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베네수엘라 헌법 개정안이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12월 3일 새벽 1시 15분(현지시각) 차베스 개헌안에 대한 투표가 찬성 49.3%, 반대 50.7%로 부결되었다고 발표했다. 차베스는 선거결과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베네수엘라 개헌안은 무수한 갈등을 낳았다. 특히 대통령 연임제한을 철폐하고 현 6년의 임기를 7년으로 늘리는 내용과 국가비상사태 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은 “독재체제를 확립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반차베스진영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차베스는 애초 33개 항목의 개헌안을 국회에 상정했으나, 베네수엘라 국회는 심의과정에서 36개항을 추가해 69개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안(33개 조항 수정안)과 국회안(69개 수정안)을 모두 투표에 부쳤으나 모두 부결됐다. 국회안은 찬성 49%, 반대 51%를 기록했다.
이로써 1999년 대선에서부터 시작된 차베스의 ‘선거불패’의 신화는 막을 내렸다. 차베스는 1999년 대통령 선거, 2000년 신헌법 국민투표, 2000년 대통령 재선거, 2004년 대통령소환투표, 2006년 대통령선거에서 모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왔다.
그러나 이번 개헌투표의 경우, 그의 오랜 동지인 전 국방장관 바두엘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반차베스진영이 총력을 다해 반대운동을 펼치는 등 여러 차례 홍역을 앓았다.
이번 개헌 투표의 패배로 차베스가 주창하는 21세기 사회주의 건설 실험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노골적으로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차베스 진영의 정치적 입지는 보다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매번 선거와 아래로부터의 민중참여를 통해 정치개혁을 관철시켜왔던 베네수엘라의 실험이 ‘차베스 없는 베네수엘라 혁명은 존재할 수 없다’는 평가를 종종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투표 결과를 ‘정치적 자율성을 획득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판단’으로 해석할 여지도 존재한다.
신자유주의만이 대안이라고 울부짖는 폭력적인 세계화 추세 속에서, 새로운 지향과 가치로 우리 앞에 나타난 베네수엘라의 실험이 어떤 모습으로 계속될 지, 개헌 투표 부결된 지금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2007.12.03 16:29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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