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만을 위한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을 우려한다

[이 당선자의 정책을 짚어본다] 국민은 항상 옳고, 민심은 천심이라지 않는가

등록 2007.12.27 18:56수정 2007.12.2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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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모은 전 재산을 채무자한테 얼토당토않은 방법으로 떼인 후 그것을 찾아달라고 하소연하는 피해자를 접할 때, 우선 측은한 마음이 들다가도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가해자가 재산을 빼돌렸거나 해외로 도주하여 피해자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일 때, 그래서 피해자의 때늦은 후회와 한숨소리가 더 크게 들릴수록 나의 낙담도 더 커지고 더욱 화가 나게 된다.


피해자에 대한 측은지심이 나 자신에 대한 분노로 변한 이유는 간단하다. 조그마한 지식이라도 있었다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을 민원인한테 ‘왜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느냐’고 물었을 때, 피해자로부터 ‘가해자가 그런 사람인줄 몰랐다’는 답변을 들을 때 그 모습이 너무 무력해 보여서가 한 가지 이유다. 그리고 피해자의 무지와 부주의를 탓해본들 이미 때는 늦어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 안타까움이 두 번째 이유다.


의혹투성이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국민의 선택이 과연 현명했는가하는 의구심이 일어 화가 나면서도 ‘국민의 선택은 항상 옳다’는 말을 스스로 되 뇌이면서, 혹시 내가 시대의 담론을 잘못 읽고 편협한 사고방식에 함몰되어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닌지를 반성해 보기도 한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대다수의 서민들은 보수언론들이 쏟아내는 물신주의(物神主義)에 매료되어 아이러니컬하게도 전혀 서민복지 지향적이지 않은 친재벌주의자를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시킴으로써 이른바, 시장경제를 통하여 경쟁에서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는 자유시장주의적 ‘신보수시대’의 장을 스스로 열어줬다. 이제 서민들은 그들이 원하던 원치 않던, 국가의 시혜(施惠)를 바라기 보다는 스스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정책과 언론정책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정책은 서민복지보다는 주로 가진 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종부세 과세대상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 양도세를 인하하겠다고 한다.


보수세력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양극화를 부추겼다고 줄곧 비난했는데,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부동산세금완화정책을 펴는데 대하여는 아직 아무 말이 없다. 두고 볼 일이다.


그는 서울시장 재직시절부터 수도권규제완화를 외쳐왔다. 수도권규제완화정책으로 수도권은 경제와 인구가 더욱 집중될 것이고, 아사 직전에 있는 지방경제는 더욱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참여정부가 지정한 지방혁신도시에 대하여도 이 당선자는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 듯하다. 뿐만 아니라 금산분리를 철폐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도 없앨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친재벌정책으로의 회귀는 불을 보듯 뻔하다. .


그뿐인가, 이 당선자의 언론정책은 어떤가. 그는 서울시장 재직 시에 1인당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보수언론사의 기자들을 대동하고 해외시찰을 다녀왔고, 대통령에 당선된 뒤로도 기자들 앞에서 자신을 밀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또한, 그 전에 대형보수신문사들이 방송사업까지 겸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을 때 이 당선자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지난 10년 동안 줄기차게 야당역할을 해 오던 보수언론들이 이제는 이 당선자의 정책을 지지할 것이니 두 개의 여당이 생긴 셈이다.


권력과 언론은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감시해야할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자칭 ‘밤의 제왕’이라는 언론재벌에 신문과 방송이라는 두 개의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되었으니 향후 펼쳐질 권력과 언론의 밀월관계가 그릇된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하는 점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몹시 염려될 뿐이다.


이 당선자의 교육정책


3불정책 중 기여입학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법으로 시행된 적이 없었고, 고교서열화금지정책은 이미 박정희 정부 때(1973∼1974)부터 고수해온 교육정책이다. 또한 본고사금지는 전두환 정부 때(1981)부터 시행해온 교육정책이다.


이 정책들이 시행된 지 이미 수 십 년이 지났건만, 이 3불정책이 마치 참여정부의 교육평등정책에 기인한 ‘인재 죽이기’ 정책으로 비춰지고 있음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3불정책에 대하여 당시 언론과 보수집권세력들은 망국적인 과외열풍을 잠재울 수 있는, 그래서 가난한 수재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라며 선전해댔다.


그때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던 저들이 참여정부의 3불정책이 국가인재육성을 가로막고 나라의 경제발전을 망친다고 떠들어 대고 있다. 이제 저들의 요구대로 이 당선자는 3불정책을 폐지하고, 더 나아가 300개정도의 자립형사립고를 신규허가 내어주겠다고 한다.


고교등급제를 금지하고 있는 지금도 각 대학에서는 자립형사립고 출신들을 우대하고 있는 상황인데 3불정책이 폐지되면 각 대학은 그들의 재량껏 학생들을 선발하려 할 것이고, 그 혜택은 대부분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금년에도 서울대, 연·고대 등 일류대학들은 특기자전형, 글로벌전형이라는 명목으로 수능시험과 관계없이 자사고 출신들을 상당수 수시특례입학 시켜놓은 상태다.


자립형 사립고의 연간등록금은 사립대학의 등록금 수준을 뺨칠 정도다. 우수한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는 자녀의 역량을 한껏 발휘시키기 위해 자사고를 선호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자사고에 입학하면 위에서 보는 것처럼 특례입학의 혜택도 누릴 수 있고, 명문고 출신이라는 레벨이 평생 따라다닌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자사고에 입학시키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이런 자사고를 300개씩이나 신규로 허가를 내어주겠다고 하니, 연간등록금 1000만원을 상회하는 교육비를 댈 수 있는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대표적인 예로 민사고의 경우 한해 등록금이 약 2천만이 된다).


또 그는 자사고에 국가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이 당선자는 자사고 개념을 특목고와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자사고는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학생선발권과 수업내용 등에 있어서도 국가의 감시감독을 받지 않는 학교를 말한다. 말 그대로 자립형 사립고다.


이 당선자가 무슨 깊은 뜻이 있어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예산을 지원하면서 학생선발권과 수업내용 등에 전혀 간섭을 받지 않는 학교를 설립한다는 건 국가예산집행의 감시감독을 유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 그런 비난이 두려워 자사고의 학사행정을 감시감독 한다면 이미 그 학교는 더 이상 자사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중학교에서 거의 전교 1등 하는 수재들이 자사고에 입학한다. 특목고와는 달리 자사고 학생들은 능력에 따라 조기졸업의 혜택을 누릴 수도 있고, 교육의 질도 좋아 외국의 일류대학교에 해마다 무더기로 합격하는 영예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과연 300개씩이나 되는 자사고가 필요할 정도로 수재가 많은가가 문제다. 그렇게 수재가 많다면 차라리 공교육에 국가재정을 투입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게 더 바람직 할 것이다.


무려 300개나 되는 자사고에 돈이 없어 자신의 자녀를 입학시키지 못하는 학부모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낄 것이고, 학벌만능주의가 판치는 풍토에서 머리가 나빠 자녀를 자사고에 입학시키지 못하는 학부모는 부끄러워 낯 들고 다니기도 힘들 것이다.


3불정책의 폐지로 기여입학까지 허락한다면 대학서열에 따라 돈의 액면가를 정해 학생을 입학시키는 풍조가 만연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녀교육열 하나만큼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는 한국에서 이 제도는 부유한 학생만이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이는 교육기회의 평등권을 심하게 해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3불정책이 인재육성을 망친다는 논리를 펼치는 자들이야말로 돈 꽤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돈 없는 서민들조차 아무 것도 모른 채 이에 부화뇌동하여 3불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있으니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 당선자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서민들을 외면한 채 위의 정책들을 무리하게 시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당선자에 대해 채권의식을 갖고 있는 서민들이 위에 예시된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으로 인하여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혹여 느끼게 된다면 이번 선거 때 보여준 지지는 언제든 성난 민심으로 돌변할 것이다. 이번 선거가 끝난 후 보수언론들이 주장했던 대로 국민은 항상 옳고, 민심은 천심이라지 않는가.

덧붙이는 글 | 작성한 기사가 너무 길어 반으로 잘라서 올립니다. 다음에는 진보세력에 대하여 올릴 예정입니다.

2007.12.27 18:56ⓒ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작성한 기사가 너무 길어 반으로 잘라서 올립니다. 다음에는 진보세력에 대하여 올릴 예정입니다.
#이명박 #3불정책 #이명박의 경제정책 #자립형 사립고 #3불정책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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