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2007 드라마 트렌드 ⑥] 아역배우들의 전성시대, 그들의 운명은 소비지향적

등록 2007.10.27 08:36수정 2007.10.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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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민남동생으로 떠오른 아이같지 않은 연기를 선보인 유승호

국민남동생으로 떠오른 아이같지 않은 연기를 선보인 유승호 ⓒ SBS


TV 드라마 아역배우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아마도 요즘 최고의 주가를 날리는 배우를 꼽으라면 배용준도 아니고, 송일국도 아니며, 이서진도 아닐 것이다. 국민동생으로 거듭난 유승호와 박지빈이 아닐까.

특히 유승호는 아이 답지 않은 눈빛 하나로 누나들을 사뭇 설레게 하는 힘을 가졌으니 바야흐로 국민동생 ‘유승호’를 따라 올 상대가 없을 듯싶다. 유승호는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드라마 속 초반에 주인공 어린시절의 연기를 성인들의 연기력과 견줄 정도로 연기를 해냈다.

MBC <태왕사신기>에서는 총명함과 지혜로움을 겸비했지만 스스로의 목숨을 위해 위장한 고독한 왕자로 변신했고, SBS<왕과 나>에서는 어린 나이지만 자신이 사랑한 연인을 위한 위험을 감수하는 로맨티스트이면서 조정 대신의 의견을 맞받아치며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어진 임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록 누나들이 대놓고 내색을 하지는 못하지만 유승호는 누나들의 로망으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반면 박지빈은 어떠한가? 누나들의 로망은 아니지만 귀여운 막내 동생으로 여기며 유승호의 인기에 도전하고 있다.

박지빈은 영화 <안녕 형아!>에서 개구쟁이 역을 무난히 소화했었다. 아역배우 중에선 좀 잘 나갔던 박지빈은 MBC <이산>에서 어린 '산'역을 맡아, 연기력을 인정받은 케이스. 특히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어른보다 연기 잘 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아이 같지 않은 연기를 선보일 수밖에 없는 아역배우들

a  성인연기자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아역배우들은 그들의 극적인 운명을 보여줄 수단이 되고 있다.

성인연기자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아역배우들은 그들의 극적인 운명을 보여줄 수단이 되고 있다. ⓒ IMBC

이처럼 아역배우들이 전성시대를 구가하며 새로운 드라마 트렌드로 떠올랐다. 헌데 최근 들어 아역배우들이 드라마 주인공 ‘운명’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아역배우들이 자신 또래의 연기자보다 아이 같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들은 성인연기자에게 드라마에서 바통을 넘겨줘야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또래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연기를 해서도,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감수성은 극의 몰입을 방해할 뿐, 그들은 성인연기자에게 바통을 넘겨줄 때 시청자들이 느끼는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아이가 같지 않은 연기를 선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리고 그들은 보기 좋게 성인연기자들의 운명이 그럴 수밖에 없음을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고자 극 초반에 종횡무진한다. SBS<왕과 나>에서 처선(오만석/주민수)이 커서 내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죽을 뻔한 위기에 몰렸던 소화(박보영/구혜선)를 구하면서 이미 가슴 깊이 박혀버린 소화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이산>의 이산의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건을 겪은 이산(이서진/박지빈)과 성송연(한지민/이한나). 이런 상황이 되도록 아역배우들이 미리 시청자들에게 작업을 한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은 성인연기자들의 운명과 연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유승호라는 아역배우는 또래의 감수성을 지니기 보다는 나이는 어리지만 눈빛만은 ‘남자의 눈빛’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에게 설레는 여성시청자들의 심리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생각해 보자. 국민여동생 문근영도 그러한 타이틀을 얻기 전 아역배우 시절이 있었고, 그 중심에 <가을동화>가 있었다.

<가을동화>에서 은서(문근영/송혜교)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문근영은 보여주었던 것은 소녀의 순수함과 사랑에 아파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의 이미지가 더해져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또한 <천국의 계단>의 한정서(최지우/박신혜)를 연기한 박신혜도 마찬가지였다.

즉, 아역배우들이 자신의 또래 감수성을 보여주기 보다는 아이 같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며 성인들의 감성을 표출시킬 때 그들은 시청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감성이 적절하게 아이의 순수함과 맞물릴수록 빛이 더해진다.

이처럼 아역배우들이 성인연기자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모습이 부쩍 많아진 것은 블록버스터 혹은 사극과 멜로드라마 덕분이다. 블록버스터와 사극은 긴 호흡을 가진 이들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함으로써 지루함을 덜어내고, 주인공들이 놓인 운명을 시청자들로부터 타당성을 얻기 위함이다.

즉, 우리는 그 당시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겪는 세파를 주목하기 보다는 그 세파를 견디고 자라난 ‘영웅’에 초점이 맞춰쳐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영웅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그들이 영웅호걸의 기질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했다.

a  국민동생이란 칭호를 얻거나, 일찌감치 성인 연기자로 턴을 해야하는 소비자향적인 아역배우들의 운명

국민동생이란 칭호를 얻거나, 일찌감치 성인 연기자로 턴을 해야하는 소비자향적인 아역배우들의 운명 ⓒ KBS, SBS

소비지향적인 아역배우들의 운명

그런데 문제는 아역배우들이 주인공들의 운명을 짊어진 것이기에 아이 답지 않은 연기력이 찬사를 받지만 그들이 가야 하는 운명은 소비지향적이다. 그들이 성장하면서 맡아야 할 배역들이 많지 않으며, 순차적으로 밟아야 할 고리가 사라져버렸다는 점이다.

한국드라마가 블록버스터 혹은 사극, 시대극, 멜로드라마 등으로 편중되면서 아역배우들이 얼굴을 내밀 수 있는 드라마들이 많지만 그들이 성장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가 없다는 사실이 더욱 그들의 운명을 소비지향적으로 만드는 이유다.

물론 문근영은 <가을동화> 이후로 톱스타가 되어 국민여동생이라는 칭호를 얻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러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올해 열일곱 살인 박신혜가 드라마 <깍두기>에서 멜로 주인공으로 분해 일찌감치 성인연기자에 도전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즉 그들이 가야하는 길은 일찌감치 성인연기자로 턴을 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지 못하면 안방극장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나마 청소년 드라마가 붐을 일으켜 아역배우들이 청소년이 되었을 때 연기할 수 있는 발판이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 사라지면서 아역배우들이 청소년이 되었을 때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연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유승호라는 아역배우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

그가 조금 더 성장했을 경우 그는 성인연기자로 변신으로 일찌감치 성공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전성기를 다시 맞이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그들이 아역배우에서 벗어나 성인으로 향하는 성장기에서 겪어야 할 부침은 예상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아역배우들의 운명은 소비지향적으로 지속적이지 못해 그들 또래의 롤 모델이 되기는 힘들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지나 지속적으로 안방극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더 치열한 전쟁을 펼치고, 변신의 변신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기다릴 뿐이다.
#아역배우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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