과 절망감에 빠진 국민조차 순수 시장주의와 순수 신자유주의 정책을 내건 후보를 지지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는 이상한 형국입니다.

경부운하를 뚫어서 만들어질 일자리가 비정규직이라도 좋다, 삶의 질이야 여하튼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 공장이 들어서면 경제가 성장할 것이고, 큰 떡고물은 5%가 갖든 말든 부스러기라도 우리들에게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 내지는 자포자기식 선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상대가 밉다는 이유로 이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비이성적인 국민 선택은 수구반동을 낳을 수 있습니다. 다시는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야기할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개혁정책과 서민생활의 안정정책의 실패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라면 차라리 민주노동당이나 제3의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일 것입니다. ‘정치란 집권세력도 중요하지만 견제세력 역시 중요하다’는 말에 동의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나타난 특정 후보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 지지도는 현 정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경고이자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 후보를 내지 못한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적 저항의 표시일 거라 믿습니다. 개발위주의 토목공화국으로 환원되거나 심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을 핵심으로 내세운 후보를 선택하면 지금의 사회양극화나 서민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 심화되었으면 되었지 결코 그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저는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그러면 경부운하가 건설될 것이고, 지구온난화로 야기될 각종 환경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수도권 규제완화로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수도권 집중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지방분권이나 국가균형발전은 효율성과 능률성이라는 시장논리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되고, 국가의 정책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 중심으로 왜곡될 것입니다. 중앙의 권력과 지방의 권력의 일체화로 독재체제가 도래할 수 있으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의 작동은 훨씬 둔화될 것입니다.

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전 국토는 토목개발사업이라는 명목의 막개발로 만신창이가 되어갈 것입니다. 노동환경의 개선을 외치는 노동자들의 시위현장은 법질서 확보라는 명분으로 그 정당한 주장이 묻히게 될 것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지칭되는 사회양극화는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사회의 5-10%를 향한 정책들이 쏟아져 빈익빈 부익부는 심화될 것이며, 서민대중의 경제적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입니다. 복지정책은 후퇴할 것이고, 우리 사회의 인권수준은 일정 부분 후퇴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지키려는 시민사회세력의 시위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시민단체의 활동은 활성화될 것입니다.

제가 참여정부를 향해 그토록 제기해왔던 친환경정책은 개발이익이라는 또 다른 공익에 밀려나 배부른 자의 사치스런 주장이나 폄훼될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문제는 이제 세계 평화의 문제이자 인류 인권의 문제입니다. 이번 노벨상위원회가 앨 고어 등에게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여한 사실이 이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특목고의 신설로 사교육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며, 어린 자녀들은 일찌감치 입시지옥으로 떠밀리고 부모들은 사교육비 마련에 허덕이며 교육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 상황을 진보-개혁진영의 위기이자 국가적 위기라고 판단합니다. 그것이 학자라는 사람으로 하여금 필드로 나오게 만든 이유입니다. 적어도 우리 사회가 수구반동으로 회귀하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역사적 책무를 갖고 현장으로 나서게 된 것입니다. 어떤 학문 활동보다도 어떤 시민사회 활동보다도 그런 상황을 막는 일이야말로 국가 사회의 발전을 위한 실천적인 지식인의 역할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부디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합니다.
#신자유주의 #경제 #대선 #경부운하 #시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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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상임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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