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2일 오후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삼성과 검찰의 회개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로비 대상 검사(이종백, 임채진, 이귀남) 일부와 이재용 전무의 불법적인 재산형성 경위를 담은 삼성내부 문건(사진)을 공개했다.
권우성
"삼성 본관 27층 벽 속 비밀금고에 '명단' 보관돼 있다" 전 신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2001년 구조본 재무팀에 있을때 검찰의 주요 보직을 중심으로 관리대상을 삼았다. 이어 명단은 삼성 본관 27층 재무팀 관제파트에서 관리하고, 벽으로 위장된 비밀 금고에 보관돼 있다는 것.
검찰 인사 리스트는 크게 검찰의 직책과 성명이 있으며, 담당자가 기재할수 있도록 빈칸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어 해당 담당자가 돈을 전달할 경우 자신의 이름을 쓰도록 돼 있으며, 빈 칸으로 남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
돈의 액수는 원칙적으로 500만원이며, 별도로 1000만원과 2000만원을 줄 경우는 김인주 사장이 직접 연필로 이름 옆에 써 넣었다고 전 신부는 말했다.
우선 임채진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의 경우는 지난 2001년 서울 지검 2차장때 김 변호사가 직접 관리대상으로 넣었다. 담당자는 삼성 구조본의 인사팀장으로 부산고 선배였던 이우희씨였다.
이종백 현 국가 청렴위원장의 경우,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이 관리를 맡았으며, 검찰내 귀족 검사로 중요한 관리대상이었다는 것. 이 위원장은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로 시작한 후 서울지검 부장검사와 서울 중앙지검장을 역임했다.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의 경우 청와대 사정비서관 시절부터 삼성의 관리대상 명단에 들어갔다는 것. 이 중수부장의 이름도 김 변호사가 직접 확인했다고 전 신부는 말했다.
액수는 500만원, 별도로 줄 경우 김인주 사장이 이름 옆에 써넣어이에 앞서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5일 2차 기자회견에서 "현직에 있는 최고위급 검사 가운데 삼성의 불법 뇌물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람이 여럿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김영식 신부는 "검찰은 사제단에 뇌물 검사 명단만을 재촉할 뿐 이렇다 할 수사의지마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그것은 부패의 본 바탕을 드러내면 자신의 허물까지 들키게 되어있는 뿌리깊은 유착 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검찰의 뇌물 명단 일부만 밝히는 것은 검찰 스스로 진실 규명의 본분을 되찾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면서 "권력과 재물에 기생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우리 검찰은 여전히 청렴하고 강직한 검사들의 조직체라는 점을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검찰, 언론, 국세청, 재경부, 금감원의 회개를 거듭 호소하며 기도합니다 |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칼날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영혼과 정신을 갈라놓고, 관절과 골수를 쪼개어 그 마음 속에 품은 생각과 속셈을 드러냅니다."(히브 4,12)
덴마크의 실존철학자 키엘케골이 들려준 '어릿광대와 불타는 마을'의 비유를 들어보셨습니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삼성비자금 의혹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 앞에 나선 지 벌써 보름이 넘었습니다. 저희는 삼성그룹이 천문학적 규모의 비밀자금을 만들고 검찰,언론, 국세청, 재경부, 금융감독원 등의 국가 주요 시스템에서 종사하고 있는 인사들을 포섭하여 자신의 탈법, 불법, 편법을 관철시키고 있는 망국적인 현실을 개탄하며 진상을 밝히고 하루빨리 개선을 모색하도록 격려하고 촉구하였습니다. 이는 화마로부터 마을과 인명을 구하기 위해서 "불이야!"하고 외치는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참회와 함께 제 본분을 다해야 할 문제의 당사자들은 오히려 저희를 우스꽝스런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며, 도무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마치 어릿광대의 절규를 또 하나의 웃음거리로 여김으로써 온 동네가 잿더미가 되었다는 비유 속의 이야기처럼 안타깝기 그지 없는 상황입니다.
사제들은 고뇌어린 성찰 끝에 김용철 변호사의 말이 진정한 증언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과거 군부독재의 전횡과 오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삼성그룹 경영 수뇌부의 부도덕한 처사가 괴롭습니다. 재물에 길들여진 나머지, 본분을 망각한 여러 권력기관의 종사자들이 안타깝습니다. 영혼이 병든 이들에게 피땀 흘려 만든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를 맡겨야만 하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니다.
지난 11월 5일 사제단은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삼성과 검찰 그리고 관계기관들의 철저한 반성을 위해 기도하고 호소했습니다. 삼성그룹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기만 하면, 검찰을 비롯한 여러 공기관이 그간 관행의 이름으로 반복하던 폐습을 단호히 끊고 본분 회복에 나서기만 하면, 기업도 한층 건강해지고 대한민국 전체가 부패의 위기를 새로 태어나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불법의 공모자들은 갖은 이유와 핑계를 둘러대면서 사제들의 거듭된 호소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고 거짓말을 꾸며대고 있습니다.
저희는 사제들이므로, 차마 고발이라는 법적 형식을 취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가 나서서 11월 5일 검찰의 수사 개시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한편 사제단은 삼성문제의 핵심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끝없는 욕망을 위하여 불법 편법 · 탈법 비자금을 만들어 이 사회를 오염시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뇌물검사 명단은 그저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사제단에 뇌물 검사 명단만을 재촉할 뿐 이렇다 할 수사 의지마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부패의 본바탕을 드러내면 자신의 허물까지 들키게 되어있는 뿌리 깊은 유착관계 때문입니다. 이런 실상을 국민 여러분께 이해시켜 드리고자 사제단은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뇌물명단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이는 검찰의 요구와 무관한 것으로 삼성 비자금 문제를 검찰의 뇌물 수수 사건으로 몰고 가려는 작금의 옳지 못한 방향에 대한 꾸짖음이며, 명단의 일부만 밝히는 것은 검찰 스스로 진실규명의 본분을 되찾도록 기회를 주기 위함입니다. 권력과 재물에 기생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우리의 검찰은 여전히 청렴하고 강직한 검사들의 조직체라는 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오늘 저희가 밝히는 분들의 이름이 함부로 더럽혀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부패상은 모든 국민이 다 같이 책임질 문제입니다. 부디 이 분들의 이름을 특정 개인으로 보지 마시고, 재물에 길들여진 국가기관의 상징 정도로만 여기시기 바랍니다. 우선 검은 돈을 흉하게 탕진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최고 경영진의 악행을 나무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사태의 핵심이 삼성에서 검찰로 옮겨지는 오류를 염려하면서, 삼성 이재용 전무의 불법적인 재산조성경위를 보여주는 자료 하나를 공개합니다. 모쪼록 자기고백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정화의 기회임을 상기시키며,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하여 저마다 참회와 반성에 나서시기를 간곡히 기도합니다.
2007년 11월 12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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