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에서는 김 변호사의 고소·고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나는 고발이 아니라 자수해야 할 사람"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삼성과 검찰의 태도를 지켜보며 사제단 측과 함께 결정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입니다. 김 변호사는 여기에서도 다시 한번 '압박 전술'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만일,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고 그에 따라 수사가 이뤄진다면 수사의 방향은 확실하게 잡아야 합니다. 사제단의 전종훈 신부는 "공론을 통해서 더불어 고민하자는 의미인데 (언론이) 삼성 비자금 보도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떡값 명단이나 찾는다"는 아쉬움을 내비쳤습니다. '떡값을 준 입장'과 '받은 입장'을 동시에, 그러면서도 확실하게 수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확실히, 전종훈 신부의 언급대로 이슈의 방향이 '떡값 명단'으로 옮겨진 측면이 있습니다. 워낙 자극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그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좋다는 일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준 입장'과 '받은 입장'의 의혹을 받는 이들을 동시에 수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럴수록 중요한 것은,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일 것입니다. 언론의 반응을 보면서, 꼼꼼하면서도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특별검사제' 이뤄지려면 국회 동의 있어야
'대북송금 사건'을 지켜본 분이라면 다 기억하실 것입니다. 설령, 누리꾼들의 주장대로 검찰의 반대를 이겨내고 '특별검사제'가 도입된다 해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일단 가능하다면 '명분'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검사제도'의 정의 자체가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혐의가 발견되었을 때 수사와 기소를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변호사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교과서적인 명분은 보장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임명과정에서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은 찬성의 입장을 보였지만, 한나라당은 "검찰은 삼성 비자금에 관한 의혹제기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며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특검은 검찰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생각할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친재벌의 성향을 띄는 한나라당 자체의 전통적 정치적 입장도 개입된 것이겠지만,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한 이명박 대선후보의 입장도 개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 은행 소유 의혹'과 '삼성 비자금 사태'로 입장이 가장 난감해진 정치인이 바로 이명박 후보입니다.
그가 주장한 '금산분리 완화'는, 실질적으로 삼성 측에 아주 우호적인 공약이기 때문입니다. 제2금융권은 실질적으로 소유가 허용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이상 '금산분리 완화'가 진행될 경우 남은 타겟은 '은행'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이런 논란 속에서 '특별검사제'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과정은 깁니다. '특별검사법 제3조'는 임명절차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① 국회의장은 이 법 시행일부터 2일이내에 각 교섭단체대표위원과의 협의를 거쳐 특별검사의 임명을 대통령에게 요청
② 대통령은 요청을 받은 날부터 3일이내에 대한변호사협회에 특별검사후보자를 추천 의뢰
③ 대한변호사협회는 추천 의뢰를 받은 날부터 7일이내에 각 사건당 2인의 후보자를 추천
④ 대통령은 추천된 후보자중 각 사건당 1인을 3일이내에 임명
'삼성 비자금 사태'에 대한 의혹, 그리고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검찰과 법원을 넘어 금융기관과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에, 정치권 자체의 소용돌이 가능성도 있으며, 이 과정에서 후보자 선정의 문제, 그리고 실질적으로는 한나라당이 과연 찬성할지의 의문도 있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비자금 사태'를 수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2002 대선자금 의혹'으로 이슈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으며, 이로 인해 권력 내부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사람 자체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 '삼성 비자금 사태'에 입장 표명해야
<한겨레>, <오마이뉴스>와 더불어 '삼성 비자금 사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시사주간지 <시사in>은 기사 <삼성 비자금 의혹에 이명박만 ‘묵묵부답’>을 통해 각 대선주자들의 '입장'을 질의서 답변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그중에서 오직 이명박 후보만 질의서를 보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유는 '바쁜 일정과 여러 이유'라고 합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금산분리 완화'를 언급한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상황입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언급했던 '삼성 비자금 사태'는 '삼성 은행 소유 의혹'과 맞물려 '금산분리 완화·폐지'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국가의 상식과 법 체계, 공정한 시장의 형성, 총체적인 공직자 윤리와 연관돼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유력 대선주자의 입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회창 출마설'로 인해 바쁘다는 점은 알지만 이명박 후보로서도 '솔직한 입장 표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사태를 외면할 경우, 이명박 후보의 명분과 입지는 땅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1.05 21:31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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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변호사, '떡값 법관 명단' 왜 공개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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