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작은 두 거인 김연자(왼쪽)씨와 신순애씨
천주희
성공회대학교 2학년 김연자(50·사회복지학과)씨와 신순애(54·사회과학부)씨는 1950년대에 태어났다. 두 사람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김연자씨는 담장 너머로 학교가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울곤 했다. 1973년 서울로 올라와 가발공장에 취직하지만 폭력이 심해 1년 만에 봉제공장으로 옮겼다. 신순애씨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 학업을 그만 뒀다. 12살 때 가족들은 남원에서 서울로 이사했고 1966년 청계평화시장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낮에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 노동조합에서 하는 야학을 다녔다. 김연자씨는 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 당시 신순애씨는 결핵을 앓고 있었다.
당시 조영래 변호사가 신씨에게 더 공부해볼 생각 없냐고 제안했으나, 그녀는 거절했다. "그 땐 내가 너무 어렸었죠. 노동조합 활동에 미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때가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입니다."
학교가는 친구들 보며 울던 소녀... 낮엔 공장으로 밤엔 야학으로1981년 전두환 정권은 노동조합 해산 명령을 내리고 우연치 않게 두 사람이 있던 노동조합이 해산되는 운명을 겪는다.
그 후 김연자씨는 결혼을 결심했다. "현실 도피라고나 할까? 그래서 빨리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했어요."
하지만 결혼하기 전 조건을 걸었다. 1순위는 가장 열악한 환경, 2순위는 순한 사람이었다. 그는 "남편은 내 일을 가로막은 적이 없어요, 존중해주고 잘해주죠, 하지만 주희씨(기자)는 결혼할 때 서두르지 말고 냉정하게 결정하세요"라며 웃었다.
1986년 '문송면 수은중독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 구로에 산재병원이 생겼고, 그 곳에서 6년을 일했다. 산재병원에서 사무장을 지낸 경력으로 2004년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직위를 맡았다. 3년 임기 동안 부채도 갚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열심히 일했다.
김연자씨는 퇴임 후 공부를 시작했다. 1년 동안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06학번으로 합격했다.
그 당시 둘째 아들 정준기씨가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김씨는 가계 부담으로 아들에게 군대 갈 것을 권하지만 준기씨는 계속 학교생활을 했다. 정준기씨는 "당시엔 서운했지만 어머니가 학교도 열심히 다니시고, 오히려 그때 그렇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요즘은 같은 대학생으로 동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신순애씨는 3년간 도망다녔다. 친구가 있었던 고물상에 숨어 들어가, 봉투를 붙이고 종이를 고르면서 살았다. 그 때 지금 남편 박재상씨도 함께 있었다.
"연애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마음 졸이면서 살았죠. 무엇보다 형사들이 매일 집에 찾아와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요."
외환위기 이후, 신순애씨는 작은딸 박희용씨에게서 여성센터를 소개받았다. 그 때부터 10년동안 자원봉사를 하면서 소년원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과 만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사회는 희망은 안 주고 길만 빼앗아요. 비학생은 인간 취급도 안 하잖아요. 그런 아이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고 싶었어요. 비학생출신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2004년 3월 초등학교 시험부터 시작했다. 그녀는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실과 과목이 새삼 어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내가 평생 청계천에서 바느질을 했는데 정작 시침·호침 이런 말들을 보니 모르겠더라고요. 이거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이론과 실전이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죠."
신순애씨는 2005년 고등학교 시험을 통과하고 그해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했다 고배를 마셨다. 그녀는 다시 도전했고, 결국 2006년 사회과학부에 합격했다.
"주민으로 오해받아 도서관에서 쫓겨날 뻔"두 사람은 2006년 성공회대학교에서 평생교육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 만났다. 월요일 오후 2시 50분, 수업 시작 10분 전이다.
김연자씨가 들어오고 곧이어 신순애씨도 들어와서 창가에 자리를 잡는다. 강의실에 들어오는 학생들과 인사를 한다. 물을 떠오기도 하고, 책을 들춰보기도 한다.
한 학생이 "어머니 과제 하셨어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하소연한다. 신순애씨와 김연자씨도 어울려 과제 이야기를 하며 하소연한다. 여느 대학생들처럼 과제에 대한 압박감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러다 교수가 들어오면 그녀들의 눈빛은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