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전북 기본계획도. 토지공사 및 농촌진흥원 등 농촌 혁신관련 공공기관이 이전되며, 대규모 농업 시험장이 현장에서 펼쳐진다.
토지공사
셋째, 집적효과가 분산효과보다 크다는 주장은 이른바 수도권 규제완화파들이 계속 주장하는 것이다. 세계경제시대에 거대세계자본과 세계기업과 세계의 대도시들과 경쟁하려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외국 자본과 기업은 인력과 사회기반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수도권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도권 규제가 외자 유치와 기업 유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집적 효과가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어느 정도의 집적 효과냐가 관건일 뿐이다. 각개 지자체나 각개 기업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현상은 당연히 이해가 되지만, 총체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정책 관점이 필요하다. 지적되는 바, 수도권의 집적에 비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밀, 높은 물류비용, 과도한 부동산, 과도한 물가 문제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서울과 수도권은 집적 효과를 제대로 내기 위한 리스트럭처링을 대폭 추진해야 하지만, 집적 효과의 한계치에 대한 의식은 필요하다.
지방에 대해서는 이제 분산 효과라는 표현보다는 '결합 효과' 또는 '광역 효과'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다. 이른바 광역 경제권화, 초 광역 도시경제권의 부상이다. 하나하나 도시는 크지 않더라도 몇 개의 도시들을 연계하여 500만∼800만의 결합효과를 갖는 광역 경제권화는 균형발전을 위해서 뿐 아니라 국가의 성장 동력을 높이기 위해 긴요하며 혁신도시는 광역경제권의 발화를 촉진시키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혁신도시와 행복도시의 잠재력 높이기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 행복도시나 혁신도시의 내용과 진행과정에 대해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책 방향에 찬성한다고 해서 모든 전개 방식에 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불만이라면, 혁신도시가 지방도시의 도심재생과 맞물리지 못하고 새로운 택지개발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중앙의 추진주체들(예컨대 균형발전을 총괄하고 있는 균형발전위원회)도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혁신도시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지자체들은 기존 도심 재생과 연동시키면 지구 지정이나 개발 가속화에 제약이 있으므로 저어하면서 새로운 개발거점을 만들고 싶어 했고, 정부 측에서는 관련 공공기관의 노조와 종사원들의 좋은 교육 환경과 주거환경 조성에 대한 인센티브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여러 현실 상황들이 맞물려 돌아간 결과다. 대개의 혁신도시들은 각 도시의 행정 권역 내에서 도시화 지역에 연접한 지역에 지정되었다. 전주·완주나 나주 혁신도시처럼 대규모의 신개발 구역이 된 경우도 있다.
혁신도시의 정책 목표 실천에 긴요한 것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인데 지자체의 역량이 약하다는 것은 걱정되는 현상이다. '혁신 클러스터'의 성공이 혁신도시의 핵심이고, '공공기관, 혁신 기업, 혁신 대학'의 삼각 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자체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혁신 기업과 혁신 대학의 유치와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적극성이 부족하고, 중앙의 지원을 기대하는 성향과 택지의 아파트 개발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는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혁신도시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하는데, 이는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행복도시에 대한 나의 불만도 꽤 있다. 행복도시는 그 자체 도시 조성이 관건이 되기보다는, 대전·천안·공주권의 도시광역권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실제 사업 추진과정에서는 행복도시 조성 자체에 역점을 두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통 계획에서 주로 고속도로 접속을 통해 주변도시와의 연계를 꾀하는 정도의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행복도시의 공사비 8조5천억 원 상한선 내에 광역교통 개선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제약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행복도시가 새로운 행정 혁신의 중심이 되려면 근본적으로 철도 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전주권, 광주권, 대구권, 강원권 등과 연계하는 광역 간 철도 연계뿐 아니라 대전 광역권내의 철도 체계와 도시 철도와의 연계가 중요하다. 이런 근본적인 사항이 예산 운용의 제약이라는 이유로 검토조차 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행복도시 및 인근 지자체들과 광역협의회를 구성하여 대전광역권의 발전을 공동 모색한다고 하나 여전히 각 지자체의 각개 약진과 개발 선점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 역시 앞으로 차기 정부에서 획기적인 협의체계 또는 광역정부 구성까지도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이런 광역 마인드로 행복도시 및 주변 지역의 성장동력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차기 정부의 시작과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솔직히 참여정부 기간 중에는 워낙 행복도시에 대한 견제가 심해서 발상 전환을 할 만큼의 적극적 프로그램 개발이 미진했다.
지방도시 발전과 광역경제권의 등장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상당한 한계와 제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로서 우리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은 분명하다.
내 개인적으로는 행복도시보다 혁신도시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파급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행복도시는 국토균형발전의 상징적인 위상이 더 큰 반면 행정도시는 실질적인 지방발전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끊임없이 흔들었듯이 차기 정부에서도 흔들려고 하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