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지휘를 맡은 플라시도 도밍고를 인터뷰하는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도밍고는 오페라를 보러가지 않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첫번째는 오페라를 보러갈 돈이 없는 사람이다. 두번째 부류는 오페라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들은 오페라를 접할 기회도 없었고, 오페라는 노인네들이나 보는 고리타분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도밍고는 오페라가 대중적 장르인 영화와 만나면 엘리트 냄새도 많이 벗을 것이고 가격도 싸게 되어 더 많은 사람이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터 겔브가 취임하면서 메트는 대대적으로 새로운 마케팅 캠페인을 시도하였다. 우편과 전화로만 하던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을 벗어나 전화부스, 지하철역 입구, 가로등, 버스 외부에 광고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보수적인 메트가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획기적이다. 메트와 달리 뉴욕 시티 오페라는 이미 대중적인 마케팅 방법을 쓰고 있었고, 실험적인 레파토리도 도입하고 있다.
메트는 2006-2007 시즌부터 개막 공연을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무료로 상영하여 뉴욕 시민들이 볼 수 있게 하였고, 이전부터 해오고 있던 라디오를 통한 전세계 라이브방송을 보다 확대했다. 또한 2007-2008 시즌부터 뉴욕의 5개 고등학교에 무료로 오페라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오페라를 보지 않던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오페라에 익숙치 않은 시민들이나 학생들에게 오페라에 최대한 노출시키려는 전략이다.
메트 오페라 고화질 라이브의 성공적인 관객동원극장에서 오페라를 상영하는 것은 오페라 대중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의 한부분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시도에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다 싼 가격으로 오페라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면, 메트의 본 공연 관객수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2006~2007 시즌의 객석 점유율이 83.9%로 그전 시즌의 76.8%보다 훨씬 높아졌다. 지난 6년간 계속해서 하락세였던 점유율은 1년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2006~2007년 시즌의 '마술피리(Die Zauberflöte)'부터 오페라 고화질상영은 전세계적으로 100여개의 극장에서 이뤄졌다. 출발부터 괜찮은 흥행이었다. 매진된 극장도 상당수였고, 전체 극장의 객석 점유율이 무려 90%에 달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노르웨이의 극장에서 시작한 오페라 영화관은 상영관을 계속해서 늘려가서 오스트리아, 호주, 벨기에, 체코,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푸에르토리코, 스웨덴으로 확산되어 2007~2008 시즌에는 약 600여개 관으로 늘어났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한국의 영화관은 참여하고 있지 않아 한국에서 메트의 공연을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