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꼬치를 팔던 가게저 앞을 지나갈 땐 떡꼬치 냄새에 고개가 돌아가곤 했었다.
위창남
동네에서 떡꼬치와 핫도그를 팔던 곳인데 가게를 내놓는다는 글이 적힌 종이쪽지가 붙어 있다. 가게 문은 굳게 닫혀있는데 한 두어 달 저 상태로 있다. 저곳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만한 곳에 있던 가게 몇 군데도 문을 닫았다. 그 가게들이 있던 곳엔 재개발, 재건축으로 한몫 잡겠다는 부동산 업소들만 줄줄이 들어섰다.
동네에 있는 한 철물점은 가게를 내놓은 지 오래됐지만 보러오는 이 없는지 그냥 열어두고 있다. 가게 세는 그렇다 쳐도 권리금을 써놓은걸 보니 어쩌면 꽤 오랜 시간 가게를 얻으러 오는 이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자영업 비율은 33.6%로 일본 15.4%, 미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 10% 미만에 비해 훨씬 높은데, 97년 외환위기 뒤 실업자 구제 차원에서 정부가 자영업을 장려했던 것도 한 까닭이라고 한다.
자영업은 주로 외식사업이 많다는데, 아닌 게 아니라 동네에 가게들이 새로 들어섰다 하면 거의가 먹을거리 파는 곳이다. 여긴 동대문시장이 가까워 옷을 하청 받아 만드는 곳이 많았는데, 일이 많이 줄어들어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동네 사람들 관심은 먹고사는, 아주 원초적인 것에 쏠려있는 듯하다. 그게 이곳만 그럴까.
서울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만홧가게 앞에는 새로 나온 책 목록이 적힌 벽보와 함께 편안한 잠자리와 일 소개시켜 준다는 글이 적힌 종이쪽지가 붙어 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만화를 보며 킥킥거리던 만홧가게 풍경은 이제 추억 속에나 있을 뿐이고 일을 찾거나 하룻밤 잠을 청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상한 곳으로 변해버렸다.
숙대 전철역입구에 리어카에 호떡을 구워 파는 아저씨가 보인다. 쉰이 넘어 보이는 그 아저씨는 그 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장사하는 솜씨가 영 서툴다. 호떡을 구워 잔뜩 쌓아놓기만 했다. 한참을 지켜봐도 천 원에 3개하는 그 호떡은 줄어들지 않는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떡꼬치에 맛난 양념을 바르는 아저씨 미소와 시끄러운 재봉틀 소리, 호떡을 먹으려면 조금 기다려야 하는 풍경을 봤으면….
덧붙이는 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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