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자어문선각편병/국보 제178호
책속에서
국보로 지정된 높이 25.6㎝의 이 편병을 1960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전시하였을 때 한국 유학생들의 관심은 적었던 반면 프랑스 사람들은 격찬하면서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입을 벌린 채 위를 향하고 있는 큼지막한 물고기 두 마리를 비롯하여 몸체 가득 배치된 선과 무늬들에서 마티스의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격찬하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15세기 조선의 도공이 프랑스의 20세기 대표적인 화가랄 수 있는 마티스(Matisse, Henri-Emile-Benoit)를 이미 앞질러가고 있는 것이다. 서양인들의 이런 느낌은 우리 도자기와 우리의 문화에 한발 더 성큼 다가오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소중하다.
이렇듯 눈에 보이는 비교를 하면서 이 그릇이 만들어진 15세기의 분위기를 떠올려 보면 이 편병은 훨씬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우선 이 병의 생김새가 납작하다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몸체는 납작하지만 바닥에 닿는 굽과 아가리는 천연스레 둥글고, 몸 빛깔보다 훨씬 진한 색이라 썩 세련되었다 싶다. 이렇게 그릇의 한 부분씩을 살펴가면서 보다 보면 또 다른 그릇들은 어떤 얼굴이며 빛깔일까 여간 궁금해지는 것이 아니다.
아래의 분청자 2점에도 물고기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우리의 옛 그릇에 많이 등장하는 연꽃, 국화, 모란, 당초 등과 함께 자주 보이는 물고기, 이 물고기가 유독 많이 보이는 도자기들은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분청사기이다.
발, 즉 무엇을 담는 그릇과 물이나 간장 등과 같은 액체를 담아 놓거나 옮길 때 쓰는 장군인데 왼쪽의 그릇에 그려진 물고기는 어찌나 큰지 금방이라고 푸득거리며 그릇 밖으로 툭 튀어나갈 것만 같다. 이 큼지막한 그림에서 피카소의 그림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을 느껴본다면 지나친 감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