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 등록 시작을 하루 앞두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문 후보를 향해 "오만방자", "골방에 있다 나온 사람"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공격적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정 후보 쪽 김현미 대변인은 24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가능한 관용과 포용으로 끌어안겠지만 최근 문국현 후보의 계속되는 발언에 대해 우려를 갖고 유감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며 "앞으로 문 후보가 정 후보에 대해 예의 없는 말을 하는데 대해 계속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변인의 날 선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어 김 대변인은 23일 있었던 대통합민주신당 최고위원-선대위원장-고문단 연석회의에서 나왔던 문 후보를 향한 비판 발언을 공개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23일 회의에서 "할 수 있다는 자세로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며 "문 후보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대해 정면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손 선대위원장은 "문 후보와 단일화 한다고 해서 얼마나 효과가 날 것이냐, 거기에 매달릴 필요 없이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균환 최고위원도 "문국현 후보가 누구냐, 검증받은 사람이냐"고 물은 뒤 "골방에 있다가 나온 사람이 검증받은 후보에게 사퇴하라고 하는 것은 오만방자하기 이를데 없다"고 비난했다.
또 장영달 의원은 "우리는 국민 앞에서 겸손하게 보이기 위해 낮은 자세로 가고 있는데, 문 후보의 태도는 도를 넘고 있다"며 "문 후보에 대해 화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김 대변이 전했다.
"문국현 후보 태도, 도를 넘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기존과 달리 문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우선, 범여권 후보단일화가 대통령 후보 등록 이전에 불가능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후보 등록은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된다.
또 후보단일화 가능성은 대선인 12월 19일 전날까지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에 호흡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통합민주신당은 당내에 TF팀까지 꾸려 민주당, 창조한국당과 후보단일화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정 후보는 지도력과 리더십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정 후보는 민주당과의 통합 및 후보단일화가 어려워지면서부터 문 후보에게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정 후보는 지난 21일 조계사에서 열린 불교정책 토론에서 "문 후보의 중소기업 정책을 200% 공감 한다", "간절히 만나고 싶었다", "문 후보는 국가 청렴도를 10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분이다" 등의 말로 문 후보를 한껏 추켜세웠다.
그러나 문 후보는 정동영 후보의 이런 '정성'에 아랑곳없이 "정동영 후보는 지난 5년의 실정을 국민에게 사과하고 후보직을 사퇴하라"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시종일관 냉랭했다.
사실 양쪽은 최근 후보단일화를 위한 공개토론회 개최에 많은 의견 접근을 이뤘었다. 그러나 문 후보 쪽에서 토론회 주제로 참여정부 평가와 정동영 후보의 사퇴를 들고 나오면서 공개토론회 개최는 성사되지 못했다.
여전히 뻣뻣한 문국현 "무능한 세력 지지하면 안 돼"
이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 내에서는 "문 후보가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문 후보는 24일에도 한국노총 주최의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지난 5년 동안 비정규직을 200만 이상 늘린 무능한 세력에게 또 정권을 맡기면 안 된다"며 정 후보를 겨냥한 칼끝을 돌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양쪽이 후보단일화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우리는 앞으로 통합과 단일화를 위해 개방적이고 겸손한 자세로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 후보도 "우리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을 앞두고 '공격모드'로 돌아선 양쪽의 후보단일화 논의는 지금보다 더 힘겹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07.11.24 17:27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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