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향상을 위한 6대 정책의제’ 중 교육 분야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이다. 특히 지나친 학벌 및 학력사회에서 대학 입시지옥과 이로 인한 사교육비 문제는 온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 분야는 대선 핵심의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번 선거보도에서 정책관련 보도가 매우 부족했지만, 교육관련 보도는 다른 사안에 비해 많이 다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단체는 12월 10일부터 12월 15일까지 일주일간 6개 중앙일간지(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겨레)를 대상으로 교육의제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는가를 모니터했다.
1. 기사 분류
모니터 기간 중 교육관련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소재로 분류된다. 먼저 12월 7일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됨에 따라 수능등급제에 따른 혼란과 논란이 계속 되어 ‘수능 등급제’를 중심으로 대선후보들의 정책을 비교하는 보도가 있었다. 한편 사회․교육․문화 분야에 대한 중앙선관위 주최 2차 TV토론회가 12월 11일에 열려 이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이번 모니터에서는 이와 관련한 보도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2. 2차 TV토론회 관련 기사
단순 중계 위주의 보도... 심층적 분석은 찾아보기 어려워
이번 대선은 사실상 정책선거가 물 건너갔다는 평가와 함께 후보자 상호간 토론 역시 거의 없어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지난 11일에 있었던 중앙선관위 주최 2차 TV토론회는 교육 분야에 관련된 후보자간의 공약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그러나 6개 중앙일간지를 모니터한 결과 전체적으로 후보자들의 발언 내용을 중심으로 단순 중계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후보자간의 정책적 차이를 심층적으로 비교․평가하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표 1> 참고)
비교적 교육 분야에 대해 심층성을 보인 신문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12일 1면에 <특목․자사고 확대 ‘날선 공방’>을 실어 교육정책 중 특목고 문제에 대해 부각했다. 이어 5면 <이명박 “수능등급제 강행 혼란 자초”/정동영 “자사고 늘리면 재앙 부를 것”/이회창 “교육예산 80조로 확대해야”>에는 ‘텔레비전 토론에서 나타난 대선후보들의 교육관’이라는 제목의 표를 게재했다.
표는 교육 정책의 핵심문제인 특목고․자사고 확대, 대학입시, 수능시험, 수능등급제, 교육철학, 교사 수 확대에 대해 이명박․정동영․이회창․문국현․권영길․이인제 후보 측 입장을 제시하고 해설을 통해 이해를 더했다. 그러나 도표 중 권영길 후보가 특목고․자사고를 확대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이인제 후보는 입장이 없는 것처럼 나타내는 ‘오보’를 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다음날 2면 하단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사과했다.
한편 서울신문과 중앙일보는 자사 자문단을 통해 교육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발언을 평가했다. 그러나 서울신문 <차별화 전략 부족 “맥 빠졌다”>(12/12, 6면)은 각 후보자들의 정책에 대해 한계점만 간략하게 지적했으며, 중앙일보도 <이명박 “수능 등급제 반대” 정동영 “수능시험 없앨 것” 이회창 “대학에 선발권을”>(12/12 1면)과 <이명박 ‘실용주의’ 정동영 ‘평등주의’ 이회창 ‘이상주의’>(12/12 5면) 두 개의 기사를 통해 분석했으나 유권자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특히나 중앙일보는 행동, 말투, 표정, 패션과 같은 가십성 평가가 주를 이뤘고, 후보자간의 정책 차이에 대한 설명은 “이명박 후보는 자율과 경쟁을 기조로 교육 개혁을 하겠다는 입장을, 정동영 후보는 현 정권의 평준화 틀을 유지하겠다는 주장을 폈다고 분석했다. 이회창 후보는 학교 간 학력 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명박 후보와 다르다고 평가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한편 우리 단체는 지난 12일 ‘오늘의 나쁜 선거기사’로 중앙일보의 <3불정책 이어가겠다는 후보 1명도 없어>(12/12 4면)를 선정했다. 당시 지적했듯이 위 기사는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후보가 3불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므로 명백한 오보로서 3불 정책으로 대표되는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사실까지 왜곡하는 악의적인 기사였다.
또한 같은 면에 실린 <집중 난타당한 노무현 정부 교육정책>의 경우 기사 내용은 토론회에서 나온 각 후보자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하는 것이었으나 제목은 이와 상관없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집중 난타”당했다고 표현하며 악의적으로 폄훼했다. 이는 교육정책에 있어 각 후보자들의 차별성을 비교․분석하는 것이 아닌 ‘反 3불 정책’, ‘反 참여정부’ 식의 선거 구도를 만들려는 보수언론의 정략적 의도를 엿보게 하는 기사였다. 한편, 다음날 중앙일보는 오보에 대한 정정 보도를 내지 않는 뻔뻔함마저 보였다.
3. ‘수능등급제’ 관련 기사
지난 12월 7일 수능시험 성적이 발표됐다. 성적 발표 직후 ‘수능등급제’에 대한 반발이 일자 교육정책이 주요이슈로 자리 잡았다. 보수언론은 ‘수능등급제’를 구실로 앞장서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비판을 가했으며, 차기 정부는 반드시 현 교육정책을 고쳐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보수언론, ‘수능등급제’ 문제의 본질 가리고 현 정부 교육정책 비난에 올인
논란이 되고 있는 수능등급제는 2004년 10월 28일에 합의를 거쳐 확정·발표되었다. 당시 대학 입학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기준은 수능점수 뿐인데다가,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은 수능 고득점을 받기 힘들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사교육 시장은 더욱 과열되면서 공교육이 붕괴되었다는 위기여론이 형성되었다.
정부는 대입에서 생활기록부 중심의 내신점수 반영 비율을 높이는 대신, 수능시험은 변별력을 완화하고 수능의 비중을 낮춤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비를 절감시키겠다는 전형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일부 상위권 대학들은 이러한 취지를 벗어나 내신 반영률을 하나마나한 수준으로 낮추고 이전과 같이 수능점수로 줄 세우기를 강행했다. 특히 보수언론들과 일부대학들은 ‘명목 반영률’과 ‘실질 반영률’이라는 이름으로 내신 적용률을 교묘히 축소시키며, 내신 위주의 전형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바 있다.
한마디로 정부의 교육정책 자체를 거부하는 대학과 그들의 일탈을 무조건 지지하는 보수신문의 야합이 노무현 정부 교육정책이 이루어지는 내내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보수신문들은 이번 수능에서 수능변별력이 낮아 고득점들이 지원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을 부추겨 감정적인 동요를 불러일으키려고 갖은 애를 쓰는 형국이다.
동아일보 <“등급제 당장 고쳐야”>(12/10 1면), <대선후보들도 “문제있다”>(12/10 4면), 조선일보 <유력 대선후보들 “수능등급제 바꿔야”>(12/11 2면)는 후보들의 수능에 대한 입장의 본질은 뺀 채, 수능등급제를 바꿔야 한다는 형식적인 합의가 있는 것처럼 호도했다.
중앙일보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강한 비판을 보였다. 이틀 연속 1면에 <“학생 볼모로 실험 그만 새 정권 대입 개혁부터”>(12/10), <“다음 대통령은 학생 선발권 대학에 넘겨야”>(12/11)를 싣고 교육문제를 부각시켰다. <“학생 볼모로 실험 그만 새 정권 대입 개혁부터”>(12/10)는 “현 정권 평등주의가 등급제 수능 대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하며, 선정적인 제목 뽑기로 정권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렸다. 입시문제의 원인을 현 정부의 잘못이라고 단정짓고 다음 정부에게 방향을 주장하는 것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보수언론은 사설/칼럼을 통해서도 열을 올렸으며, 특히 조선일보의 사설 <노무현式 입시, 신군부式 입시>(12/14 31면)에서는 차기 정부에게 “입시 정상화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제안”하겠다며 그 해답으로 내놓은 것은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한 달 안에 대책을 내놓든가 정리해고 하겠다고 통보하는 것”이었다. 정리해고라는 협박이면 교육개혁이 이뤄진다는 조선일보의 막가파식 묘안이라 할 만하다.
4. 기타 기사
이번 모니터기간 중에는 교육 분야에 대한 정책검증 및 기획기사는 없었다. 후보 동정기사와 같은 형태 내지 다른 정책들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정도의 기사만이 눈에 띄었다. 지금까지 언급한 2차 TV토론회와 수능등급제 관련 내용 외에는 유의미한 모니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정책 선거가 실종되었다고 하는 17대 대선이지만 언론들의 의지가 있었다면 적극적인 정책검증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번 대선 선거 기간 내내 언론은 단순히 의혹공방에 대해 ‘따라가기 식’ 보도에만 치중한 채, 유권자에게 후보들의 정책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언론 기본 역할에 대한 방기와 같다.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듯이 교육 분야는 당리당략에 따라 제단해서는 안된다. 또한 교육은 시장적인 접근이 아닌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공교육 정상화가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시장경제의 질서를 끌어들이고, 현실적인 양극화로 인한 불평등을 무시한 채, 일괄적 점수 위주의 경쟁논리만을 강조하는 방향의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특목고의 폐단을 역차별의 논리로 재생산하고 정당화시키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수능등급제’ 논란을 확대해 그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왜곡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현 입시문제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소위 상위권 대학들에 대해 어떠한 지적도 하지 않는 보수신문의 보도태도는 그 자신이 언론인지 유력대학인지 혼동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교육정책이 명암을 드러낼지도 모르겠으나, 학계와 시민단체들의 사회적 대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 흠집내기에만 골몰했던 보수언론도 이제부터라도 진정한 인재양성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2007.12.21 17:43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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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정책 검증보다 현 정부 교육정책 비난이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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