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사람 몫헌책방 헌책뿐 아니라, 새책방 새책도 찾는 사람 몫입니다. 알아보아야 살 수 있는 책이며, 알아보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찾아내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최종규
책을 찾는 손님들 매무새가 이러하다면, 새책방이든 헌책방이든 어떤 책을 어떻게 마련하여 어떻게 갖추어 놓을까요. 책방에서 책 갖춤새가 이러하다면 출판사에서는 어떤 책을 어떻게 엮어내어 어떻게 펴내려고 할까요. 출판사에서 펴내려는 책 엮음새가 이러하다면, 책 원고를 써낼 글쓰는 이, 사진찍는 이, 그림그리는 이는 무엇을 어떻게 빚어내어 작품 하나로 내놓으려고 할까요.
<야구의 추억>(김은식, 뿌리와이파리, 2007)이라는 책이 보입니다. 언론사로 들어갔던 보도자료가 흘러나온 듯.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집어듭니다.
.. 한국야구의 발상지라는 자존심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진 채, 오히려 전설적인 패배와 꼴찌의 기록들을 거듭 바꾸고 깨뜨리며 끝없이 곤두박질쳐 온 인천 야구 13년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만년 꼴찌 인천팀 돌핀스가 최강팀 트윈스의 선발 이상훈을 밀어붙이며 무너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항상 남의 일로만 여기며 부러워하던 한국시리즈 우승컵이 현실의 영역으로 한 발짝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마운드에 오른 김용수는 돌핀스의 간판 김동기를 병살타로 처리했고, 원정 응원석의 분위기는 일순 얼어붙었다. 병상타만 아니면 무엇이 나와도 좋았을 순간에 거짓말처럼 튀어나온 병살타. 그리고 홈 흥원석의 득의만만한 환호를 받으며 당당하게 물러나는 김용수의 뒷모습 .. 〈125쪽 / 김홍집-94년 한국시리즈 1차전, 눈물의 영웅〉인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천사람 스스로, 또 인천 바깥사람들까지도 인천이라는 곳을 ‘꼴찌’나 ‘패배자’나 ‘뒤떨어짐’으로 여기곤 합니다. ‘서울로 가려는 사람’이 잠깐 머물면서 힘을 모아서 서울로 가려고는 하지만, 이렇게 마음먹는 사람치고 인천을 벗어나 서울로 들어가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 때문일까요. 서울로 가려다가 서울을 못 가고 인천에 뿌리를 박게 되었다면, 그이 깜냥이 모자라서일 수 있지만, 잠깐 머물려고 하던 인천이라는 곳이 사람 살기에 좋았기 때문은 아닐는지.
.. 1999년은 인천의 야구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해가 되었다. 최초의 우승이라는 선물이 감격스러운 것이었기에 그만큼 깊은 애정을 보냈던 현대 유니콘스가, 그해 겨울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기 위해 인천을 떠나 버렸기 때문이다. 대신 인천 연고지를 물려받은 것은 신생팀 SK 와이번스였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고 선동열이나 최동원처럼 포효하지도 못한 채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넋이 빠진 표정으로 눈물을 그렁거리며 마운드를 걸어 내려오던, 98년 한국시리즈 최종전의 정민태를 보면서 눈물 젖은 환호성을 질렀던 인천 팬들. 그들이 그렇게 정을 주었던 순수들은 고향을 버린 현대 유니콘스에 모여 있었고, 인천 연고권은 해체된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신생팀 SK 와이번스에게로 돌아갔다 .. 〈63쪽 / 김경기-그와 함께해 인천은 행복했네, 미스터 인천〉누구나 자기가 깃든 삶터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인천 동구 송월동, 송림동, 신흥동은 오래된 도심지이기도 하나, 이보다도 ‘야구장이 바로 코앞에 있는’ 곳이었습니다. 번듯한 새 야구장을 지어 놓는 바람에 숭의동에 있는 오래된 야구장은 허무니 마니 하는데, 바로 이 숭의동 야구장 곁에서 살고 놀면서, 야구라는 공놀이를 온 동네 아이들이 언제나 즐겼습니다. 장비 마련에 돈 많이 드는 야구이지만, 동네 아이들 공놀이에는 테니스공이나 짬뿌공 하나면 넉넉합니다. 야구장갑 없으면 맨손으로 받으면 되고, 야구방망이 없으면 길가에 널린 나무막대기 가운데 쓸 만한 녀석을 주워서 조금 손보면 넉넉합니다.
고향 야구단은 후원회사가 늘 돈이 없어 허덕이기도 했으나, 앞날이 밝은 새싹이라는 선수는 죄 서울로 빠져나가는 통에, 지역에서 꿋꿋하게 힘쓰며 커 나가기란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인천이 큰도시라고 하지만 대구나 부산이나 광주나 대전하고 다른 대목은 이런 데에 있습니다.