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고기2아이들이 밤새도록 잡았다는 탈피가 덜 끝난 매미 약충
차승만
하얀 접시 위에 아직 탈피를 채 마치지 않은 약충(若蟲) 매미 수십 마리가 떡하니 놓여있었다. 정신이 멍해져 젓가락을 잡은 채 한참 숨을 죽이고 있는 내가 입맛을 다시는 것으로 보였는지 강씨 아주머니가 한 말씀 거드신다.
“귀한 거니까 사양하지 말고 어서 들기셔이. 어젯밤에 저 아들 몽땅 다 후라씨 들고 잠 못자고 저거 잡느라고 고생했지뭐이!”
채식에서 육식으로 바꾼 지 얼마 안 된 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뭐 양고기를 적당히 구워 꼬치에 구운 ‘양고기 촬’이나 경회루에서나 삼직한 민물고기를 냄비 가득 통으로 찐 ‘잉어찜’ 정도야 얼마든지 맛나게 먹어줄 만도 하다만….
나는 아이들이 밤새 한숨도 못자고 우리를 위해서 잡았다는 이야기에 눈물을 머금고 매미를 집어 들었다. 한 컵 가득 입을 헹궈낼 참으로 칭따오 맥주를 왼손에 붙잡고 매미를 힘껏 깨물었다. 튼실하게 살이 들어찬 허리와 복부, 그리고 단단하게 굳어져가는 머리 부분이 고단백인 매미는 그렇게 아삭아삭 내 입에서 잘게 부서졌다. 아이들이 부러움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입 속에서 금방이라도 약충이 탈피를 하여 날개짓을 하며 앵앵 울어댈 것만 같다. 나는 심호흡을 한 채 매미 몇 마리를 연이어 깨문 후 바로 잔꾀를 생각해냈다.
“아주머니. 밤새도록 저 꼬마들이 저희를 위해서 수고했는데 아이들도 함께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럴까? 그래도 귀한 건데, 그러면 안 되지뭐이!”
나는 만류하는 강씨 아주머니를 끝끝내 설득해 아이들을 내 밥상으로 끌어들였다.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젓가락을 집어 들기 무섭게 매미를 먹기 시작했다. 한 접시 가득 찼던 매미가 금세 동이 났다. 뜻밖에 귀한 음식을 함께 나누어먹은 아이들이 기분이 좋아졌는지 어느새 나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마련된 식사를 힘겹게 마치려는 순간 강씨 아주머니가 다시 요리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
“삼춘이. 아저씨(남편)가 그러는데 매미 요리는 나무에 달린 것 바로 잡아서 요리하는 게 제일 맛있다지 뭐이. 고저 날개를 쫙쫙 찢어가지고 바로 냄비에 기름 넣고 볶으면 맛이 그만이지 뭐이. 한국에 매미 없간디? 여기서 요리 배우고서 한국에 가면 그렇게 해드시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