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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중앙공원. 이 공원은 분당 신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공원입니다. 공원 바로 코앞에 아파트 촌이 형성돼 있지요. 30일 오후 3시경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공원을 산책하던 중 연못 근처 화단에서 새하얀 털의 토끼 한 마리를 목격했습니다.
공원 한복판에 웬 토끼일까?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니 털이 새하얗고 고운 것이 공원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습니다. 좀 돌아다녔으면 털에 흙이라도 묻었을 텐데 깨끗한 것으로 보아 출처가 어딘인지는 몰라도 방금 나온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배춧잎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요. 날이 쌀쌀한 탓인지 덩치가 비교적 큰 토끼는 덜덜 떨며 화단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공원측에서 달랑 1마리의 토끼를 이 쌀쌀한 날씨에 공원에 풀어놓을리는 없을 테고….
혹시나 해서 공원내에 위치한 관리사무소에 문의해봤습니다. 토끼를 방생했냐고 묻자 직원은 인근 아파트에서 키우다 덩치가 커지니까 공원에 내다버린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공원측에서는 이렇게 버려지는 토끼를 따로 울타리를 만들어 보호할 수도 없고(동물원이 아니니까), 몰래 놓고 가는 아파트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밤에 춥지 않을까요?”라고 물어봤더니 직원은 “토끼들이 알아서 굴을 파고 들어가 지낸다”고 말하더군요. 이 공원에는 두어 마리의 토끼가 더 있다고 합니다. 날이 따듯해지면 햇볕 드는 곳에 옹기종기 모여 논다고 합니다. 공원측에서 걱정하는 것은 들고양이들이 많아 녀석들이 토끼들을 습격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하튼 공원 안에 토끼가 돌아다니니 볼거리가 있어 좋긴 했습니다. 토끼를 보면서 3살 난 우리 아들녀석도 무척 즐거워했구요. 어쩌면 토끼들이 아파트 안에서 사는 것보다 자연환경 속에서 뛰어놀며 살아가는 것이 더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역시 마음에 걸리는 건 밤중에 닥칠 추위와 들고양이들의 습격이었습니다. 땅굴을 파고 들어가 있으면 추위야 어느정도 견딜 수 있다지만 들고양이의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공원측에서 딱히 이들을 보호할만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 공원측의 업무영역에 포함되는 거 같지도 않고요.
굳이 해결방안이 있다면 아파트에서 토끼를 내다버리지 않는 일인데요. 클만큼 커서 덩치가 커지면 도로 내다 파는 방법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아파트에서 살다가 이 공원에 방생하는 것이 토끼에게 잘된 일인지 안된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도 있고요. 물론 공원을 찾은 시민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토끼 자신들도 자연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보호받을 수 있는 마땅한 장치가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지요.
여하튼 다음번에 이 공원을 방문했을 때 이 토끼가 온전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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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을 돌아다니고 있는 토끼. ⓒ 윤태
▲ 공원을 돌아다니고 있는 토끼.
ⓒ 윤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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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30 17:43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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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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