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그룹이 노조간부 33명에 대한 무더기 해고를 단행한 가운데 노조 측은 21일 오후 이랜드 박성수 회장이 장로로 있는 사랑의 교회에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 요청 및 박성수 회장의 장로직 박탈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교회 측은 육중한 철문을 잠그고 노조원의 출입을 가로 막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노조 측은 이날 사랑의 교회 금요철야 예배를 참석하고 교회 마당에서 단식농성을 이어나갈 예정이었으나 철문에 가로 막혀 밖에서 농성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기독교대책위)는 기자회견과 함께 "박성수 회장은 노조와 성실히 교섭해 사태를 해결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이랜드 본사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회견을 저지하려는 이랜드 직원과 기독교대책위 간 실랑이도 벌어졌다.
이날 오후 15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랑의 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뉴코아-이랜드일반노동조합은 "이랜드 사태해결을 위해 한국교회 대표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나서고 있다"며 "이제는 박성수 회장이 장로로 있는 사랑의 교회가 나서야 할 때다. 180일째 거리에서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루빨리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밝혔다.
노조, 사랑의 교회에 박성수 회장과 노조 대표 만남 주선 요청
노조 측은 사랑의 교회에 ▲박성수 회장과 노조 대표와의 만남 주선 ▲박 회장이 기독교를 돈벌이에 이용치 못하도록 권고 ▲박 회장이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장로직 박탈 등을 단행해 달라고 호소했다.
어제(20일) 사측으로부터 해고를 통보 받은 김경욱 위원장은 "박성수 회장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옥한흠 목사라고 생각 한다"며 "(노조원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사랑의 교회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또, 교회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사측의 해고 조치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김형근 위원장은 "징계위 절차도 없이 노동자의 목을 자르는 게 기독교 사랑의 정신이냐"며 "기독교가 얘기하는 사랑의 정신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달라"고 밝혔다.
"이랜드, 작년 크리스마스 땐 통장가압류 선물하더니, 올해엔 해고 선물"
홍윤경 사무국장은 "지난해 통장가압류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던 사측이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해고라는 선물을 줬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노조 측은 기자회견 후 금식기도회와 함께 교인들을 상대로 한 선전전을 벌여나갔다. 이와 함께 이날 저녁 사랑의 교회 금요철야 예배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육중한 교회 문에 가로막혀 밖에서 농성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닫힌 교회 문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교인들의 시선 또한 차가웠다. 기자회견을 바라보던 한 여성 성도는 "왜 여기 와서 그래"라며 못마땅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남성 교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 "정일이(김정일 국방위원장)가 기다리고 있는 북한으로 넘어 가라"는 등 거친 말을 쏟아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이랜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는 이랜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랜드 문제는 기독교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심각한 삶의 위기로 내모는 등 신앙적 정체성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성수 장로, 집사님들을 거리로 내모는 행위 회개하라"
진광수 목사(고난함께 총무)는 "박성수 장로는 돈이 일만 악의 뿌리라는 성서의 말씀을 깊이 새겨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신앙의 초심으로 돌아와 교회에 가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집사님들을 거리로 내모는 행위를 회개하고 새로운 결단을 하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인권센터 사무국장 최재봉 목사는 "기독교 사업체를 표방한다면 성서에서 말하는 나눔의 실천에 나서야 한다"며 "도덕적 역량을 인정받지 못하고 천박한 기업으로 전락한 이랜드 기업이 나온 것에 대해 목회자들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대책위는 기자회견 후 "이랜드와 박성수 회장은 약자를 섬기는 마음으로 사태를 해결해 나갈 것을 권면 한다"며 "노조 간부들에 대한 해고와 고소 등 강경대응을 접고 노조와 국민이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내놓아 기독교 기업으로 이랜드 위상을 되찾아 주길 당부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이랜드 사측에 전달했다.
기독교대책위 기자회견에 대한 이랜드 직원 무관심 또는 적대감
기독교대책위는 서한에서 "12월26일까지 구체적 해결방안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기독교대책위는 신앙의 양심을 회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을 천명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점심시간인 낮 12시에 진행됐지만 이랜드 직원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정문을 빠져 나온 직원들은 기독교대책위 기자회견에 대해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며 걸음을 재촉했다.
뿐만 아니라 기자회견에 대해 노골적 적대감을 드러내는 직원도 있었다. 한 직원은 기독교대책위를 향해 "여러분들이나 똑바로 하세요. 왜 남의 회사 앞에서…"라며 기자회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기자회견문을 낚아채 찢어버린 직원도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2007.12.21 20:22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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