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지지 않은 달에 비치는 햇살
서종규
설악산 단풍을 찾아 떠난 무박산행황홀한 가을 산행을 위하여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팀 29명은 26일 밤 10시 광주를 출발하였다. 목적지는 설악산 한계령으로 대청봉에 오르고, 희운각 대피소를 거쳐 천불동 계곡을 따라 설악동 소공원까지 코스이다. 밤 내내 차를 타고 가서 새벽에 산행을 하고 또 밤 내내 차를 타고 귀향하는 이른바 무박산행을 시작한 것이다.
한계령(1004m)에서부터 오르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 약 1km 정도 계속된다. 모두들 출발부터 헐떡거린다. 대부분 산행을 시작하면 처음 한 시간 정도가 몹시 힘이 드는데 계단의 연속이니 모두 지칠 수밖에 없다. 금방 온 몸에 땀이 흥건하게 젖는다. 모 방송국에서 설악산 산행에 저체온증을 주의하라고 하여 두껍게 껴입은 등산복이 더 무겁다.
하지만 계단 위 나무 가지 사이로 내려다보는 맑은 달이 큰 힘이 되었다. 정 선생의 말처럼 장애물에 가리면 캄캄해졌다가 다시 달이 보이면 환해지는, 능선의 선과 윤곽들이 서로 넘나들며 죽어서 살아나는 설악을 보면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갔다. 그러자 투명한 달이 우리들에게 내려온다.
약 1km 정도 많은 땀을 흘리며 능선에 도착하자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8.4km에서 가장 힘든 곳을 지나 온 것이다. 이제부터는 오르락 내리락 능선을 따라가는 산행이어서 마음은 더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