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노무현 정권 탓' 타령 그만해야

[주장] 수구보수진영의 ‘여론 몰이’에 끌려가...진보개혁진영 전략 실패

등록 2007.12.25 14:35수정 2007.12.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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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되면 내 탓이요, 못 되면 조상 탓’이라고, 17대 대선 패배 원인으로 진보개혁진영이 이구동성으로 ‘노무현 정권 탓’을 외치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등 대부분의 진보진영이 이같은 진단을 내리고 있다. 또한 패배의 한 주체인 대통합민주신당 역시 이 같은 평가와 함께 이른바 ‘친노세력’과 향후 당의 진로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한국진보연대는 선거일 다음 날 성명을 통해 “노무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라며 “부동산 투기, 위장취업, 위장전입, 주가조작의혹까지 도무지 대통령  후보라고 믿을 수 없는 이명박씨가 당선된 것은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을 교체하려는 민심이 준열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자기우월감에 빠져 민중을 무시하고 민중 위에 군림하려 했던 노무현 정권은 민중들에게 분노의 심판을 받았다”며 “개혁진영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자기만 옳다고 고집피우며 단일화도 실패하였고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상대 후보 공격에만 매달려 민중의 외면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당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확실한 선 긋기 실패’ ‘노 대통령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것’ 등을 패인으로 지적하며 ‘친노세력’과의 결별, 분당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는 과학적 분석을 통한 본질적, 주체적 평가가 못 된다. 특히 단골처럼 등장하는 ‘노무현 정권 탓’으로 돌리는 것은 철저한 자기반성을 회피하고 책임을 모면하려는 구태정치의 일면이다. 또한, 민심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17대 대선, 수구보수진영 ‘이를 악문 10년’의 결정판...막강한 여론 몰이로 의제 선점 

 

이번 17대 대선은 줄기차게 ‘민주세력 무능’ ‘잃어버린 10년’을 주장하며 철저하게 준비해온 수구보수진영의 각본에 따라 치러졌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즉, 조·중·동을 비롯한 정치언론과 한나라당 등 수구보수진영의 일관된 여론 조작에 의해 왜곡된 민심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의 패배는 곧 죽음이라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10년을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막강한 언론을 통한 여론 장악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 대한 ‘묻지마 식’ 발목잡기와 공격으로 참여정부의 모든 공과를 오로지 실패와 무능으로 몰아붙이며 여론을 몰아갔다. 특히, ‘민생경제 파탄’을 끊임없이 외치며 ‘경제 살리기’에 모든 것을 몰아가는 집요함을 보였다.

 

여기에 진보진영과 신당, 그리고 소위 진보언론까지 맞장구를 치면서 참여정부는 온 몸에 상처를 입게 됐다. 수구보수진영에서 만든 대선 판에 철저히 이용당한 것이다. 참여정부에 대한 공격은 ‘누워서 침 뱉기’임을 부정하면서 말이다. 참여정부의 부침은 진보진영의 성패와 괘를 같이 하고, 신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진보개혁진영은 수구보수진영의 여론 몰이에 휩쓸리며 패배의 길을 걷게 됐다.

 

묻고 싶다.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참여정부가 일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의 개혁적 조치들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만 할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인가. 국민들은 진보와 개혁진영에 대한 차별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진보진영이 내세운 ‘선명성’이 과연 이들 막강 보수언론이 만들어내는 여론을 뒤집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것이라고 판단했단 말인가. 신당의 노무현 대통령과의 선 긋기가 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가.

 

진보개혁 하나로 뭉쳐 민주정부 10년을 잇는 평화통일정권으로 민생경제 대안을 제시했어야

 

진보개혁진영은 이번 대선에서 수구보수세력의 집권을 막고 승리를 안아오기 위해서는 이들의 막강한 ‘여론 조작’에 맞서 원칙적이면서도 과학적인, 그리고 정공법 전략으로 돌파했어야 한다.

 

먼저, 진보개혁진영은 참여정부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받아 안고 이를 발판으로 더욱 성공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어야 했다. 참여정부의 탄생은 진보개혁진영과 함께 한다. 참여정부의 성공이 바로 진보개혁이 성과요, 실패는 곧 진보개혁의 후퇴이다. 선명성보다는 연대와 보조로, 선 긋기보다는 적극적 계승의 전략을 세워, 잘못한 것은 솔직히 인정하고 보다 나은 정책을 제시하는 과감한 자세가 필요했다.
 
언론개혁과 정치개혁, 정부혁신과 균형발전, 과거사 정리를 통한 역사 바로 세우기와 북핵 위기에서의 남북관계 발전, 아이엠에프를 극복하고 제자리를 찾은 경제 성장 등은 적극 내세우고, 미진했던 부분은 대안 제시로 정면 돌파했어야 했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은 반세기 동안 이어져온 독재개발시대를 마감하고 진정한 민주주의와 참여, 개혁을 요구한 국민들의 선택이었다. 이런 시대정신의 산물을 거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또한, 대선 의제를 선점하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이 필요했다. 의제 설정은 대선 승리의 핵심요소이다. 6자회담 진전과 북미관계 정상화 움직임 등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전망 제시와, 남북경제공동체 등을 통한 민생문제 해결의 희망을 구체적으로, 적극적으로 알려나가는 전략이 필요했다. 특히, 10월 초에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은 이 같은 의제를 설정하는 데 최고의 선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개혁진영은 이를 연속, 확대시키지 못하고 ‘오로지 경제’에 끌려가는 데 급급했다. 남북경제공동체는 최고의 민생경제 살리기의 대안임에도 말이다.

 

이와 함께, 분열된 수구보수진영에 맞서 진보개혁진영의 단합을 이끌어 냈어야 했다. 진보개혁진영은 내년 총선을 인식한 자기당파 이기주의로 수구보수와의 한판 승부에서 참패를 자초했다. 문국현 후보는 참신성을 앞세워 여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끝까지 ‘문국현으로 단일화’를 주장하며, 내선 총선을 목적에 두고 단일화를 거부하는 행태로 시민사회진영과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당파 이기주의 앞세운 진보개혁은 승리할 수 없어

 

민주노동당은 진보정치 세력화와 내년 총선 도약, 그리고 2012년 정권창출 등 목표 아래 처음부터 진보개혁진영 단일화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니, 애초부터 참여정부와 개혁진영을 ‘사이비개혁’ ‘친미보수정권’으로 일컬으며 확실한 거리두기를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선거운동에서도 반이명박 전술과 함께 노무현 정권 공격에 집중하며, 근본적으로 ‘진보개혁진영’을 부정하고 ‘진보’만을 고집함으로써 고립을 면치 못했다.

 

특히, 일부 진보진영은 수구보수세력 집권 저지를 대선 목표로 내세우며 개혁진영의 단일화를 주장하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이를 외면하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구보수세력 집권 저지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당파 이기주의를 버리고 조국과 민중에 헌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구보수세력의 집권으로 민중의 삶과 민족의 운명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것이 진정한 진보이자 민족운동이다.

 

한국언론, 특히 진보언론의 책임 또한 무겁다. 이들은 보수언론의 여론조작에 동조하며 끊임없이 참여정부 비난을 뒤따랐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취재지원선진화방안’과 관련, 한 목소리로 ‘언론 탄압’ 운운하며 무차별적 합동공격을 일삼았다. 통계 왜곡을 통한 참여정부 경제정책 비판도 한 몫 했다. 진보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고스란히 여론의 진보개혁진영에 대한 외면과 보수진영으로 흡수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내년 4월 치러질 18대 총선은 이번 대선에 이은 향후 한국 사회의 분수령이다. 또 다시 보수진영의 승리로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의 발걸음이 뒤처지는가, 아니면 진보개혁진영의 회생으로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이루며 21세기 한반도 도약을 이끌어 갈 것인가 중대 고비이다. 진보개혁진영의 철저한 자기 성찰을 통한 혁신과 도약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참말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2.25 14:35ⓒ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참말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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