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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1일 청소년 행동의날 행사에 나온 학생들 ⓒ 성하훈
▲ 11월 11일 청소년 행동의날 행사에 나온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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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숙명여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학생의날 기념 토론회에는 학교의 비민주적 행태와 교사들의 체벌에 대한 중·고등학생들의 불만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었다. 한 학생의 발언이 끝나면 다른 학생의 발언이 이어졌고,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사회자가 ‘남은 행사 진행을 위해 발언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은 열띤 분위기였다.
7일 용산 청소년 수련관에서 있은 ‘청소년 문화활동과 동아리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도 이와 비슷했다. 학생의 자율권을 가로막는 동아리 활동 제약에 대한 발언은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샀다.
수원 효원고에서 왔다는 이선재 학생은 “오늘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담임은 물론 동아리 담당 선생님과 교감 교장선생님에 이르기까지 허락을 받아야 했다”며, 마지못해 허락은 하면서도 “동아리 활동 때문에 네 성적이 이 모양이다“라는 말을 선생님에게 직접적으로 들을 때는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했다고 토로했다.
11일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 ‘청소년 행동의 날’ 행사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그들이 이 사회에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퍼포먼스와 공연, 자유발언 등으로 이어진 행사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 수원, 대구, 광주 등에서 50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들었고 이들은 뜨거운 열기 속에 입시교육철폐와 두발규제반대, 전쟁반대 등 학교와 사회에 바라는 그들의 요구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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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청소년 행동의날 ⓒ 성하훈
▲ 2007년 청소년 행동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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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나 비정규직 문제에도 우려의 시선
사회현안과 교육현안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이번 학생의 날을 전후해 벌어진 각종 행사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수의 학생들이 참여해 자리를 메웠고, 이들은 대내외적으로 적극적인 연대활동을 통해 그 목소리를 더욱 높여나가는 모습이다. 11일 청소년 행동의 날 행사는 서울뿐만 아니라 수원 대구 광주 등 지방학생들까지 함께 참여하는 전국적인 행사로 진행돼, 청소년 움직임이 집단화 조직화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학교와 사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려는 이유는 사회변화에 맞지 않게 학교가 학생들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입시위주의 공부에만 중점을 둘 뿐, 학생들의 인성을 위한 활동은 아직도 많이 제약하는 학교 현실에 학생들의 주된 불만이 담겨져 있다. 청소년 자유가 억압당하고 있는 인식이 커질 만큼 청소년들의 의식수준이 예전과는 다르게 많이 성장해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사안의 핵심은 학생회와 동아리로 대표되는 자치활동의 보장과 두발규제 완화로 요구되어지는 학생인권 보장이다. 아울러 한미FTA나 비정규직 문제 등의 사회현안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 속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닥칠 현실에 이들 또한 적잖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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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담겨져 있는 버튼 ⓒ 성하훈
▲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담겨져 있는 버튼
ⓒ 성하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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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세월 동안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입시위주의 비인간화 교육, 이 틈을 비집고 나오는 학생들의 외침에 일부 선생님들 또한 공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문제와 학교폭력 등으로 대표되는 청소년 문제의 핵심은 결국 학생들의 자율권이 제한당하는 것이 이유라는 인식에서다.
이들은 입시교육의 숨막힘에 따른 폭력문화와 저질적 상업문화 극복을 위해서라도 학생 자치활동이 필요하며, 개인의 특성을 살려내고 조화로운 인격형성을 위해서도 학생 자치활동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척고 김융희 선생님은 “학생의 자유와 개성이 중시되는 시대에 예전과 같은 일방적 통제는 사제간의 괴리감만 늘어나게 했다”면서 “이로 인해 학생 생활 질서가 흐트러지는 혼란상황에서 왕따나 학교폭력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존재감과 우정어린 동료 선후배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동아리 활동 등을 활성화 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선생님에 따르면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해 본 결과 왕따가 없어지고 학내 사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며 면학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좋은 효과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 원인을 “동아리 활동이 공동체적이고 창의적 문화를 육성하면서 인간관계의 갈등을 해소시키고 서로 간에 정을 나눌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일 ‘청소년 문화활동과 동아리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누원고등학교 박기석 선생님도 같은 주장을 폈다. “학교교육이 학력신장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기 적성과 개성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박 선생님은 “인간관계 형성과 정신적 성숙, 소외감 극복 등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학생들을 위한 특별활동(계발활동 및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성적만이 강조되고 성적이 서열화 되는 학력위주의 교육정책과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가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획일화된 사회풍토는 결국 다양한 가치를 부정하며 인간적 삶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학력위주 획일화된 사회풍토는 다양한 가치를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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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문화활동 활성화 및 동아리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 ⓒ 성하훈
▲ 청소년 문화활동 활성화 및 동아리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
ⓒ 성하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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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또한 ‘자치 활동이 자부심과 열정을 갖게 할 만큼 큰 의미를 갖는 일’이며 ‘학교생활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학교 현실은 많은 부분 이를 제약하고 있어 학생들의 불만을 쌓이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학생의날 토론회에서 나온 학생들의 목소리에는 학생인권보장과 개성존중을 요구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선생님의 다양성은 인정하면서 왜 학생의 개성을 존중치 않는지 모르겠다”는 한 학생의 항변은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풍자되는 교육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11일 청소년 행동의날 행사에 나온 한 선생님은 “학교나 선생님들도 이제는 많이 바뀌어야 한다”며 “학생들의 요구를 제대로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수십 년째 변하지 않는 교육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청소년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의 이근미 사무국장은 “이제는 청소년들을 보는 관점의 차이를 바꿔야한다” 며 “이들을 보호받고 육성돼야 할 존재로 생각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인격적 객체들을 미성숙하게만 생각하기 보다는 나름대로의 자율성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하는 교육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서려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체계화,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인권과 자유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좀더 깊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일 학생의날 토론회에서 나온 한 학생의 외침은 ‘자유’를 원하는 이들의 의지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지속적으로 자유를 외치는 행동과 싸움이 지금껏 이어왔듯이,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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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청소년 행동의날 행사에 한 참가자가 내건 구호 ⓒ 성하훈
▲ 2007 청소년 행동의날 행사에 한 참가자가 내건 구호
ⓒ 성하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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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이근미 사무국장 ⓒ 성하훈
▲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이근미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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