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자유토론(라운드 테이블) 모습
조경국
"앞으로 폐교에서 지내게 된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마을 어르신들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 생각하니 긴장이 됐다.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두려움도 있었다. 그 분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란 관점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만한 생각이란 걸 깨달았다.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가 중요한 것 같다."폐교를 살리려는 사람들이 '다시 살아난 폐교'에 모였다. 20일 오마이스쿨에서 열린 '폐교가 살아야 마을도 되살아난다' 토론회에는 대선 바로 다음날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폐교 활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국에서 모인 만큼 사람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농민, 회사원, 자영업자, 시민단체 활동가, 한국능률협회 컨설턴트 등 다양한 직업군은 물론이고 전통무예 십팔기 보존회, 전국백수연대, 새터민 예술단 등 언뜻 폐교와 무관하게 보이는 단체에 소속한 사람들도 참석했다.
그만큼 '마을을 살리는 창조적인 폐교 활용'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랐다. 특히 폐교 활용에 대한 비즈니스적 접근에 대하여 '폐교를 살려서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참석자들의 토론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어떤 접근 방식이든 '마을과의 소통이 1순위'라는 인식에 있어서는 참석자 대부분이 공감을 표시했다. 토론회는 폐교 활용 모범 사례 발표, 참가자 자유토론 등 순서로 진행됐으며, 열띤 분위기 속에 당초 종료 예정시간이었던 오후 6시 30분을 훨씬 넘긴 밤 10시에 이르러서야 마무리됐다.
하늘내 들꽃마을과 웃다리 문화촌 |
전북 장수군 천천면 연평리에 있는 '하늘내 들꽃마을'은 폐교 활용의 모범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귀촌한 도시인들이 옛 연평초등학교에 친환경상품 인터넷쇼핑몰 사무실을 이전하고 주민들과 연대하면서 마을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쇼핑몰 고객을 농촌체험 관광객으로 유치함으로써 성공적인 도농 교류 사례까지 제시하고 있다. 2006년도 농림부 지정 최우수농촌체험마을.
폐교된 경기 평택시 서탄초등학교 금각분교를 부활시킨 '웃다리 문화촌'은 문화 코드에 도시형 폐교란 특징을 잘 접목시킨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상주하는 작가가 작품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일반인을 상대로 강좌를 병행하는 방식,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으면서 연인원 2만5천명 정도가 웃다리 문화촌을 방문했다. 이와 함께 문화촌에서 하늘 솟대 만드는 법을 가르치던 지역 노인들이 '희망 솟대'라는 실버기업까지 창업하는 성과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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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쉽지 않다. 그래도 소통하라 이날 사례 발표자들은 성공적인 폐교 활용의 조건으로 한결같이 마을 사람과의 소통을 꼽았다. 첫 번째 사례 발표자로 나선 하영택 하늘내 들꽃마을 전 사무장은 "아무리 뛰어난 기획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마을 주민을 배제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그들과 어떻게 연대할 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 전 사무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굉장히 힘들다. 편안하게 살 수 있고 소득이 향상된다고 해도 대부분 나한테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소통의 어려움을 소개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을 사람 일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