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설헌 전경신광수 명인이 야생녹차 시음장으로 운영하는 다원이다.양동정
▲ 승설헌 전경 신광수 명인이 야생녹차 시음장으로 운영하는 다원이다.
ⓒ 양동정 |
|
녹차하면 전남 보성이나 경남 하동, 제주 등을 생각하게 되는데, 우연한 기회에 조계산 선암사 근처에서 수백년 전부터 내려오는 야생차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농림부로부터 차 만드는 기술로 야생차 보유기능 명인 지정까지 받은 분이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시제 모시러 고향 순천가는 길에 일부러 시간을 내 들러 보았다.
순천 시내에서 선암사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달려가 선암사 종점 못 미쳐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에서 하차하여, 야생차 시음을 할 수 있다는 신광수 차 다원 승설헌을 찾았다.
신광수 명인은 1966년 선친으로부터 제다기술을 전수받아 수십 년을 야생차 재배와 제조에 일생을 바쳐온 분으로 1999년 농림부로부터 전통식품 제조 기능 보유자로 명인 지정을 받았을 뿐 아니라,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었다. 금년 11월 21일에는 제9회 전국 친환경 농산물 품평회 가공 부분에서 최고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하니 야생차 생산 분야의 일인자가 아닌가 싶다.
고려 때부터 잔설이 남아 있는 이른 봄에 아주 작은 차 순을 따 모아서 만든 명차 중의 명차인 승설차에서 따온 듯한 승설헌. 옥호에서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처마가 길지 않아 한층 단아해 보이는 외부 분위기에 따스한 오후 햇살 아래 녹차를 내놓으며 방문객을 맞는 신 명인의 안주인 되시는 분의 차에 대한 자상한 설명을 듣고 있노라니 너무나 편안하다.
차는 순을 따는 시기에 따라 차의 등급이 정해지기도 하고, 제다과정에서 등급이 정해지기도 한다고 한다. 보통 시중에 유통되는 녹차와는 달리 이곳에서 생산되는 차는 차 잎을 따서 전통의 방식 그대로 대형 가마솥에 덖어서 만드는 완전한 수제차라고 한다. 때문에 가장 고급품이라 할 수 있는 승설차는 50gr에 120만원까지 한다 하니 정말 귀한 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차는 100℃로 끓인 물로 일단 잔을 헹구어 내고, 적당량의 차를 넣은 자관에 80~85℃ 정도의 뜨거운 물을 부어 1차로 우려낸다. 초벌로 우려낸 녹차를 받아드니 색깔이 보통 마시던 녹차보다 녹색이 덜한 녹황색 빛이 돈다. 조용히 한 모금 마시니 약간 떫은 듯하더니만 이내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오랜만에 아빠와 동행한 대학1학년 아들 녀석이 떫다고 하더니, 두 번째, 세 번째, 우려낸 차를 마시고는 금세 고소하다고 어울리지 않는 호들갑이다. 우리는 통상 티백에 든 녹차를 한 번 우려내 마시고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승설헌 안주인 얘기는 초벌 우려낸 차는 다소 떫은 맛이 나나 두 번째 세 번째 우려낸 차는 부드럽고 순하고 고소하다며 세 번까지는 우려내 마시는 것이 좋다 한다. 남은 차 잎도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조계산 선암사 주변의 야생차는 타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는 녹차와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녹차라는 말 자체를 싫어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원래 우리나라의 재래종 차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대량생산 품종으로 개량되어 기계에 증기로 쪄서 생산한 녹색 빛을 띠는 일본차를 녹차로 부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야생차는 시중에 상품화된 녹차와는 달리 퇴비나 비료를 전혀 주지 않아 차나무 뿌리가 땅속 깊이 파고들어 깊은 땅 속의 기를 흡수하며 자란 것이고, 또한 제다과정에서 기계로 찌지 않고 가마솥을 이용하여 전통기법으로 덖어내기 때문에 시중의 녹차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차밭 또한 세계의 명차라 일컬어지는 인도의 다즐링차나, 스리랑카의 우바차, 중국의 무이차의 차밭이 청정한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것처럼 순천 시민의 식수원인 상사호가 내려다 보이는 청정한 고지대에 위치한 공통점이 있어 세계적인 명차로의 발돋움 할 수 있을것이라 한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귀한 야생차 맛을 보고나니 대학을 졸업하고 명인의 뒤를 잇겠다며 수업 중인 따님이 야생차 밭을 구경시켜 준단다. 직접 운전하는 4륜 구동차에 몸을 맡기고 정상에 오르니 30년 정도 자랐다는 녹차나무가 보인다. 아직도 완전 활착이 되지 않아 맨바닥이 보이는 이유는 친환경 야생녹차를 생산하기 위해 비료나 거름을 전혀 주지 않기 때문이란다.
차밭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상사호를 비롯한 주변 경관이 너무나 아름답고, 지척에 조계산 선암사가 인접해 있어 이미 녹차 밭 관광으로 짭짤한 수입을 챙기고 있는 보성이나 제주보다 훨씬 더 좋은 관광자원으로 개발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을 하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2007.12.04 12:14 | ⓒ 2007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