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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부터 대선후보 벽보가 나붙었다. 대충 봐도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유력 주자들은 자신의 이름 석 자 외 경력은 생략했다. 이에 반해 별 볼일(?) 없는 군소후보들은 이런저런 경력이나 공약을 나열해 놓았다. 말이 벽보지 이력서와 진배 없다. 보고 있자니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직함 긴 명함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이 실속 없기는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사기꾼이 아니면 그나마 다행이고.
서론이 긴 이유는 실속 있는 음식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눈으로 보기에 재료가 많이 들어갔는데 맛이 없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별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기가 막히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 <어린왕자>에서 여우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맛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시각미(味)도 맛이 없다면 꽝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한다. 음식에서도 당장 눈에 보이는 시각미(味)를 선호하다보니, 식문화가 갈수록 안전해지지 않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청역 부근에 있는 ‘고려삼계탕’. 이 집의 삼계탕은 형편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의 발길에 문턱이 닳는다. 형편없다고 한 것은 닭과 인삼 한쪽밖에 들어가지 않는 삼계탕의 모양새 때문이다.
하지만 국물 맛을 보면 놀랄 노자이다. 진국이 따로 없다. 비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갖 재료를 넣고 육수를 우려낸 데 있다. 그 결과, 국물에 자신이 있으니 굳이 잡스런 재료로 치장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개운한 국물... 대구탕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소개하기 아까운 맛집이 있다. ‘속 시원한 대구탕’이란 옥호에서 보듯 이 집의 대표메뉴는 대구탕이다. 이 집의 대구탕은 빨갛지 않고 맑은탕으로 나오는 것부터가 일반적이지 않다. 내용물 역시 고려삼계탕에 버금갈 만큼이나 형편없다. 대구 몇 덩어리와 무 두 덩어리. 잘게 썬 미나리와 파가 전부이다. 1인분씩 스테인리스 대접에 담겨 나온다.
일단 후루룩 국물부터 맛을 보시라. 그리 뜨겁지 않으니 그릇째 들고 마셔도 된다. 대구의 육질 또한 뛰어난 식감이다. 살점에서 사근사근 씹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이다. 이 정도 질의 대구라면 이 집의 또 다른 메뉴인 대구찜도 먹을 만하겠다. 다음 기회에 동식인이 있다면 꼭 대구뽈찜도 먹어보리.
밑반찬으로 나오는 오징어젓에 다리도 있는 걸 보면 직접 만든 듯하다. 별로 짜지 않다. 김에 밥과 함께 오징어 젓갈을 올려 싸먹었더니 맛이 더해진다. 마치 이색 충무김밥을 먹는 기분이랄까.
급하게 국물을 마시고 났더니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 있는 땀방울. 그렇게 땀을 흘리며 먹고 나면 개운함과 상쾌함이 든다. 옥호 그대로 속 시원한 대구탕이라 할만하다.
“대구는 냉동 써요?”
“아직까지는 냉동입니더.”
겨울에는 생물을 쓴다는 말이다. 가격표에는 7천원이라고 적어져 있지만 1만원을 냈더니 4천원을 거슬러준다.
"어? 7천원인데 4천원 내줘요?"
"아직 안 올랐습니다."
겨울에는 생물 대구이기 때문에 1천원 더 받는다는 얘기다. 그대가 갔을 때 7천원을 받는다면 생물 대구탕을 먹었다고 보면 된다. 7천원…, 서울에서라면 1만 2천원 받아도 될 가격이다. 대구탕에 대한 여운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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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대구탕(051-747-3455)
해운대 달맞이고개 운면라이브 1층
2007.12.06 09:23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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