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출마결심을 굳히고 오늘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미 경선을 통해서 후보를 선출하였기 때문에 그는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한나라당의 후보가 둘이 되는 셈이다.
사실 이명박 후보나 이회창씨나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결코 벗어나지 않은 인물이다. 별반 차이가 없는 사람들이 지난 두번의 대선실패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갈라져서 출마를 하게되었다. 이회창씨의 욕심과 이명박후보의 정치적 포용력 부족에 기인한 분열이다.
그러나 이회창씨의 독자출마를 부추긴 결정적인 이유는 반한나라당 진영의 낮은 지지율이다.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이인제등을 모두 합해도 이명박의 지지율에 절반밖에 안된다. 출마를 하지도 않은 이회창씨의 지지율이 벌써 이들을 한참 추월하고 있다. 출마를 하면 곧 바로 이명박 대 이회창의 양자대결이 될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이다.
왜 반한나라당 진영의 지지율은 이렇게 지지부진한 것일까? 그 동안 그들이 국민에게 아무런 희망도 보여주지 못하였다. 우왕좌왕하는 정치적 행보나 기회주의적 계산속이 모두 국민에게 들키고 말았다. 일관성이 없는 정치는 신뢰를 상실하게 만들 뿐 아니라 다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
또 참여정부 5년동안 서민대중의 삶을 개선시키는데 실패하였다. 여러가지 경제지표가 양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양극화가 심화되는 메카니즘을 전혀 손대지 못하였다. 서민들의 곤궁한 삶에 대한 책임을 물을 대상은 여당이기 때문에 그들을 싸잡아 범여권으로 칭하는 언론들의 술책이 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모두 감안하여 보더라도 지금 그들의 지지율은 너무나 형편없다. 아무리 적어도 30%는 되어야 맞다. 특히 원내 제1당의 후보인 정동영씨의 경우 지금 지지율이 15%전후에 머물러 있다. 그 모자라는 반은 정치적 포지셔닝 착오에 있다. 그가 정확히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닌 포지션을 스스로 선택한 것은 대단히 큰 전략적 오류이다.
국민은 항상 전국단위 선거를 여야의 대결로 보곤 하였다. 특히 대선의 경우 그러한 경향은 더욱 강하다. 야당의 대표자리는 이미 한나라당의 후보가 차지하고 있다. 거기에 대응하는 여당의 후보는 없다. 다만 여당에 가까운 야당들만 있을 뿐이다. 여야의 대결에서는 30%씩의 지지를 확고히 보유한 채 나머지 40%중 20%이상을 누가 차지하느냐로 승패가 갈린다.
그러한 대결의 전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는 벌써 30%에 더하여 20%이상을 확보해 버린 셈이다. 반면에 여당에 가까우나 여당도 아닌 정동영 후보는 기본적으로 손에 쥐고 시작해야할 30%의 겨우 절반만을 확보한 셈이다. 그나마 상황이 변하면 상실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낮아서 선거에 장애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당의 창당주역이던 정치인이 정부의 정책을 싸잡아서 실패로 규정하고 책임을 회피한 것은 실책이다. 심지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집토끼를 산에 방생한 꼴이다. 다시 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그럴 시간도 절대 모자란다. 산토끼는 더욱 잡기가 어렵고 잡히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지속적으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나가면서 반노무현 정서를 가진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였다. 언론들의 전방위적 지원도 위력적이다. 현직 대통령과 한나라당과의 대치전선에는 여도 아니고 야도 아닌 어정쩡한 후보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무시당하는 구도에서는 마땅히 대책이 없다.
뒤늦게 참여정부의 공과를 모두 계승하겠다고 말하지만 별로 신빙성이 없게 느껴진다. 그 동안의 차별화 행보가 국민에게 각인되었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결국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피하려고 정한 포지션이 그 것도 피하지 못하고 오히려 집토끼만 방생한 결과이다.
지난 2002년의 대선을 돌아보자. 당시 국민의 정부는 정권말기의 대형비리로 온통 비난을 받고 있었다. 대통령의 세아들이 모두 문제가 될 정도로 극심한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었다. 정권은 이미 식물정권이 되었다. 국정수행 지지도는 겨우 한자리수를 면하는 수준이었다.
노무현 후보는 당연히 여당의 후보라는 점이 선거에 불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날 때까지 단 한번도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한 일이 없다. 그 비판이 곧 자신의 얼굴에 침밷는 일이고 득표에도 아무런 도움이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주당의 로고와 심볼을 잘 안보일 정도로 작게 표시했지만 차별화는 시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승리하였다.
지금 참여정부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당시에 비하여 엄청나게 높은 편이다. 정동영 후보는 포지셔닝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이회창씨의 대선 3수가 가능한 토양이 마련되었다. 애매하고 모호한 포지션은 많은 사람에게 지지를 받고 싶은 욕심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결과는 항상 그 반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타겟 마켓을 정확히 하여 공략한 후 비로서 시장을 넓힐 수 있는 법이다. 폭넓은 지지를 욕심내면 폭넓은 외면을 받게될 가능성이 높다.
2007.11.07 11:36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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