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친구가 아니다!

[서평] 고든 뉴펠드·가보 마테 공저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등록 2007.11.16 16:34수정 2007.11.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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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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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입장에서 이 책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만큼 내가 아이를 잘못 키워왔다는 것을 각성시켜준 책이 없었고, 교사의 입장에서 이 책만큼 학생들을 잘 이해하게 해 준 책도 없었다.

 

그렇다. 나는 내 딸아이를 잘못 키워왔다기보다는 내 딸아이를 잘 이해하지 못해왔고, 딸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햇볕 따뜻한 어느 봄날에 식물원에 딸아이와 모처럼의 나들이를 한 적이 있었다. 다 큰 성인이라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은 자식 일뿐이고 늘 어린아이처럼 보이게 마련인데, 이제 겨우 초등학교 일 학년인 딸아이는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어리기만 하게 보이는 딸아이 녀석이 우리 부부와 산책을 한 시간 한 뒤에 날름 내 전화기를 빌려가더니 제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닌가? 통화내용은 이렇다. 몇 시간쯤 뒤에 식물원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니 그때 만나서 놀자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녀석은 우리 부부와 산책을 하면서도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고 우리 부부와의 의례적인(?) 산책이 마칠 기미가 보이자마자 친구한테 연락을 한 것이다. 이 책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의 저자가 들으면 정말 까무러칠 이야기이지만 우리 부부는 무남독녀로 자란 딸아이가 이런 수완(?)이 있다는 사실에 내심 뿌듯하게 생각하였으니.


이 에피소드를 들은 직장 동료들의 반응도 우리 부부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홀로 자란 딸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냐?는 식의 반응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우리들의 생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즉 아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또래 집단, 즉 친구와의 관계보다는 부모와의 교류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실 요즘 아이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의 대다수는 왕따, 집단 폭력을 비롯해 모두 친구 간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병폐가 아닌가?


나는 딸아이와 지낼 때 딸아이와 친구들의 놀게 하고 피자를 주문해주면 다소 괜찮은 아빠인 것으로 착각하는 무서운 실수를 자주 해왔다. '또래 집단과의 활동이나 교류는 가능한 정규교육과정 틀 안의 기관이나 장소에서 국한되어야 하고 대신 부모와의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이의 폭력성이나 고집, 그리고 반항심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이다'라는 것이 기본적인 저자의 태도이다.


물론 이러한 저자의 주장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 통계로 입증이 되고 있는데 <뉴욕타임즈>의 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30시간 이상을 엄마와 떨어져 보낸 아이들은 왕따 가해자나 문제아가 될 확률이 17프로였다. 그에 비해 일주일에 10시간 이하를 떨어져서 보낸 아이들의 경우는 겨우 6퍼센트에 그쳤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맞벌이가 대중화된 우리 사회에서 이 얼마나 무서운 통계인가? 이러한 통계를 접한 우리 부모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물론 아이들은 부모들이 손수 키우고 다듬어야 좋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고 일단 생계가 문제가 아닌가? 라는 식의 반응이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문제만 제기하고 르포 성의 실태파악만 했다면 읽을 만한 가치가 대폭 줄어들겠지만,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효과적이고 실천적인 대책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어쩔 수 없이 맞벌이 때문에 아이들과 떨어져 있어야만 하는 부부를 위한 팁을 제시하면 이렇다.


부모의 사진, 특별한 장신구나 사진 등을 넣을 수 있는 목걸이, 읽을 만한 메모, 아이가 떨어져 있을 때 지니고 있을 부모 자신의 물건 주기, 정해진 시간에 전화하기, 특별한 노래나 이야기를 부모의 목소리로 녹음해서 주기, 특별한 시간에 열어볼 수 있는 선물주기 등…. 어떤가? 저자의 말마따나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들은 '아이 사용법'이라고 부를 만한 단순한 기계적이고 기능적인 단편적인 팁이 아니라 내 아이를 더욱 아름답게,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에 따뜻한 정이 넘치는 진정한 부모 자식 간의 사이로 만들어주는 '내 아이 사랑하는 법'이라고 해야겠다.


가장 무서운 사실을 알려주지만 가장 따뜻한 치료법을 알려주는 무엇보다 참 가치있는 책이다.

2007.11.16 16:34ⓒ 2007 OhmyNews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 소셜 미디어와 게임 문화의 영향을 다룬 개정판

고든 뉴펠드.가보 마테 지음, 김현아 옮김,
북라인, 2018


#아이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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