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봉양읍에 있는 왕미초등학교에선 매주 금요일, 정규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부터 40여분간 한문교육이 진행된다.
왕미초등학교에서 방과후교실 중 하나인 '한문교육'을 통해 전통의 의미를 일깨운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한 번 찾아가봤다. 지난 23일, 첫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신청자 28명 중 24명이 참석해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면지로 만든 교재를 가지고 수업을 하고 있었다. '전체 학생수가 152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라 이면지를 사용하는 것일까'를 궁금해 하던 중 강의를 담당하던 이재원 선생이 말했다.
"수업을 위해 방문해 보니, 학교측에서 이면지를 제공해 사용하게 됐다. 물질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이 시기에 작게나마 아끼는 정신도 좋게 생각한다."
이 선생은 이어 "나와 내 아들도 이 학교 출신"이라며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교재를 마련해 주고 싶지만 나도 인근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고 그로 인해 넉넉치 못한 사정으로 안타까울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한자는 어떤 특징이 있으며 오늘날 어떤 의미를 지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선생은 "한자는 한 자를 알면 두 자를 알 수 있고 배울수록 쉬워진다"며 "한자는 표의문자로서 글자가 만들어질 때 서로 부분 부분이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에 기초한자를 익히면 다른 글자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문을 배우다 보면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윤리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교육돼인성교육에는 제격"이라며 "밖에서 그 전에 가르치던 학생들이, 만날 때마다 '훈장님'이라며 공손히 인사를 해, 그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웃으며 말했다.
1시간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만나게 된 3학년 1반 채윤지 학생. 채 양은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전인 2학년 때도 친구 엄마한테 한문 수업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이런 교육을 통해 모르는 한자를 배우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교육도 기대된다"며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수업시간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첫 수업을 담당한 이재원 선생은 어릴 때부터 논어, 맹자, 주역 등을 익혀왔으며 인근인 주민자치센터와 유치원 등에서 어린 학생들을 다년간 도왔다.
얼마 전에는 60세 이상된 사람들이 제출한 작품 중 서예, 문인화, 회화작품을 심사하여 시상하는 대한민국기로서예대전에서 고려시대의 문신이자 대학자인 익재 이재현 선생의 작품 중 소악부에 나오는 '정과정'을 작품화하여 동상 수상하기도 했다.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난 후 뚜렷이 할 일이 없던 시골 아이들에게 이 한문교육이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minchoshinmoon.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1.26 14:50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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