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비자금' 전반전 종료 임박... 성과는?

검찰 특수본부, 이건희 회장 등 출금·1천여개 차명의심계좌 추적

등록 2007.12.17 10:02수정 2007.12.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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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후 검찰수사관들이 서울 종로타워 삼성증권 본사에서 압수한 물품을 박스에 넣어서 가지고 나오고 있다.
30일 오후 검찰수사관들이 서울 종로타워 삼성증권 본사에서 압수한 물품을 박스에 넣어서 가지고 나오고 있다.권우성

삼성 비자금 및 경영권 승계 불법 의혹 수사 '전반전'이 끝나가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는 사실상 나흘 후 해체절차에 들어간다. 바톤을 이어받는 특별검사는 후반전을 이끌어 갈 예정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오는 17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특별검사 후보 3명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19일이 대선일임을 감안할 때 20일께야 특별검사가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부는 특검 임명과 동시에 그동안의 수사자료를 인계하는 동시에 해체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혀왔다.  

김수남 특별수사 · 감찰 본부 차장검사는 지난 14일 오전 브리핑을 마치고 "특검 수사를 앞두고 성과를 말하기 힘들지만 초동수사로 볼 때 (특수본부의 수사는)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수남 특수본부 차장검사 "초동수사로 볼 때 만족스러웠다" 

 김수남 특별수사·감찰본부 차장검사는 25일 오후 수사팀에 인선된 8명의 검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수남 특별수사·감찰본부 차장검사는 25일 오후 수사팀에 인선된 8명의 검사 명단을 발표하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선대식

임채진 검찰총장까지 삼성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인해 검찰 특별수사 · 감찰본부는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 수사기구로 출발했다. 그러나 본부장인 박한철 울산지검장이 20일 임명된 데 이어 일선의 수사 검사들은 25일에야 인선을 완료됐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특검법을 수용하는 한편 법무부 장관에게 "이중 삼중 수사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언급해 수사 범위의 제약까지 받았다.

그러나 특수본부는 "원활한 특검 수사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 수사를 하겠다"며 "누가 봐도 해야 하는 수사, 긴급성이 요구되는 수사, 필요불가결한 수사를 하겠다"며 확실한 기초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실제로 특수본부는 수사 검사 인선을 마친 26일부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핵심인사 8~9명을 전격 출국금지시키고 30일부터 4일 간 삼성증권 본사와 수서 전산센터, 과천 삼성 SDI 데이터센터를 압수수색했다.

더불어 김용철 변호사의 명의로 된 차명계좌 파악을 위해 전국 87개 금융기관에 협조를 요청해 20여 개의 차명의심계좌 중 차명계좌 3개를 더 확보했다. 130여 명의 삼성그룹 전 · 현직 임원 명의로 개설된 차명의심계좌 1천여 개도 추적 중이다.


열심히 했지만 경영권-정 · 관계로비 의혹은 특검에게 넘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2일 오후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삼성과 검찰의 회개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로비 대상 전현직 검사(이종백, 임채진, 이귀남)명당 일부와 이재용 전무의 불법적인 재산형성 경위를 담은 삼성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2일 오후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삼성과 검찰의 회개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로비 대상 전현직 검사(이종백, 임채진, 이귀남)명당 일부와 이재용 전무의 불법적인 재산형성 경위를 담은 삼성내부 문건을 공개했다.권우성

특수본부가 주도한 '삼성 비자금 및 경영권 승계 불법 의혹' 수사의 전반전은 적어도 비자금 조성 및 관리 부분에 있어서는 주요 관계자 출국 금지 조치, 차명의심계좌 확보 등 기초 수사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변호사도 11번이 넘게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고 지난 13일에는 "젊은 검사들이 지금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며 수사팀에 대한 신뢰를 표시했다.

그러나 특수본부는 경영권 승계 불법 의혹과 정 · 관계 로비 의혹은 특검으로 수사권을 넘겼다.

지난 10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해 김석 삼성증권 IB사업본부장을 소환하는 등 경영권 승계 불법 의혹에 대해 기초적인 확인을 거쳤지만 김 차장검사는 이미 여러 번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은 대법원에 재판이 계류 중인데다 최종 수사종결 권한이 없는 특본이 수사를 맡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정 · 관계 로비 의혹 역시 같은 이유로 현 단계에 제기된 의혹 수준 이상 수사를 확대하지 않은 상태다.

또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노력 정황이 언론 보도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특수본부는 추가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전반전이 '수비'에는 강했지만 '공격'에는 약했던 까닭은 '수사 환경' 탓이 크다.

특수본부 수사 자체가 특검 출범을 전제로 하고 있었고, 1천여 개의 차명의심계좌 추적을 위해 각 계좌마다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다 5년이 넘은 계좌의 경우 계좌개설신청서를 확보하기 어려워 장기간 시일이 소요되고 있다.

김 차장검사는 지난 14일 "차명의심계좌 명의인 1명 당 3개의 계좌만 있다고 하면 390개 계좌만 추적하면 되지만 연결계좌까지 포함해 계좌가 1천 개, 몇 천 개가 될 지 모른다"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검이 치르는 후반전은 어떻게 될까? 벌써부터 우려가 솔솔...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28일 오후 삼성비자금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설치된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28일 오후 삼성비자금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설치된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권우성

이 같은 특수본부의 공과 과는 특검이 치를 후반전 전략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특히 최장 105일밖에 안 되는 수사기간 동안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 출범 즉시 강한 공세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대한 차명의심계좌의 추적을 위해 김 변호사가 주장한 바와 같이 국세청 · 공정위 · 금감원 등의 협조를 얻는 한편, 적극적으로 핵심 관련자 소환과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그동안 제한됐던 수사를 확대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결국 삼성 의혹 수사에 '화룡정점'을 찍어야 하는 만큼 들여야 할 공도 더 많다. 

그러나 최근 특별검사 임명을 놓고 각계각층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추천했던 박재승 변호사를 제외한 채 검사장급 출신 후보를 추천한 데 이어, 변협 역시 서울지방변호사회 추천 3명과 검찰총창 출신 한 명 가운데 특검 후보들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미 김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변협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검찰 고위 출신 간부들은 삼성의 로비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특검을 맡기에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김 변호사의 변호인인 이덕우 변호사는 지난 14일 서울지방변호사회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남겼다.

"다음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삼성 이건희 일가의 방어벽이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삼성비자금 #특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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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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