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중턱에 송전탑, 어느 예술가가 설치해 놓은 조형물처럼 멋스러워 보인다.
김정애
문득 원효스님의 ‘一切唯心造’란 말이 떠올랐다. 그가 당나라에 유학을 가던 중 날이 저물어 숲 속 무덤가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잠결에 몹시 갈증이 나 바가지에 담긴 물을 달게 마시고는 다시 잠에 빠진다.
그런데 이튿날 깨어보니 그 물은 바로 해골바가지 속에 고여 있는 물이었다. 순간 갑자기 구역질이 나면서 쓴물까지 다 토해내며 깨닫게 된다. 간밤에 달게 마신 물이나 지금의 물이 하나도 다를 게 없는데 더럽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 마음의 작용임을. 지금 이 느낌도 바로 그 거였다.
나만큼이나 추위를 타시는지 완전무장을 하고 나오신 노부부의 느릿하면서도 당당한 뒷모습에서 풍성한 자식농사와 겨울채비를 다 끝낸 듯한 여유로움이 배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