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적으로 의정비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추진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제가 봤을 때, 소위 유급제라고 하던 그간 회기수당으로만 지급되던 것이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여비까지 포함해서 지급하게 되면서 주민들이나 시의원이나 광역·기초의원이 '하나의 직업군으로서 급여를 가져가는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구나' 하는 그런 이미지가 잡히게 된 것이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현실적으로 정치인들이 주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보니 최초의 유급제를 심의하고 결정하는 상황에서 상당부분 주민들의 눈치를 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솔직히 마음에 있던 '아, 이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이만큼 활동하고, 이러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라는 생각을 나타낼 수 없었던 거죠.
솔직히 배지를 달고 있는 저희 의원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국회의원들과 (지급되는 의정비)비교를 하게 됩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국회의원들은 월 1천만원 이상의 의정비를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때문에 같은 배지를 달고 있는 저희 광역·기초의원들도 국회의원에 견주어봤을 때 '이 정도는 급여가 필요한 것 아니냐'라는 인식은 있었어도 ‘여론'이라는 게 있어서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었고, 의원들 입장에서 원래 적절하다고 생각했던 의정비보다 낮게 책정하게된 거죠.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거예요."
- 그렇다면 의정비 인상에 동의하시는 건가요?
"워낙에 (지역별)편차가 크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의 의정비 인상은 필요하다는 게 기본입장입니다. 강남구처럼 연봉 6천만원이 넘을 정도로 많이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낮게 책정되는 지역에서 적정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현 시의원 연봉 3442만원, 월 실 수령액 270만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 민주노동당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모든 의원들이 의정활동비로 동일하게 230만원을 쓰고, 나머지 금액은 모두 당비로 납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다른 시의원들이 의정비로 270만원을 쓰는 상황에서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230만원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계신다니 좀 놀랍습니다. 생활하기에 어떤가요?
"솔직히 말씀드리죠. 저 같은 경우는 다른 주변 동료 의원들을 봤을 때, 일반적 경우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어요. 제가 빚도 있고, 자녀도 셋 있고 해서 보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제 아내가 따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 의정비 270만원에 아내 소득 백 얼마를 더해도 생활에 부족한 상황입니다."
- 그렇다면 의원님이 받으시는 230만원만 가지고는 생활이 더 어렵단 말씀이시죠?
"일단 부족하다는 건 말씀드려야 될 것 같구요. 실제 생활비로만 230만원을 가지고 쓴다고 해도 그렇게 많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시의원들은 기본 생활과 의정활동에 따르는 활동비를 더해서 한 달에 271만원을 받는데, 이 돈으로 실제 현실에서 생활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의정비 인상은 전국적인 화두입니다. 주민들의 반대 또한 전국적이구요. 구미시의 경우 주민의 80%가 의정비 인상에 반대했습니다. 수원참여예산연대는 의정비 인상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했구요. 이와 함께 반대하는 측에서 광역·기초의원들의 활동에 대해 "그동안 잘했어야 올려주지 지금까지 한 게 뭐냐"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 '잘했어야 올려주지'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광역·기초의원들이)뭐 하는지도 모르겠고, 유급제 하고나서 뭐가 달라진지도 모르겠다. 잘한 거 없으니까 가져가지 마라'라는 논리인데요, 물론 주민들의 의견은 존중되어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100%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최초 유급제가 만들어진 취지가 '돈 줄 테니까 똑바로 해라' 이런 거 아닙니까. 지방의원이라는 것이 단순 명예직, 봉사직이 아니라 대단히 중요한 위치기 때문에 유급제가 도입된 겁니다. 시·도의 1년 예산을 다루는 입장이기도 하구요.
지위는 있지만 그에 걸맞은 수준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게 되고 있질 않아요. 그래서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 보장해주는 것이 임금이라는 거죠. 이만큼의 '임금을 줄 테니까 그에 걸맞은 활동들을 벌여라'라는 것이 유급제의 취지죠. 그런데 제가 여기에서 봤을 때는 '유급제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가져가지 말라'는 논리는 굉장히 단순하고 극단적인 것입니다.
유급제 이후에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 하더라도 지방의회를 없앨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지방 의회는 유지되어야 하고 지방 의원의 실력과 활동력은 계속적으로 더 나아져야 합니다. 그래서 그에 맞는 비판은 하되 동시에 기본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와 폭은 확보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지방 의회가 못하니까 조금 가져가라'는 얘기는 '계획적으로 못하고, 계획적으로 조금 가져가라'는 말이랑 같은 거거든요."
"의회 내 소통이 먼저 돼야"
- 의정비 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의정비 인상의 당위성을 인정받는 설득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설득하실 건가요?
"기본적으로 당이나 전주시의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정리해서 언론에 발표한다든가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뒤에 숨어서 눈치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구요."
지금 가장 문제라고 보이는 것은 제가 의원이고 의회에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의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누가 심의위원인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저도 모르고 있다는 거예요. 얼핏 듣기로 제가 어제(18일) 열린 시의원체육대회에 가니까 '심의위원회가 이미 구성됐다더라, 이틀 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더라' 하는 얘길 스쳐지나가듯 듣고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현재 의회 내의 민주적 운영이 수준이 낮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죠."
- 그렇다면 의회 내부의 소통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거죠?
"이 인터뷰 내용이 다른 분들에게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여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대단히 취약합니다. 의회조직이 34명의 의원과 이들을 지원하는 사무국이 있는데 내부소통이 없습니다. 소통구조 자체가 통로가 없어요. 의회 내에 일정을 잡거나, 예를 들어 이번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의장이 5명 추천하고 시장이 5명 추천해서 구성하고 이런 것들을 의원들이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내부 소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게시판 하나도 없고, 최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의원총회라든지, 간담회라든지 하는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어요.
물론 의회 운영위원회라는 게 존재하기는 합니다. 운영위원회가 11명인가로 구성되어 있는데 위원회 회의 결과도 공유가 안돼요. 가끔가다 A4용지에 운영위원회 결과라고 해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뭐가 있고 하는 그런 것들이 오긴 하는데 일상적이고 자유로운 소통공간은 없어요."
- 그렇다면 의원님은 정보를 어디서 얻으시나요?
"제 개인적인 능력이 부족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정보력이 좀 떨어집니다. 의회 내에서도 잘 모르겠고."
- 그럼 의회 일도 언론을 통해서 아시는 건가요?
"네. 그런 면이 있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게 처음에는 내부 게시판이라든지 카페라든지 하는 것이 있었으면 했는데 아쉽게도 의원님들이 연세가 있으셔서 인터넷 활용률이 좀 떨어지고 해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하려고 하는 것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의원들이 모여서 간담회라든지 총회라든지 하는 소통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리를 통해서 자유롭게 의견도 교환하고 운영이 됐든, 의회 방향이 됐든,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전라북도 내에서 의정비 인상에 관련된 내용은 도의원들이 주도하는 형국입니다. 시의회의 입장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동안 의정비 인상안에 대한 전주시의회 전체적인 내부적 토론이 있었나요?
"그런 것은 항상 없습니다. 뭘 하든 간에…."
- 그럼 의원님들끼리도 회기 때만 보시는 건가요?
"그렇죠. 회기 중에만 보는데, 회기 중에만 본다고 해서 의회 내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없다는 거죠. 있긴 있겠죠.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간에 있긴 있을 텐데…. 운영위원회와 함께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으로 구성되는 논의구조가 있어요. (의제에 관한 공식입장과 같은)그런 것들이 거기서 논의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논의구조가 항상 회의 시작 전에 이루어지고 안건 조율하고 하는 것은 알고 있는데, 거기서 나온 결정사항이 이하 다른 시의원들에게는 전체적으로 공유가 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저 같은 초선 평의원은 잘 모른다는 겁니다."
‘인상'보다 ‘현실화'가 먼저
- 의정비 인상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인상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인상폭이 너무 높지 않습니까?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경우, 10% 이하의 인상률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첫 단추를 잘못 꿰었습니다. 처음에 의정비를 너무 낮게 책정했다는 거죠. 다시 첫 단추를 꿰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지역은 1800만원 받는 의원도 있고, 어느 지역은 4000만원 받는 의원이 있고 하는 상황에서 똑같이 10% 미만으로 올리는 것은 맞지 않는 거죠. 일단 어느 정도 (의정비가)전체적으로 정리가 된 다음부터 해당년도 물가 인상률을 적용한다든지 해서 의정비를 조절하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의정비 책정에 대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합니다. 행정자치부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다음에 의정비를 현실화 한 후, 인상폭을 조절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 최근 있었던 의정비 인상관련 공청회에서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와 주민들과의 소통의 대안으로 내놓은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개'입니다. 그런데 현재 시의원들 홈페이지조차도 제대로 된 의정활동 정보는 물론 기본적인 정보공개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뭔가 맞지 않는 말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자아비판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직접적인 만남이 중요합니다. 저는 경조사를 찾아다니지 않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지역구 주민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의정보고서 들고 양로원도 가고, 지역구 상가들도 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인터넷입니다. 저도 지금 제 블로그가 죽어 있습니다만 의원들이 인터넷을 활용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에서 의원들에게 준 홈페이지는 저도 지금 개편을 하려고 합니다."
- 더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저는 의정비에 대해서 생활비로 포함되는 부분이 어느 정도 늘어나야 된다는 생각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만 대폭 늘어나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좀 갖춰져야 할 것이 보좌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위원은 5~6명의 보좌관을 두게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 시의원들은 보좌관이 없습니다. 실제로 활동하다보면 꼼꼼하게 자기 활동 정리하고 홈페이지에 올리고 하는 일들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의정활동보고서를 만들거나 할 때에도 혼자 하기는 힘이 많이 듭니다. 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의원들의 활동내용이라고 하면, 사무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보조해주는 보좌관이 있어야하는데 그게 어렵습니다. 의정비인상보다도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보좌관이 더 절실히 필요합니다. 보좌관 얘기를 하면 지방재원에 부담이 간다는 문제가 나오는데, 기초의원들의 보좌관 예산은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sun4i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1.01 08:16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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